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업 광고를 건너뛰면서 방송만 녹화할 수 있는 디지털 비디오 녹화기(DVR:Digital Video Recorder)의 이용이 늘어나 상업 광고가 TV에서 사라진다면 TV 시청자들은 현재 공짜로 보고 있는 TV 채널에 대해 돈을 내야 할 상황에 처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제이미 켈너 터너 방송국(TBS) 회장은 13일 TV 비평가협회 회의 연설에서 “티보(TiVo)나 리플레이TV(Replay TV) 등 광고를 쉽게 건너뛰게 해주는 장비 사용이 확대되면 현재 무료로 제공되는 TV방송과 케이블TV 기본 채널의 유지 방식에 변화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러한 변화와 관련해 공짜를 생각해선 안된다”며 “그러한 변화가 현실화될 경우 케이블TV건 위성TV건 현재 요금에 어림잡아 연간 250달러 정도의 요금이 추가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최근 조사에 따르면 DVR 이용자 중 70% 정도가 광고를 건너뛰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로서는 TV 보유 가정의 1% 정도만이 DVR를 소유하고 있지만 DVR가 케이블 셋톱박스나 위성 시스템과 연결돼 일상적으로 사용될 경우 DVR가 급속히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DVR 용도가 확장될 경우 상업방송이 들어가는 TV 방송이 5∼10년 내에 종말을 고할 공산이 크다”고 덧붙였다.
켈너 회장은 “TV 프로그램 내에 제품 광고를 흡수시키는 정도로는 DVR로 인해 사라질 광고수입을 메우기에 턱없이 부족하다”며 “이는 거대한 탱크에 물 한방 떨어뜨리는 정도에 불과하다”고 빗댔다.
모건 구엔터 티보 사장은 그러나 DVR와 TV의 관계를 켈너 회장과 다른 시각에서 평가했다. 구엔터 티보 사장은 ‘할리우드 리포터’에 실린 이날 인터뷰에서 “30초 광고는 이미 사라졌지만 600억 달러 광고산업 전체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며 “새로운 사업모델로부터 위협받지 않는 업체들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낼 것”이라고 낙관했다.
<한세희기자 hah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