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서버·스토리지 시장>선택 폭 넓어진다

 하반기 국내 서버시장을 달굴 핵심 이슈는 무엇일까.

 예상과는 달리 회복이 더딘 경기와 치열한 가격경쟁속에 국내 서버시장은 ‘하이엔드급 면모의 대형 서버시장이 사라졌다’는 평가를 받으며 몇몇 금융권의 통합 프로젝트에 의존해 상반기를 마감했다.

 하반기는 무엇보다 고객들의 선택의 폭이 좀 더 다양해질 전망이다. 로엔드급으로 이전되는 하이엔드급 컴퓨팅 기술 속도가 빨라지는 만큼이나 서버 가격의 인하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이에 따라 고객들은 엇비슷한 예산으로 상위기종을 선택할 수 있는 욕심을 가져볼 만하다. 특히 아이테니엄2 칩이 내장된 서버가 출시되면서 로엔드급 유닉스를 사용하던 고객 중 어느 정도가 신기술에 도전할 것인지도 주목할 만하다.

 이런 현상은 사업자들이 그만큼 더욱 치열해지는 시장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어려운 조건으로 가고 있음을 의미한다. 특히 경기가 풀리지 않은 상황에서 투자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는 고객들은 계속적으로 서버 가격 인하를 요구할 것이기 때문에 사업자들의 고민은 증폭되고 있다. 게다가 한국HP·한국IBM·한국썬 등 3개사가 하이엔드부터 로엔드까지 다양한 서버군을 갖춤에 따라 경쟁의 양상도 동일한 영역에서 비슷한 제품군끼리 벌어지는 데 국한되지 않고 메인프레임 영역부터 미드레인지급 영역에 걸쳐 서로 엇갈리는 경쟁상황이 심화될 전망이다.

 ◇서버 통합=사업자들은 하반기 서버시장을 달굴 가장 큰 이슈로 ‘서버 통합(server consolidation)’을 꼽는다. 사업자들은 올초부터 일기 시작한 서버 통합에 대한 관심이 실제 프로젝트로 현실화되는 것은 하반기에 가야 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고 이에 대비한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서버 통합에 대한 관심은 신규 서버를 도입하면서 기존의 업무영역을 통합해 관리의 효율성을 꾀한 데서 출발한다. 수백여대에 이르는 IA서버나 유닉스서버를 그냥 두기에는 관리비용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미 상반기 메인프레임을 향한 유닉스 진영의 공략을 서버 통합으로 맞서 온 한국IBM도 이 시장에 대한 기대가 높다. 본사 차원에서 ‘서버 통합’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신클라이언트 애플리케이션 소프트웨어 업체인 시트리스와 제휴관계를 맺었다. 이번 제휴로 IBM은 자사의 스토리지·소프트웨어·서비스 등 각종 제품을 시트리스의 신클라이언트 소프트웨어인 ‘메타프레임’과 접목해 고객들이 애플리케이션과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서버 통합이 애플리케이션 통합에 대한 수요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한국HP와 한국썬마이크로시스템즈도 기업총소유비용과 비즈니스 연속성에 맞춰 서버 통합에 대한 전략을 펼치고 있다.

 ◇공공·제조분야로 재해복구 확대 기대=수요 측면에서는 위축된 제조분야와 비교될 정도로 상반기 시장을 이끌었던 금융업종은 재해복구(DR)에 이어 ‘토요휴무제’를 계기로 서버 통합의 중심에 설 것이란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한국HP 관계자는 “99년 정도부터 활성화되기 시작한 인터넷뱅킹은 그 인프라를 보강하거나 내용적으로 변신해야 할 단계에 왔다”며 “특히 금융지주회사들이 출현하면서 인터넷뱅킹 창구가 종합금융서비스를 지향하는 형태로 바뀌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는 만큼 인프라 개선이 일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서버 통합과 재해복구(DR)의 상관관계가 높아진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DR 역시 동일한 전산환경을 또 하나 만들다보니 이에 앞서 기존 전산환경을 정비하는 일이 우선시되고 있어 여기에서도 서버 통합은 효과적인 마케팅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것이다. 즉 재해복구는 스토리지시장 외에도 서버시장을 활성화시키는 중요한 충분조건으로 작용하는 셈이다.

 ◇통합HP 시너지 효과=하반기에 통합HP가 어느 정도의 위력을 발휘할지도 주목된다. 지난 5월 23일 통합조직 출범식을 가진 한국HP는 두달이 되어가는 지금까지 조직정비를 마무리하지 못했다. 합병을 계기로 기술과 서비스에 있어서 명실상부한 ‘제1의 IT사업자’가 되겠다는 한국HP는 인원정리를 비롯해 통합에 따른 채널 및 솔루션 파트너 정리 등의 많은 숙제를 남겨두고 있다.

 일단 2분기 결산 결과, 대부분의 영역에서 1위로 올라서는 한국HP는 최대 규모의 IT전문기업임을 마케팅에 적극적으로 활용할 전망이다. 옛 컴팩코리아의 인프라를 활용한 로엔드 서버시장 공략이나 고성능 컴퓨팅, 미션크리티컬시장을 겨냥해 새롭게 출시한 아이테니엄2 서버시장을 개척하는 등 ‘서버 표준화 시대’라는 기술적 이슈도 주도하고 있어 여러가지 면으로 시장에서 부각될 전망이다.  

 ◇중소형시장 경쟁점화=로엔드 유닉스시장의 경쟁 점화는 한국IBM·한국HP의 공격과 한국썬의 수성을 지켜봐야 할 듯하다.

 한국IBM은 최근 파워4 칩과 p690 기술을 적용한 유닉스 로엔드 서버 p630을 출시하면서 ‘한국썬의 V480’을 겨냥했음을 분명히 밝혔다. 이에 앞서 기업용 솔루션을 중소형 규모로 패키지화하거나, 특정 솔루션을 산업별 준거 사이트에 적용하는 형태의 비즈니스 모델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HP 역시 아이테니엄2 칩이 내장된 유닉스 서버 rx2600(2웨이), rx5670(4웨이)를 출시하며 “한국썬의 유닉스 로엔드 서버가 장악하고 있는 웹서버 및 파이어월 등 보안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할 계획”이라고 밝혀 한국썬이 자칫 잘못하면 협공에 처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맞서 새로운 회계연도가 시작되는 한국썬마이크로시스템즈가 지난 1분기 선전을 어떻게 이어갈 것인지도 두고 봐야 한다. 특히 에드 그레이엄 사장의 과도기체제를 끝으로 조만간 신임사장체제로 운영되는 만큼 어떤 색깔이 나타날지 주목할 만하다.

 여기에 유닉스시장의 5위를 확고히 굳힌 한국후지쯔의 선전도 주목할 만하다. 한국후지쯔는 전문 솔루션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종합정보통신회사’로의 변신을 적극 모색해 하반기 서버시장에서 돌풍을 이어간다는 전략이다.

 또 한국유니시스는 ‘윈텔’ 진영의 진입을 가로막고 있는 미션크리티컬한 업무영역을 아이테니엄2 서버 출시를 계기로 적극 공략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최근 한국유니시스는 특히 종전의 금융업종을 토대로 IT아웃소싱사업에 대한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신혜선기자 shinhs@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