전 주말 별다른 테러 없이 무사히 독립기념일을 넘긴 안도감 덕분에 상승세로 마무리되던 나스닥이 주간장 시작일부터 터진 머크사의 분식회계문제로 다시 폭락한 채 출발했다.
엔론으로 시작돼 글로벌크로싱 파산, 월드컴 회계조작 등 잇단 기업신뢰 붕괴사건이 주간장 중 한때 나스닥지수를 5년 만에 최저치로, 다우지수를 9개월 만에 최저치로 끌어내리는 이른바 ‘심리적 공황’ 상태를 부르기도 했다.
급기야 10일(현지 시각)에는 부시 대통령이 나서 미국기업들의 회계스캔들에 대한 대책안을 내놨지만 주식시장의 반응은 냉담하기 그지없었다. 회계부정을 근본적으로 잠재울 수 있는 대안이 아니었을 뿐만 아니라 미국 기업 활동 전반을 위축시켜 오히려 경제회복을 더디게 만들 수 있다는 우려감이 있었다.
이날 또 메릴린치는 반도체장비업체 전반에 대한 전망을 불투명하게 제시하며 투자등급을 하향조정, 나스닥 관련 주는 물론 한국·대만의 반도체 관련 종목까지 무더기로 폭락시키는 ‘뇌관’이 되기도 했다.
사고는 11일 터졌다. 나스닥지수가 지난 97년 이후 최저 수준인 1346.11포인트까지 떨어졌으며, 다우지수도 심리적 지지선이던 9000선을 순식간에 무너뜨리며 최근 9개월 만에 바닥인 8813.50포인트까지 추락했다.
월가 전문가들은 “투자자들이 주식을 버리기 시작했다”며 현재의 약세국면이 당분간 지속될 것임을 탄식하듯 전망했다.
이런 부정적 전망은 다음날인 12일 하루만은 어긋나는 듯 반발매수에 의한 반짝 상승을 누리기도 했지만 결국 주간장 마지막날인 13일 나스닥과 다우는 똑같이 전날의 상승세가 꺾이며 하락한 채 마감했다.
‘그래도 희망이 있는가’, 여전히 나스닥에 던져진 심각한 의문이다. 이번주 마이크로소프트·인텔·선마이크로시스템스·GM 등 굵직굵직한 기업의 실적발표가 예정돼 있는 만큼 이들이 얼마나 하락세를 진정시키고 반등의 가능성을 열어주느냐가 핵심과제인 것이다.
하지만 각종 악재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나스닥이 ‘어닝시즌’의 상승요인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탈 것인가에는 부정적 답을 제시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이진호기자 jho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