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 정보화 예산이 사업수행 원가에 견줘 터무니 없게 낮게 책정되고 있다는 SI업계의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국방 정보화를 위한 컨설팅 예산이 실제 사업수행에 소요되는 원가의 20%에도 못미칠 정도로 턱없이 낮게 책정돼 있어 사업 수행에 막대한 지장이 초래되고 있다는 것이다. SI업계는 특히 적자를 감수하면서까지 국방 정보화 컨설팅 사업에 참여할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국방 정보화 컨설팅프로젝트 현황=지난달 실시된 ‘국방 동원업무 혁신방안(BPR) 및 정보화전략계획(ISP) 수립’사업 입찰에서는 한 업체도 응찰하지 않아 자동 유찰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그동안 국방 정보화 사업에서 장비성능테스트(BMT) 불합격 때문에 입찰을 다시 실시한 사례는 있었으나 이번처럼 응찰 업체가 없어 자동 유찰되기는 처음이다.
이에 따라 국방부 조달본부는 2차 입찰에 나서 이달 18일까지 입찰등록을 받고 19일 입찰을 실시키로 했으나 등록 마감 결과 1개사만이 참여해 또 다시 자동 유찰된 것으로 알려졌다. 더구나 일부 업체들의 경우 사업제안서를 이미 작성해 놓았으나, 적자 폭이 크다는 판단아래 제안서를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앞서 사업자를 선정했던 해·공군 전술지휘통제자동화 체계(C4I) 개념연구 사업의 경우, 원가는 12억원 정도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예산은 5분의 1에도 못미치는 2억원이 책정됐다. 이 사업은 결국 1억5000만원에 수주계약이 이뤄졌다.
앞서 국방 인사 BPR수립 사업 역시 원가는 10억원 가량에 달함에도 불구하고 2억원에 발주됐으며, 육군 장비 구매사업은 원가가 56억원 정도였으나 45억원대에서 낙찰됐다. 게다가 장비정비 정보체계 개발사업을 위한 1차 사업의 경우 2억원 규모가 소요되는 사업이었음에도 2000만원선에서 계약이 맺어졌다.
◇첨예한 입장차이=국방부측은 이번 동원 BPR·ISP수립 사업 예산으로 2억원을 책정해 놓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국방부측이 계획한 컨설팅 업무 범위를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10억원 이상이 소요될 것이라는게 기업 관계자들의 공통된 주장이다.
SI업계의 한 임원은 “국방 프로젝트 주관기관에서 책정해 놓은 노임 단가가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기업들은 사업을 수행해도 남는게 없다”며 “이대로라면 국방 정보화 사업은 하면 할수록 손해”라고 지적했다. 특히 업체들로서는 적자를 내면서 BPR·ISP 사업을 수행했다고 하더라도 본 프로젝트를 수주해낸다는 보장이 없어 무작정 출혈을 감수하며 뛰어들기는 힘들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국방부측은 “SI업체들이 이같은 사업 수행 경험이 부족해 외국계 컨설팅 인력을 활용하려 하기 때문에 그같은 비용결과가 나오는 것”이라며 “예산은 사업계획을 바탕으로 제대로 짜여져 있다”고 반박했다.
◇대책=이같은 논란에 대해 국방 정보화 전문가들은 현실을 반영한 사업예산 책정과 입찰 방식의 개선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그렇지 않고서는 결국 국방 정보화 사업의 부실화를 초래할 수밖에 없고 업체들의 수익성도 악화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특히 민간기업의 특성상 모든 기업들은 이익을 남기기 위한 방향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밖에 없게 됨에 따라 결국 사업의 부실화가 우려된다는 것이다. 이에에대 학계의 한 SI전문가는 국방 사업에 ‘적정가 계약 방식’과 같은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며 대안을 제시했다.
그는 또 국방부측이 국방 정보화 컨설팅 프로젝트에 대해 인력투입 합계를 기준으로 한 기존 맨먼스(m/m) 방식을 고집하고 있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와 함께 그는 “국방 정보화 사업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감사 과정에서 ‘맨먼스 검열’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온기홍기자 khoh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