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보사피엔스 이야기>(27)재활로봇  

 한국에서 장애인이 홀로서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월드컵 4강을 계기로 우리도 성숙한 세계시민으로 거듭났다고 모두가 자부하지만 장애인 복지분야만 보면 한국이 세계 50위권에도 못드는 후진국임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유독 심하고 기본적인 복지 인프라조차 미비하다. 장애인도 지하철, 대중버스를 타게 해달라는 목소리조차 몇 년째 수용되지 못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이처럼 낙후한 장애인 복지문제를 개선하는데 향후 첨단 로봇기술이 일조할 것으로 기대된다.

 몸이 불편한 사람을 돕는 로봇, 일명 재활로봇, 복지로봇이라 불리는 로봇공학이 국내서도 실용화에 근접하고 있는 것이다. 재활로봇은 손상된 팔, 다리 등 신체기능을 기계적으로 보완하는 것이다. 사람이 어떤 이유로든 신체가 불편해지면 남에게 의지하게 된다. 장애인이 독립적인 생활, 홀로서기를 하려면 재활로봇이 필요한 것이다.

 재활로봇의 최종적인 목표는 인간뇌파나 근전도 등 생체신호로 외부로봇을 자유롭게 제어하는 것이다. 이는 복잡 미묘한 인체의 신경전달체계로 전기모터를 제어하는 구조기 때문에 아직도 풀어야할 문제가 많다. 우선 전단계로 조이스틱으로 제어하는 로봇팔이 실용화되고 있는데 국내서는 카이스트 복지로봇 연구센터에서 휠체어에 탑재하는 장애인용 로봇팔을 내년말 완성할 예정이다. 이곳에선 현재 손을 못쓰는 환자가 자신의 안경을 로봇팔로 끼는 단계까지 성공했는데 상용화도 충분히 가능한 수준이라고 연구원들은 장담한다.

 이밖에도 자연스런 보행이 가능한 전자식 의족, 환자의 기능회복을 위한 훈련용 로봇, 간호활동을 돕는 전동침대, 전동휠체어 같은 형태의 재활로봇은 이미 실용화에 가속이 붙고 있다.

 재활로봇의 보급에 가장 큰 문제점은 기술적인 측면보다 경제력이 빈약한 장애인들이 과연 수천만원짜리 재활로봇을 구매할 능력이 있느냐는 점이다. 경제적 능력이 빈약한 장애인들에게 재활로봇이란 아직도 너무 먼 존재다. 선진 외국에선 장애인 보조도구를 정부에서 대부분 지원하지만 아직 국내에선 조잡한 의족, 의수조차 구하지 못하는 장애인도 많다. 이런 상태라면 뛰어난 재활로봇이 국산화되어도 장애인 계층의 90%는 혜택을 누리지 못할 것이다.

 단지 장애인도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싶다는 외침조차 묵살되는 나라에서 첨단기능을 갖춘 장애인 로봇시장의 도래는 다소 비현실적인 얘기로 들린다.

 사람은 늙으면 누구나 장애인이 된다. 시력, 청력도 떨어지고 팔다리도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도와줄 사람이 사람이 없다면 쓸 만한 보조기계라도 있어야 인간의 존엄성을 유지할 수 있지 않을까.

 무덤으로 가는 마지막 여정을 도와줄 재활로봇에 관심을 갖는 것은 독자 자신을 위해서도 바람직한 일이다.

 bail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