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계 비리수사로 음반시장 `찬바람`

 검찰의 연예계 비리수사가 확대되면서 음반시장이 침체의 나락으로 빠져들고 있다. 가요계의 고질적인 관행인 ‘PR비’에 대한 검찰 수사가 방송사 프로듀서·간부와 기획사 고위 관계자 소환 등 전방위로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에스엠엔터테인먼트·도레미미디어·GM기획·싸이더스는 물론, 중소 기획사에까지 수사망이 넓혀지면서 국내 음반사들은 `개점휴업상태`에 들어가는 등 업무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실제로 수사대상에 포함된 회사들의 경우 신보발매는 예정대로 진행할 방침이지만 신규계약은 무기한 연기해놓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대해 음반업계 관련자들은 “음반판매 부진으로 연결되는 것은 시간문제”라며 “소리바다 가처분신청이 받아들여져 음반시장이 모처럼 활기를 띠지 않을까 싶었는데, 이번 검찰수사 때문에 음반시장은 또다시 침체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며 비관했다.

 ◇홍보부족에 따른 음반판매 부진=수사에 포함된 4개 메이저 음반 기획사들은 이번 수사와는 무관하게 신보발매를 진행할 방침이다. 에스엠엔터테인먼트가 18일 ‘문희준 2집’을 발표한 데 이어, 도레미미디어도 성시경 2집을 예정대로 발표할 예정이다. 또 다음주에는 ‘순수의 시대’와 ‘네멋대로 해라’ 드라마 O.S.T를 발표하는 등 당초 일정대로 발매할 예정이다.

 하지만 앨범 홍보는 상당한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어떤 음반이건 새로운 타이틀이 나오면 ‘음반 알리기’ 차원에서 지상파방송이나 케이블TV, 언론매체를 대상으로 대대적으로 프로모션을 해 왔으나 이번 검찰수사로 기획사의 운신의 폭이 좁아진 것은 사실이기 때문. 문희준이나 성시경이 아무리 인기가수라고 하더라도 일단은 많이 들려져서 음반이 좋다는 평을 얻어야 앨범이 팔리는 것을 감안하면 홍보 부족에 따른 음반 판매부진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수사선상에 올라 있는 기획사의 한 관계자는 “지상파와 케이블방송 PD들이 만나는 걸 꺼려 방송에 PR이 되지 않은 이후 음반판매량이 부쩍 줄었다”며 “사실상 개점휴업이나 마찬가지 상태”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신규계약에 차질=수사중인 4대 메이전 기획사의 경우 자체 전속가수도 있지만 중소 기획사에 일정액을 투자하거나 제휴를 맺고 음반 제작부터 홍보, 유통을 대행하는 사례가 많다. 모 회사는 60개가 넘는 중소기획사와 제휴를 맺고 있을 정도다.

 하지만 이번 검찰수사로 음반시장이 어수선해지면서 신규계약이 뒤로 밀리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중소기획사에서 발굴한 신인을 띄우려면 홍보가 생명인데, 시장 여건상 불리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들도 “안부전화만 하고 실제 계약은 뒤로 미룬 상태”라며 시장 분위기를 전했다. 이에 따라 국내 음반업계는 다양한 신인배출에 애로를 겪는 것은 물론, 자금회전에도 길이 막히면서 존폐 위기에까지 몰리고 있다.

 <정은아기자 ea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