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과 정보시스템 아웃소싱.’
늘상 거론되는 진부한 논란거리지만 둘 사이에는 여전히 만나기 힘든 평행선이 있다. 은행 입장에서 보면 핵심 계정계 업무에 비해 ‘가벼운’ 축에 속했던 인터넷뱅킹도 아웃소싱에 인색하긴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지난 98년 시중은행에 인터넷뱅킹이 전면 도입되던 시기, 아웃소싱을 강력하게 주창했던 사람이 있었다. 주인공은 당시 한국통신(현 KT)에서 시중은행들과 함께 인터넷뱅킹 사이트를 공동 운영했던 김춘길씨(39). 바로 현 뱅크타운(http://www.banktown.com)의 사장이다.
“13개 은행을 대상으로 뱅크타운 사업을 시작했지만 금융당국의 보안성 심의를 통과한 99년 첫 상용서비스에는 결국 6개 은행밖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대다수가 자체 도입에 무게를 싣고, 뱅크타운은 테스트 정도로 그쳤던 게 사실입니다. 짐작은 했지만 현실의 장벽은 예상보다 컸습니다.” 김 사장의 회상이다.
그러던 은행들이 요즘에는 오히려 그를 찾고 있다. 뱅크타운의 인터넷뱅킹 애플리케이션임대서비스(ASP)가 안정적인 시스템 운영을 위한 이중화 장치, 또는 백업 서비스의 대안으로 판단됐기 때문이다. 은행들은 특히 은행마다 인터넷뱅킹 등록고객이 많게는 300만명에 이르러 잦은 시스템 부하가 발생하고, 주5일 근무제를 시행하면서부터 그 여파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되자 태도가 달라진 것이다. 덕분에 뱅크타운은 요새 인터넷뱅킹 ASP 가입 은행이 17개로 크게 늘었다. 그는 “결국 무리하게 스스로 해결하기보다 효율적인 외부 아웃소싱을 찾는 식으로 은행들의 인식도 전환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벤처기업에 불과했던 뱅크타운이 은행들로부터 점차 신뢰를 얻고 있는 비결은 무엇보다 축적된 기술력이다. 뱅크타운의 직원들은 한국통신 시절부터 인터넷·모바일 등 전자금융 엔진을 개발해 온 이력에다, 윈도 기반의 분산 클러스터링 기술을 활용해 대규모 장비 없이도 시스템 가용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기량을 갖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
엄청난 규모의 데이터센터를 연상했던 기자가 의외로 ‘왜소한(?)’ 전산실을 보고 놀라자, 김 사장은 “적게 투자하고도 믿을 만한 아웃소싱센터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노하우”라고 귀띔했다. 큰 인기를 모았던 신한은행의 초고속 뱅킹프로그램 ‘이지플러스’나, 우리은행(옛 평화은행)의 대출서비스 ‘따따따론’도 뱅크타운의 작품이다.
김 사장은 “조만간 시중은행에 이어 신용카드·보험·서민금융 등 금융권 전반에 인터넷뱅킹 ASP를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내 보였다. 한국통신 1호 사내벤처에, 지난해 9월 최초 분사기업이라는 기록을 갖고 있는 뱅크타운은 최근 설립 1년도 채 안돼 흑자로 돌아섰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