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MRO 이견 사장(klee@lgmro.co.kr)
온 나라가 월드컵 열기로 뜨겁다. 뼈를 깎는 고통을 이겨낸 세계 최고의 기량을 가진 젊은이들이 푸른 잔디 위에서 최선을 다해 뛰는 모습은 언제 봐도 아름답다.
이번 월드컵도 많은 전문가들의 예상을 빗나가는 결과가 속출했다. 강호의 몰락과 약체로 예상됐던 팀들의 선전, 그 중에서도 프랑스·아르헨티나의 16강 탈락과 잉글랜드·브라질의 부활을 보며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된다.
프랑스는 98년 월드컵에 이어 유로2000에서도 우승을 차지한 명실상부한 세계 최강팀이었고 아르헨티나도 남미 예선을 1위로 통과해 대부분의 축구 전문가들이 이 두 팀의 결승대결을 점칠 정도였다. 반면 브라질은 탈락의 위기까지 겪으면서 간신히 예선을 통과해 축구왕국의 자존심을 구겼고, 잉글랜드 또한 오랫동안 침체기를 겪다가 외국인 감독을 영입하면서 조금씩 분위기가 살아나고 있는 정도였을 뿐 프랑스·아르헨티나보다 한수 아래로 평가받고 있었다.
그러나 실제 본선에서의 결과는 정반대로 나타났다. 이런 결과를 가져온 원인은 무엇일까. 마침 월드컵 기간 중 읽은 특이한 경영지침서 ‘The Goal’에서 해답의 단초를 찾을 수 있을 것도 같다.
이 책은 부진한 생산 실적으로 폐쇄 위기에 처한 공장의 리더 알렉스 로고 공장장이 대학시절 은사의 컨설팅을 받아 경영혁신에 착수, 3개월 만에 기적 같은 생산성 향상을 이뤄내 공장을 살리게 되며 자신은 본부장으로 승진한다는 내용의 소설이다.
아마 경영이론을 소설 형식을 빌어 쓴 경우는 이 책이 거의 유일할 것 같고 읽는 재미도 쏠쏠할 정도로 나름대로의 문학성도 갖추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경영혁신 이론은 저자인 엘리 골드렛이 창안한 ‘제약조건이론(TOC:Theory of constraint)’을 말한다. ‘제약조건이론’은 (기업의) ‘Goal’에서 시작한다.
기업의 목표는 ‘돈을 번다’는 것이고 기업이 돈을 버는지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지표로 세 가지를 제시하는데 이는 현금창출률·재고·운영비용이다.
기업이 돈을 벌기 위해서는 최적의 재고와 최소의 운영비용으로 최대의 현금창출을 이뤄내야 하는데 제품 생산에는 많은 단계가 있고, 또한 그 단계마다 걸리는 시간이 일정하지 않은 것이 기업의 목표 달성을 제약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어떤 제품 하나를 생산하는 데 열 개의 공정이 있고 그 중 1∼5, 그리고 7∼10까지의 공정이 모두 1시간 정도 걸린다고 하더라도 6단계에서 걸리는 시간이 2시간이라면 이 제품의 생산에 걸리는 총시간은 6단계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이며, 엘리 골드렛은 이러한 단계를 ‘병목자원’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한다.
결국 기업의 생산성 향상을 위해서는 이 병목자원을 찾아내 이 자원의 생산에 필요한 시간을 단축할 수 있도록 해야 하고 그것이 불가능하다면 다른 공정과의 관계를 적절하게 재설정하는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책의 저자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이 정도인 것 같은데 독자가 놓치지 말아야 할 더욱 중요한 요소가 행간에 있다. 그것은 바로 조직원의 일에 대한 열정을 이끌어 내는 리더의 능력이다.
이 책에 조연으로 등장하는 사람들은 공장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며칠씩 밤샘 작업을 마다하지 않는다. 조직원들의 이러한 헌신적 노력이 어쩌면 요나 교수의 이론보다 공장을 살리는 더욱 중요한 요소였을 것이라는 점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조직원의 조직을 위한 이러한 헌신적인 노력은 리더에 대한 신뢰 없이는 불가능한 것이다. 리더와 조직원의 상호 신뢰, 서로 비슷한 전력을 가졌지만 우수한 성적을 내고 있는 팀과 예선도 통과하지 못한 팀의 차이는 바로 이런 데 있을 것이다.
이 책이 미국에서 출간된 것은 84년으로 지금부터 18년 전이다. 그 이후 수많은 경영혁신 이론이 나왔고 ‘TOC이론’은 이제는 특별할 것이 없는 일반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이라고 할 정도로 많은 시간이 지난 최근에야 우리말로 번역됐다.
조금 억지를 부리자면 최초 출간 이후 18년 만에 우리말로 번역이 됐다는 것은 우리와 미국의 국가경쟁력 갭이 그 정도라는 걸 상징하는 것 아닐까.
우리 선수들의 잠재력을 살려 4강까지 우리 축구를 끌어 올린 히딩크의 역할을 해줄 그런 리더가 있다면 우리의 경제력도 18년의 갭을 줄이고 초일류 국가로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