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현덕
-전자부품연구원의선임연구원
-janghd@keti.re.kr
제조물 결함 중 경고표시상의 결함은 기업이 큰 어려움 없이 대응할 수 있으나 설계상의 결함이나 제조상의 결함은 기업이 대응하는데 적지 않은 비용과 대가를 치러야 하는 분야다. 이를 위해서는 제조물 관련 인프라가 구축돼 있어야 하는데 그 대표적인 것이 제품, 부품, 원자재 관련 특성을 제대로 분석할 수 있는 분석기관 그리고 결함이 발생했을 경우 신속하고 과학적으로 결함 원인을 규명할 수 있는 원인규명 기관 그리고 제품의 신뢰성을 테스트할 수 있는 각종 시험소 등의 체제 정립과 확대다. 제조물의 결함으로 인한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신속하고 정확하며 과학적인 결함 원인 규명은 소비자와 기업간 그리고 기업과 기업간의 피해와 분쟁을 수월하게 해결하고 더 나아가 결함방지 대책을 세울 수 있는 열쇠다.
현재 국내의 기업들이 자사 제품의 결함과 불량 해결을 위해 문을 두드리기에 적합한 연구소, 학교, 기업연구소 등이 많지 않다.
그 이유는 첫째, 연구소마다 각자의 연구원은 고유 업무 수행을 하다보니 기업체에서 요구하는 결함 원인 해석에 소홀하게 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 있다. 둘째, 제품이나 부품 그리고 원자재가 다양해짐에 따라 다양한 결함을 분석할 수 있는 고가의 첨단 분석장비(FE-SEM, CT X-ray, TEM, AES, XPS, RBS, ICP, XRF, FT-IR, AFM 등)가 필요하나 국내 기업체 수를 고려할 때 너무나 부족한 상태다. 셋째, 고가의 첨단 분석장비를 활용하여 결함을 분석 및 해석할수 있는 전문가의 부족이다. 이러한 전문가는 관련 산업분야에서 많은 경험을 쌓은 베테랑이어야 하는 경우도 적지 않으며 결함에 대한 정확한 지식을 갖춘 전문가를 아웃소싱해야 하는 경우도 많지만 국내의 경우 인력 네트워크 구성이 되어 있지 않다. 그리고 제조물 결함으로 인한 국제적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그 원인 규명을 해줄 수 있는 최고의 전문가를 해외에서도 아웃소싱할 필요가 있는데 이 또한 어려운 실정이다. 넷째, 전문 지식과 정보 공유가 어려운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특히 동일한 결함으로 인해 반복적인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 그 원인이 완벽하게 규명되면 관련 기업이 피해를 보지 않는 범위내에서 결함해석 결과가 공유돼야 하나 아직도 기업간에 신뢰를 쌓는데 많은 시간이 요구될 것 같다.
상기의 문제를 해결하고 더 나아가 국내 기업의 제품 결함을 원활하게 해결하기 위해서는 업종별, 제품분야별 전문 원인규명 기관이 설립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업종별, 제품분야별 원인규명 기관은 각 지역의 출연연구소, 전문연구기관 또는 지역의 대학교를 특화시켜서 결함 규명 기능을 갖도록 체제를 정비하고 인프라를 구축해주는 것이 시간과 경제적 비용을 상당히 절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업종별·분야별 원인규명 기관이 꼭 갖춰야 할 사항으로 다음을 예로 들 수 있다.
첫째, 업종별·분야별 원인규명 기관은 분석 데이터의 객관성 및 공정성을 확보해야 한다. 정부, 기업, 소비자 어느 누구에게도 치우치지 않는 객관적이고 공정하며 과학적이며 첨단기술 데이터를 제공할 수 있는 원인규명 기관이라고 할 수 있다. 둘째, 업종별·분야별 원인규명 기관은 최대한 신속하게 정확한 데이터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제품 결함으로 인해 손해를 본 피해자가 손해배상 청구를 하였을 경우 제품 결함이 소비자의 오용으로 인한 것인지, 제품 자체에 결함이 존재하기 때문인지를 과학적으로 증명해야 하며 최대한 신속하게 판정해 주어야 할 것이다. 셋째, 소비자나 관련 기업의 비밀을 지켜줄 수 있는 법적 제도가 마련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우리나라처럼 기업이 열악한 환경에서 운영되는 경우 기업이나 제품관련 소문이나 비밀의 누설은 해당 기업을 하루 아침에 문을 닫게 하는 빌미를 제공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넷째, 업종별·분야별 원인규명 기관은 전문성과 첨단 기술을 평가하고 분석할 수 있도록 전문 인력확보와 고가의 시험분석 장비를 갖추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