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이 새로운 무선인터넷플랫폼 ‘위탑’을 채택한 단말기를 출시하면서 정보통신부에서 무선인터넷표준플랫폼으로 추진중인 ‘위피(WIPI)’가 시장에서 제대로 정착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위탑’을 개발해온 SK텔레콤은 최근 망연동 테스트와 단말기 검수 작업을 완료, SK텔레텍을 통해 ‘위탑’ 단말기(IM-5000 R/C)를 출시했으며 8월에는 LG전자와 삼성전자의 신규모델 단말기로 위탑 채택을 확대할 예정이다. SK텔레콤은 또 위탑 채택과 함께 사용자인터페이스(UI) 개선 작업도 함께 진행중이며 8월경 출시되는 신규모델에는 ‘위탑’뿐 아니라 새롭게 업그레이드한 왑(WAP) 2.0 브라우저도 탑재, 무선인터넷 환경 전반을 개선한다는 방침이다.
이번 위탑 단말기 출시에 대해 관련업계에서는 무선인터넷서비스를 개선한다는 의도와 별도로 SK텔레콤이 위피 채택에 소극적임을 반영하는 것이란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정보통신부가 곧 고시할 ‘전기통신설비의 상호접속기준’ 개정안에 위피 채택 의무 규정을 넣겠다는 계획에 따라 11월로 위피 상용화가 예정돼 있는 상황에서 SK텔레콤이 굳이 새로운 플랫폼을 내놓는 것은 위피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을 반영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무선인터넷표준화포럼의 한 관계자는 “당초 위피 상용화 일정이 9월로 잡혀있었지만 이동통신사업자들이 어렵다는 입장을 보여 11월로 늦춰진 것”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위탑 같은 새로운 플랫폼을 내놓는 것은 결국 위피 채택에 적극적이지 않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위피가 상용화되기 이전에 위탑을 채택한 단말기 모델이 확산될 경우 위피가 설 수 있는 기반이 협소해진다”고 덧붙였다. 실제 SK텔레콤 등은 단말기업체에 아직까지 위피 탑재 요청을 하지 않은 상태다.
하지만 이에대해 SK텔레콤은 “위탑 출시는 일정에 따른 것일 뿐 위피와는 무관하다”며 “무선인터넷 시장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11월에나 상용화되는 위피를 바라보고 서비스 개선 작업을 중단할 순 없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한편 ‘위탑’은 SK텔레콤이 1년여 가까이 공들여 개발한 것이어서 그 성능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데 특히 휴대폰에서 구동되는 애플리케이션의 종류나 실행속도 등을 좌우하는 무선인터넷플랫폼이라는 점에서 무선인터넷콘텐츠업체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위탑은 또 지난해 KTF가 채택한 퀄컴의 무선인터넷플랫폼 ‘브루’와 경쟁을 의식한 측면이 적지 않아 두 플랫폼간 비교우위도 관심거리다.
‘위탑’은 ‘브루’와 유사한 바이너리 다운로드 형태로 버추얼머신(VM) 없이 직접 애플리케이션을 구동할 수 있어 브루와 비슷한 애플리케이션 실행 속도를 구현할 것으로 관련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이와 관련, SK텔레콤 관계자는 “상용화된 지 얼마 안된 상태에서 얘기하기 힘들지만 자체 테스트로는 브루보다 나은 결과를 얻었다”고 말했다. 위탑은 또 개발환경이 개선돼 휴대폰에서 구동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의 종류가 많아질 것으로 보이며 동영상 등 멀티미디어 지원능력도 향상된 것으로 알려졌다. SK텔레콤은 위탑 출시에 따른 별도의 마케팅은 계획하지 않고 있지만 위탑 탑재에 따라 가능한 멀티미디어서비스 등 킬러 서비스를 부각시키는 광고는 가능하다고 밝혔다.
<김인진기자 ij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