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콘텐츠산업이 성공하기 위한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원소스 멀티유스의 구현이며 우리 업체도 이를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었다. 애니메이션을 먼저 띄운 후 다른 분야로 확대하는 것이 단계상으로는 맞는 수순일 것이었지만, 조기에 캐릭터의 인지도를 높이고 또한 게임 분야도 초반부터 진출하는 것이 좋은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다. 노출매체가 많으면 그만큼 더 많은 사람들이 오베이비를 볼 기회를 갖게 될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시도는 인력이 걸림돌로 작용했다. 워낙 적은 인력으로 콘텐츠를 개발하는 실정이라 게임에 투입할 인력이 없었다. 고민 끝에 기획과 그래픽은 내부 인력으로 처리하고 프로그램은 아르바이트를 쓰기로 했다. 오베이비의 첫번째 게임인 오베이비 모바일게임은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것이다. 어찌보면 무모한 시도였지만 이것이 바로 벤처정신이 아닌가 싶다.
초기 컨셉트와 캐릭터를 확정한 애니메이션은 제작에 탄력을 받게 됐다. 우선 선보여야 할 것이 예고편이었다. 애니메이션의 핵심은 당연히 동영상이기 때문이다. 더불어 오베이비 전용 웹사이트를 구축하기로 했다. 이런 목표를 정하고 거의 매일 회사에서 먹고 자고를 반복했다. 집에 가는 것은 그야말로 가끔씩 옷을 갈아입을 필요가 있을 때나 했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것은, 제작인원이 적었음에도 불구하고 작업에 있어서는 분업이 적절히 이뤄졌다는 것이었다. 배경 디자인, 애니메이션, 음악 등 거의 모든 요소들이 조화를 이루면서 작업은 원활하게 진행됐고 결국 예고편과 함께 사이트를 오픈하게 됐다.
사이트를 보면서 직원 모두는 감격에 겨웠다. 하지만, 동시에 초조한 마음도 생겼다. 바야흐로 우리 작품을 일반인들에게 공개하고 그 평가를 받는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스토리도, 캐릭터도 다행히 반응은 좋았다. 하지만 뭔가 부족한 느낌이 들었다. 사이트의 내용이 풍부해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새롭게 시작한 작품이었기에 많은 자료를 만들어낼 수 없는 것이 당연했지만 그렇다고 그 아쉬움은 어쩔 수 없는 것이었다.
그러던 어느날 회사에서는 사이트 개편 의사를 타진했다. 오픈한 지 얼마 되지는 않았지만, 보완할 수 있다는 데 매우 흡족했다. 결국 모든 스태프와 토론에 들어갔고, 그렇게 해서 지금의 모습으로 사이트가 만들어지게 됐다. 전과 다른 가장 큰 차이는 ‘휴식시간(break time)’이라는 코너가 신설됐다는 점이다. 어떤 작품이든 주연은 있다. 그러나 주연만으로 좋은 작품이 되는 것은 아니다. 주연은 조연에 의해 더욱 빛나고 그것을 통해 좋은 작품으로 탄생되는 것이다. 오베이비 사이트에서 ‘갤러리’가 주연이라면 ‘휴식시간’은 바로 조연 역할을 맡은 것이며 이는 대성공으로 이어졌다. 작품을 만들 때 마케팅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배우는 순간이었다.
<최영규 매직큐브 감독 youngkyu@magiccub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