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법 파고를 넘자](5)보험의 현실화

 이한영

 -LG화재 PL프로젝트 팀장

 -hylee@lginsure.com

 

 기업이 안고 있는 PL위험의 가장 궁극적이고도 효율적인 위험전가 방법이 보험이다. 그러나 PL보험의 가입률이 비록 아직 초기단계이기는 하나 법 시행 이후에도 크게 신장되지 않고 있다. 영세 기업들이 소비자의 손해를 적절히 보전해 주지 못할 경우, 당초 소비자 보호와 기업의 경쟁력 강화라는 두 가지 효과를 노린 PL법의 입법취지가 크게 훼손될 가능성마저 있다. 중소기업중앙회에서는 손해보험사와 공동으로 PL 단체보험제도(실제로는 공제제도)를 운영하고 있으나 여러 가지 문제점 때문에 5월말 현재 이 제도가 시행된 지 3년이 되어가지만 전체 중소기업 수의 0.1%에도 못 미치는 200여개 업체만이 이 공제에 가입해 있는 실정이다.

 금융감독원에서는 PL법 시행 이전부터 손해보험사들이 기존에 판매하고 있던 PL상품을 정비하여 법 시행 취지에 맞는 신상품을 개발하도록 권고함으로써 지난 6월말 손해보험업계가 공동으로 개발한 신상품이 인가를 받기에 이르렀다. 여기에는 기업들이 회원사로 등록되어 있는 단체를 통해 가입할 경우, 최고 20%까지 단체할인율을 적용받을 수 있는 단체계약특약이 신설되었다는 특징이 있다. 금융감독원의 이러한 조치는 보험사가 단체를 통해 보험계약을 인수하는 경우, 절감되는 사업비를 계약자에게 환원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우리나라 PL법이 PL보험의 가입을 강제화하지는 않고 있지만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한 것으로서 의미를 둘 수 있다.

 그러나 PL보험 가입률을 신장시키기 위해서는 향후 보험가입 의무화 등 당초 입법취지에 걸맞도록 제도적인 손질을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즉, 산업자원부의 고시 등에서 일정규모 이상의 중소기업 또는 보험가입의 필요성이 요구되는 특정 업종에 대해서 PL보험가입의 의무화를 규정하는 방법을 검토해 볼 만하다. 또한 정부에서도 중소기업중앙회의 단체 공제제도 이외에 다른 단체 보험가입 프로그램을 활성화하여 기업들이 직접 민영보험사의 PL보험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하는 정책을 전개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이를 위해서는 현재 중기청에서 중소기업중앙회에 지원하고 있거나 현재 검토중인 각종 지원제도가 이러한 단체들에도 확대 적용될 수 있도록 고려해 볼 필요도 있을 것이다.

 손해보험사들로서도 단체할인율의 운영과 보험가격의 탄력성 측면에 개선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현재 운용되고 있는 단체할인 규정을 보다 탄력적으로 운영함으로써 실질적인 가입 필요성은 느끼고 있으니 여력이 부족한 업체들로 하여금 손쉽게 단체가입 프로그램에 접근할 수 있도록 만들 필요가 있다. 또한 PL위험을 자체 진단하고 그에 상응하는 적절한 조치를 취한 것이 객관적으로 입증 가능한 경우나 또는 UL(Underwriters Laboratories)인증 등과 같이 신뢰성 있는 품질 안전 관련 규격 및 기준을 충족하는 제품에는 별도의 할인율을 적용하는 인증할인제도 등을 도입함으로써 기업들로 하여금 제품의 안전성을 높이는데 노력하도록 지원하는 제도를 보험상품에 도입해야 한다.

 손해보험사들이 또한 힘써야 할 부문으로서 위험관리 서비스를 들 수 있다. 현재 보험사들은 규모의 차이는 있으나 엔지니어들로 구성된 위험관리서비스 조직을 가동하여 고객에게 안전진단 서비스를 제공함과 동시에 이를 통해 각 사업장의 위험을 평가(risk assessment)하여 자체적인 언더라이팅(underwriting:계약인수)의 기준으로 삼고 있다. 일부 대형 손해보험사들은 수년 전부터 PL법 시행에 대비하여 PL위험에도 이러한 서비스를 제공할 준비를 해 왔지만 아직은 전문인력 확보나 노하우에 있어서 부족한 점이 있으며 더욱이 중소형 손해보험사들은 이러한 점에 있어 미흡한 것이 사실이다. 고액의 비용을 부담하면서 자체적으로 PL위험을 진단할 여력이 없는 중소기업들에 대해서는 전문 컨설팅기관에서 행하는 종합적인 실사는 아니더라도 보험사들의 이러한 서비스가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그밖에 전문 손해사정 인력을 확충하고, 객관적이고 권위있는 원인 규명기관과의 업무제휴 등을 통해 신속하고 공정한 클레임 서비스가 이루어지도록 노력해야 하는 측면도 보험회사가 힘써야 할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