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연연 평가시스템 `실속` 아쉽다

 국무총리실 산하 3개 연구회의 출연연 평가시스템이 눈에 보이는 단순한 성과에 집착한 나머지 연구인력과 예산을 낭비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18일 출연연구기관에 따르면 연구회가 매년 연말 개별 출연연의 경영실적을 평가하면서 연구원들의 평가 잣대로 특허출원 건수와 발표논문 수에 가중치를 둬 출연연들은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해 무리하게 특허출원과 논문 수를 늘리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일부 기관에서는 경영목표 달성을 위해 목표치를 각 부서에 할당하고 부서에서는 다시 소속 연구원들에게 이를 나눠주고 인사고과에 반영하는 사례까지 발생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급조된 특허출원 상당수가 중간에 포기되고 있으며 특허관리를 위한 비용도 만만치 않게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출연연 가운데 특허출원과 논문 발표가 가장 많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지난해 국내에서 881건을 특허출원하고 이 중 407건을 등록했으며 국제특허도 231건을 출원해 83건을 등록했다.

 그러나 지난해 특허등록을 포기한 건수도 국내 84건, 국제 57건 등 141건에 달해 출원 대비 7% 이상의 취소율을 나타냈으며 한해 동안 특허관리비용으로만 24억원을 썼다.

 또 국내외 논문 발표도 지난해 모두 2256건으로 미국 등 선진 연구기관보다 월등히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원자력연구소는 지난해 특허관리비용으로 국내외 특허 550건에 모두 3억8000만원을 지출했으나 특허를 취소한 비율이 6.3%에 달했다.

 생명공학연구원은 지난해 88건의 국내외 특허출원을 해 이 중 31건을 등록했으며 특허관리에는 8억6700만원 가량을 지출했다. 또 기계연도 91건의 특허를 출원하고 유지비용으로 2억6700만원을 사용했으며 논문도 909건을 발표했다.

 이처럼 출연연들이 특허출원과 논문발표에 매달림에 따라 많은 시간과 예산이 낭비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출연연 한 관계자는 “인사고과에 반영되기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목표치를 달성해야 한다”며 “연구성과를 일률적인 숫자로 나타내기보다 실질적인 수익을 가져다주는 성공적인 기술만으로 평가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연구회의 한 관계자는 “기관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정량적인 방법 외에 선택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다”며 “노벨상을 받을 특허나 논문은 숫자만 많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기 때문에 출연연마다 가중치를 둬 기관 특성을 반영한 평가를 하려 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