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장비시장 지각변동 `예고`

 통신사업자와 통신장비업체간 수직적 관계가 최근 경쟁구도로 전환되면서 통신장비시장에 지각변동이 일고 있다.

 최근 통신사업자들이 통신장비 및 통신서비스가 융합되는 통신시장 환경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고 사업영역을 확대하기 위해 통신장비공급과 통신서비스를 결합한 새로운 통신사업 추진에 적극 나서면서 기존에 수요·공급업체의 수직적 관계였던 통신사업자와 장비공급업체들이 본격적인 경쟁체제에 접어들고 있다.

 특히 이같은 현상은 차세대네트워크(NGN) 구축사업을 비롯해 사이버아파트, 무선랜, 네트워크통합(NI) 등 신규 시장에서 더욱 두드러져 향후 통신장비시장의 구도에 변화가 적지않을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네트워크장비 시장의 화두로 부상하고 있는 NGN사업 부문에 있어서는 KT가 장비업체와 공동으로 핵심장비인 소프트스위치를 개발, 국내외 시장에 진출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앞으로 NGN시장을 둘러싸고 장비업체간 경쟁은 물론 통신사업자와 장비업체간 경쟁이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사이버아파트 시장에 대한 통신사업자와 장비업체간 격돌도 본격화되고 있다. 올 초 사이버아파트 증축을 진행하던 한신공영은 아파트용 스위치 장비구매를 위해 장비업체 A사와 납품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사이버아파트 서비스인 엔토피아 사업확대를 노리던 KT가 장비를 지원하겠다는 조건을 제시함에 따라 상황이 급선회, 결국 KT가 장비부문을 포함한 일체의 사업을 수주하게 됐다. A사는 대신 KT에 제품을 공급하게된 것으로 알려졌다.

 올들어 급부상한 기업용 무선랜 시장에서도 이러한 현상은 심심찮게 일어나고 있다. 올 초 전사적인 차원에서 무선랜 도입을 추진했던 교보생명은 국내외 무선랜 장비업체 4개사를 상대로 BMT를 갖고 업체 선정작업에 들어갔다. 하지만 무선랜 서비스 사업을 강화하고 있는 KT와 하나로통신이 사업경쟁에 뛰어들면서 상황이 급변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도 통신사업자들은 장비 무상 임대를 제시했고 두 회사는 자체적으로 구매한 장비를 갖고 기존 장비업체들과는 별도로 BMT까지 받을 수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비록 현재 교보생명이 내부사정으로 인해 무선랜 도입을 연기한 상태지만 관련업계는 결국 KT와 하나로통신 중 한 곳이 사업권을 따낼 것으로 보고 있다.

 네트워크구축사업 분야에서는 KT가 NI사업부를 신설, 기업시장 등을 대상으로 네트워크망 구축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특히 민영화 이후 수익사업 확대방안의 하나로 네트워크장비 유통사업을 확대하는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

 데이콤도 자사 NI사업부문을 자회사인 데이콤아이엔과 통합시켜 공공 및 기업용 NI 프로젝트 수주활동을 강화하고 있어 기존 NI업체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처럼 통신사업자가 신규 비즈니스모델 발굴을 위해 사업영역을 통신장비 분야로 확대함에 따라 그동안 통신서비스와 통신장비 영역으로 구분됐던 경계선이 점차 허물어져 통신장비시장에서 업체간 경쟁은 더욱 복잡하게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성욱기자 swkim@etnews.co.kr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