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바다 서비스 중단>온·오프 `不和` 씻고 `和音`맞춰라

 축음기가 국내에 소개된 지 100여년. 일찍부터 첨단기술을 소화하면서 시장을 넓혀온 음반산업이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기술을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한 채 많은 갈등과 부조화를 겪으면서 깊고 깊은 침체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이제 음반시장의 기득권 세력과 신흥 세력간 충돌을 낳던 ‘소리바다 사건’이 일단락됨에 따라 두 세력은 ‘디지털기술과 공생’할 수 있는 새로운 길을 모색해야 할 전환기를 맞았다. 오프라인에 텃밭을 둔 음반산업이 디지털기술을 기반으로 한 온라인 유통구조로 개편되는 동시에 음반이 엔터테인먼트산업의 주역으로 거듭날 수 있게 됐다. 편집자

   

 지난 11일 수원지법 성남지원 민사1부(재판장 김선혜 부장판사)는 도레미미디어를 위시한 16개 음반사가 온라인 음악파일 공유사이트인 ‘소리바다’ 운영자 양모씨 형제를 상대로 낸 사이트 폐쇄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였다.

 이를 계기로 한국음반산업협회의 공세는 네티즌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거세질 전망이다. 음반협회는 앞으로 소리바다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내는 동시에 정보통신부·데이콤·KT에 소리바다 사이트 폐쇄를 정식으로 의뢰할 계획이다. 아울러 7일 이내 소리바다 서비스를 중단하도록 법원에 집행신청할 예정이어서 불법사이트에 대한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

 반면 소리바다 측은 뚜렷한 법적 대응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어 사실상 문을 닫을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여 있다.

 이번 판결은 이제까지 논란의 여지가 많던 P2P서비스도 ‘저작권 침해 및 방조’라는 울타리에서 면죄부를 받을 수 없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음악산업 전체에 적지 않은 파장을 몰고 올 전망이다.

 ◇침체된 음반시장의 활력소=소리바다는 이용자가 800만명에 이르는 음악파일 공유사이트로 매월 1600만곡이 무료로 다운로드되고 있다. 또 스트리밍 서비스 상위 8개사의 월평균 순이용자는 전체 네티즌의 56%가 넘는 1200만명으로 1위인 벅스뮤직은 매월 920만명이 하루 평균 37분을 이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더구나 앨범을 발매하기도 전에 수록곡 전체가 인터넷을 통해 유포되는 경우도 비일비재해 음반시장의 존폐 위기까지 거론되고 있다.

 실제로 불법적인 음악서비스가 걷잡을 수 없이 번지면서 음반 판매가 예년의 3분의 1 수준으로 격감하는가 하면 편집앨범이 주종을 이뤄 음악 콘텐츠의 절대량이 줄어드는 등 음반업계는 악순환을 거듭해왔다.

 때문에 이번 판결을 계기로 불법복제를 근절할 수 있는 토대를 얻게 된 음반사들은 불법복제 소탕작전에 돌입, 정품음반 구매가 늘면서 판매량이 예년 수준으로 회복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권리자 보호 분위기 확산=소리바다 판결은 저작권자의 권리를 법적으로 공인해줬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문화부의 한 관계자는 “이번 판결은 디지털저작권도 반드시 보호돼야 한다는 뜻을 분명히 전달한 것”이라며 “지적재산권을 침해하는 인터넷 사이트에 대한 단속을 강화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결과적으로 창작자의 권익이 보호를 받게 됨에 따라 음반 기획·제작·유통·수익·재투자라는 선순환구조가 그려질 전망이다.

 ◇온라인 유통구조 마련=무엇보다 이번 판결은 유료사이트 정상화라는 점에서 유통시장의 구조적인 변화를 예고한다.

 오프라인에 터전을 두고 있는 음반사의 경우 온라인 시장은 오프라인에서 발생하는 음반 판매를 갉아먹는다는 것이 기본 생각이었다. 배타적이었을 뿐 아니라 신생 온라인회사와 갈등도 심했다. 하지만 이들이 디지털이라는 신조류에 대응하지 못하고 방향성을 잃은 사이 네티즌은 불법온라인 사이트에서 자신들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밖에 없었다. 이것이 소리바다와 같은 무료사이트가 인기를 끌게 된 배경이다.

 어찌 보면 소리바다는 인터넷이 대세임을 음반회사에 각인시켜 준 사건이기도 하다. 범법자(?)에게 빼앗긴 시장을 만회하기 위해 인터넷과의 협상이 필요했는데 그 계기를 만든 것이 소리바다 판결인 셈이다.

 소리바다 판결 이후 음반사들은 연일 모임을 갖고 온라인 유통구조의 밑그림을 그려가고 있다. 도레미레코드의 황인서 이사는 “온라인 시장은 오프라인과 병행해가면서 음반 판매의 중요한 채널을 형성할 것”이라며 “온오프라인을 동시에 활성화할 수 있는 모델을 만드는 것이 시급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특히 무료음악사이트에서 양성된 잠재수요가 정상적인 음반소비층으로 유도될 경우 음반시장이 1조원 이상의 거대시장이 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지난해 음반시장은 3700억원에 불과했지만 무료서비스 시장이 최소 8000억원 이상인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마이너음반사의 독립성 강화=마이너음반사에서 음반을 내려면 대형유통회사에 음원에 대한 모든 권리를 이양하는 것이 이제까지의 관행이었다. 이 과정에서 ‘종속구조’를 낳은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온라인 유통이 활발해지면 이런 관행도 없어진다. 음반 판매량을 좌우하는 홍보·마케팅이 온라인에서 가능한데 굳이 대형유통사에 고개를 숙이면서까지 거래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특히 장기적으로는 중간유통단계를 없애 음반가격이 절반 수준으로 낮아지기 때문에 경쟁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실제로 음반사는 도매상에 6000원 선에 넘기지만 중간소매상을 거치면서 소비자가격이 1만3000원대로 뛴다.

 ◇해결과제 산적=물론 이런 과정이 쉬운 것만은 아니다. 유료모델을 수립하고, 회사마다 상이한 데이터를 통합해야 하는 등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 더구나 전세계적으로 온라인 음악시장의 성공사례를 찾기 어려운 점도 감안해야 한다.

 미국만 하더라도 ‘냅스터’ 사이트가 폐쇄된 이후 온라인 유료시장은 기도 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오히려 냅스터와 유사한 P2P 사이트들의 기승으로 골치를 앓고 있다. 몰피우스의 경우 모든 PC가 서버가 되기 때문에 서버를 일일이 찾아서 폐쇄하기란 불가능하다. 국내에서도 조만간 몰피우스와 같은 프로그램이 한글판으로 나올 것으로 보여 소리바다 판결만으로 온라인을 통한 파일유통을 막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지적도 높다.

 <정은아기자 ea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