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보다는 둘이, 둘보다는 셋이 모이면 더 큰 힘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현대벤처클럽이 만들어진 것도 이같은 진실이 통했기 때문입니다.” 현대전자(현 하이닉스) 출신의 벤처기업인들의 모임인 현대벤처클럽(HVC)의 초대 회장을 맡은 김영환 블루리본테크놀로지 사장(60·현대전자 전 사장)은 약간 흥분해 있었다.
모임을 준비한 지 불과 수개월 만에 70여개의 업체가 참여했기 때문이다.
“처음 모임을 만들려고 할 때만 해도 이같이 많은 호응을 얻을지는 몰랐습니다. 삼성·LG·SK 등 다른 대기업 출신 벤처기업인들이 때로는 모기업의 우산 아래, 혹은 같은 배에서 출발한 동료애로써 뭉치며 다양한 시너지를 만들어내는 것이 굉장히 부러웠던 모양입니다.”
김 사장의 말대로 벤처업계에는 다른 대기업 못지 않게 현대전자 출신이 굉장히 많음에도 불구하고 공식적인 모임을 갖고 뭉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HVC는 현재 73개의 회원사와 15개의 후원기업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현대전자 출신이 세운 벤처기업과 분사기업이 회원으로 가입했고 후원기업은 하이닉스는 물론 현대엘리베이터·현대백화점·현대네트웍스·현대디지탈테크·한국물류·현대정보기술·현대오토넷 등 현대그룹 계열의 많은 기업들이 참여했습니다.”
시너지가 가능한 구성이다. 그러나 김 사장은 지금 당장 어떤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기를 기대하지는 않는다. 일단은 HVC가 안정적인 조직을 갖추는 데 총력을 기울일 생각이다. 그런 의미에서 당분간은 상호 연관성이 높은 분야별 모임을 활성화할 생각이다. 이를 위해 반도체, 소프트웨어·정보시스템, 통신·특수·위성, 전장·정밀·배터리, LCD·모니터·컴퓨터·멀티 등으로 분과위원회를 구성했다.
“HVC는 정치적인 집단이 결코 아닙니다. 실제 벤처기업을 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할 수 있는 일들을 함께 고민하고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게 목적입니다. 이를 위해 현대 계열의 대기업들은 정식 회원사가 아닌 후원기업으로 참여시켰습니다.” 순수한 벤처인만의 모임을 만들겠다는 생각이다.
“당분간 회원사들에게 코스닥등록, 투자유치, 마케팅, 조직관리 등의 컨설팅과 교육의 기회를 제공할 생각입니다. 물론 나중에는 VC·인큐베이팅업체 등과의 네트워크 구축은 물론 자체 펀드를 결성, 현대출신 초기기업이나 예비 창업자들에 대한 투자도 계획하고 있습니다.”
김 사장이 밝히는 HVC의 역할이 기대된다.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