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에 ADSL솔루션을 공급하는 중소 네트워크업체 S사는 얼마전 다른 통신사업자에게 장비를 공급하게 된 사실을 자사 홈페이지에 올리고 언론을 통해 홍보하다가 한바탕 곤욕을 겪어야만 했다. 이유는 KT가 S사에 다른 통신사업자와 거래를 할거면 KT에 장비를 공급하지 말라고 통보했기 때문이다. S사는 서둘러 자사 홈페이지에 올렸던 홍보내용을 삭제하고 KT 실무담당자에게 사과하고 사태를 수습했다.
S사의 입장에서는 국내 최대 통신사업자인 KT가 다른 그 어느 업체보다도 중요한 고객으로 KT의 심기를 불편하게 한다는 것은 곧바로 매출감소를 의미한다는 점에서 불가피한 선택일 수밖에 없었다는 것.
국내 최대 통신사업자를 넘어 글로벌기업을 지향하는 KT가 때때로 그 명성에 걸맞지 않게 중소 장비공급업체에 이같은 부당한 거래행위를 강요해 빈축을 사고 있다.
KT가 중소 장비업체에 요구하는 불공정행위 가운데 또 다른 대표적인 사례는 KT 납품업체가 장비 또는 솔루션과 관련된 특허를 출원할 때 KT를 공동 개발자로 명기, 특허권을 공동 소유토록 요구하는 것을 꼽을 수 있다.
이는 장비납품을 받는 현업부서가 연구개발 분야의 업무실적을 부풀리기 위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지만 대다수 장비업체들은 KT와의 원만한 거래관계 유지를 위해 KT의 ‘특허공동출원’의 요구를 받아들이고 있는 실정이다.
KT는 민영화 이후 장비업체와의 계약서 작성시 ‘갑’과 ‘을’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기로 하는 등 장비 납품업체와의 수평적관계 정립을 위해 대외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KT는 계약서작성시 ‘갑’과 ‘을’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는 표면적인 태도변화보다는 상대적으로 약자인 중소 장비업체의 입장을 이해하고 상호협력하는 방안을 마련, 실천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는 것 같다.
2002년 한·일 월드컵을 계기로 글로벌기업으로 도약하고 있는 KT가 중소 네트워크업체와의 업무에서도 그 명성에 걸맞은 대승적 자세를 견지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엔터프라이즈부·김성욱기자 sw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