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리뷰>상상은 미래를 부른다

 ◆최성우 지음/사이언스북스 펴냄

 

 ‘미래는 상상이 가져온 결과물?’

 미래는 어떻게 오는가. 미래는 현실의 진화이자 동시에 상상이 빚어낸 창조물이기도 하다. 68년 스탠리 큐브릭 감독은 아서 클라크의 SF소설 2001년 스페이스 오디세이를 영화로 만들어 당시 미래였던 2001년 우주의 모습을 그려보았다. 당시 까마득하게 보였던 2001년은 이미 우리에게 과거로 남아있다.

 그러나 놀랍게도 33년전에 상상했던 2001년의 모습은 우리가 겪은 ‘과거 2001년’과 흡사하다. 영상전화는 상용화 단계에 와있고 음성인식 확인장치는 이미 사용되고 있다. 국제 우주정거장은 연구용으로 수년전부터 운영되고 있으며 머지 않아 민간인을 위한 우주호텔로 건설될 것이다. 물론 영화속 우주인들은 여전히 필름 카메라를 쓰고 펜과 종이를 사용하는 등 디지털 카메라나 PC, 인터넷의 존재는 모르는 듯하다.

 이는 미래는 기술의 발전에 따라 도식적으로 변화한다기보다는 인간의 상상력에 의해 바뀔 수도 있다는 하나의 암시이기도 하다. 특히 19세기 이후 본격적으로 선보인 많은 SF소설과 영화들은 과학기술의 발전과 맞물리면서 꿈을 점차 현실로 만들어가고 있음을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다.

 사이언스북스가 펴낸 ‘상상은 미래를 부른다’는 상상력은 과학기술을 움직이는 원동력이며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 역시 과거에 어느 정도 상상된 세계라는 점에 주목한다. 과학 저널리스트인 저자 최성우는 그의 전작 ‘과학사 X파일’에 이어 다시 한번 일반인을 위해 재미있는 과학 이야기를 풀어놓고 있다.

 이 책은 SF속의 과학적 상상에서 출발해 우리가 살고 있는 첨단 과학의 세계를 둘러보고 앞으로 펼쳐질 미래 사회의 모습까지 조망하는 역할을 충분히 해낸다.

 총 4부 가운데 1부 ‘상상은 미래를 부른다’는 먼저 여러 SF소설이나 영화속에 비친 과학의 모습들을 소개한다. 여기에서는 인간의 상상력이 과학기술의 여러분야에 걸쳐 어떻게 현실화되어 왔는지를 흥미있게 돌아보고 있다. 쥘 베른의 소설 ‘지구에서 달까지’(1865)는 20세기 중반에야 가능했던 아폴로 우주선의 달 여행을 너무도 흡사하게 그렸다. 영화로 제작된 마이클 크라이튼의 소설 ‘쥐라기 공원’(1990)은 호박 속에 든 모기의 화석으로부터 중생대 공룡의 DNA를 추출해 복제한다는 기막힌 착상으로 고생물학, 지구과학 연구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2부와 3부는 현실로 눈을 돌려 본격적으로 첨단 과학기술과 미래 사회 모습을 분야별로 상세히 살펴본다. IMT2000으로 상징되는 차세대 이동통신과 인터넷, 세상을 바꿀 나노기술, 인간 게놈 프로젝트를 비롯한 생명공학, 노화를 막는 기술과 첨단산업의 미생물 이용법 등과 같은 미시적인 과학기술 분야는 물론 물리학과 화학, 교통, 기상, 우주, 해양 등을 포함한 거시적인 과학기술 분야까지도 다루고 있다.

 마지막 4부 ‘과학은 어디로 가는가’에서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군사, 법률 등 과학 외적인 여러 요소와 과학기술의 관계를 살핀다. 인터넷 시대의 지적 재산권이나 이동통신의 차세대 표준 같은 과학기술 현안과 벤처 기업의 위기, 과학 행정의 문제점, 이공계 기피 현상 등 사회·문화적인 부문까지 꼼꼼히 짚고 있다.

 <조인혜기자 ihch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