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부품시장 킬러 애플리케이션 절실하다

 PC부품 시장이 고성능 신제품의 잇따른 출시에도 불구하고 소비자의 업그레이드 수요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아 침체가 지속되고 있다.

 특히 윈도·게임 등 그동안 PC 수요를 견인했던 킬러 애플리케이션이 사라지면서 업체들의 저가경쟁 가열 등 시장 혼란만 가중되고 있다.

 그동안 CPU·주기판·그래픽카드 등의 부품업체들은 비교적 수익성이 높은 중고가의 제품 판매를 통해 안정적인 마진을 확대했으나 이처럼 고가 수요가 극도로 부진함에 따라 수익성 보전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주기판 시장의 경우, 더블데이터레이트(DDR) 메모리를 지원하는 펜티엄4용 주기판의 수요가 올초 14만장 수준에서 지난달에는 7만장으로 50%까지 급감했다. 더욱이 현재 수요의 50% 이상이 아직도 비아나 SIS 계열의 저가 주기판에 몰리고 있어 업체들의 저가경쟁만 가열되고 있다.

 올초 출시된 비아 P4X266A 제품의 경우, 출시 초기 13만원대를 유지했으나 최근에는 7만원대까지 떨어져 있다. 또 인텔의 i845D 칩세트를 탑재한 제품도 출시 초기 14만∼15만원대에서 9만원까지 떨어졌다. 반면 고가 주기판인 인텔의 845E 제품군은 지난 5월 출시됐으나 아직도 좀처럼 매기가 살아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주기판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주기판업체들은 제품 수요 변동에 따라 주력제품의 가격을 12만∼13만원대로 책정, 안정된 수익을 거뒀으나 최근에는 9만원 이하의 제품들이 전체 비중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며 “업체들의 저가경쟁으로 적정 수익선마저 유지하기 힘든 실정”이라고 말했다.

 그래픽카드 시장도 지난 3월 이후 지포스4 계열의 제품이 출시되며 5월 이후 자연스럽게 시장의 주력제품으로 부상할 것으로 기대됐으나 아직까지 시장의 대부분이 지포스2급에 머물고 있다.

 특히 업체들의 기대와 달리 수요가 상위제품으로 좀처럼 이동하지 못하면서 중저가 제품의 가격 하락만 지속되고 있다. 지포스2 MX400 제품의 경우, 저가 튜닝제품이 잇따라 출시되면서 5만원대 제품까지 등장했다.

 CPU 시장도 노스우드 계열의 1.6A 제품이 인텔의 단종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40%가 넘는 비중을 차지하는 등 상위제품으로의 수요이동이 원활치 못하기는 마찬가지.

 이런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관련업계에서는 최근 중고가 제품 마케팅을 강화하고 시장가격을 다소 낮추는 등 해결책 마련에 적극 나서고 있다. 주기판업체들은 가격대를 낮춘 보급형 845E 제품을 잇따라 선보이고 있으며 그래픽카드 업체들도 지포스4 TI4200, ATI 라데온 8500 등 비교적 고가 제품 마케팅에 주력하고 있다.

 인텍앤컴퍼니의 강균일 이사는 “국내시장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공급과잉이 초래됐을 뿐만 아니라 업그레이드 수요의 견인역할을 했던 윈도 등의 OS와 게임도 약효가 떨어져 시장이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부품 수요 회복을 위해서는 킬러 애플리케이션의 등장이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말했다.

 <김태훈기자 taehu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