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베어본PC 4종
<분석 : 피시가이더 김영로 팀장(tester@pcguider.com)>
기본적인 부품인 케이스와 주기판, 전원공급장치 등 필수부품만을 반조립해 공급되는 베어본(bare bone)PC의 출시가 잇따르고 있다. 기본적으로 전원공급장치를 갖춘 케이스에 주기판 정도만 갖춘 경우가 가장 흔하다. PC의 가장 기본이 되는 뼈대만을 공급하고 CPU와 메모리, 하드디스크는 쓰임새나 예산에 맞춰 적당한 것을 구매해서 장착할 수 있는 형태다. 조립의 번거로움을 덜 수 있고 값도 상대적으로 비싸지 않다. 게다가 토대가 되는 주기판은 이미 안정성이 보장된 제품을 쓰는 경우가 많아 조립PC에 비해 비교적 안정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아직 저변은 넓지 않지만 이같은 장점 덕분에 베어본PC 공급업체들이 크게 늘고 있는 상황이다. 베어본PC를 고를 때는 기본이 되는 주기판을 잘 살피는 것이 좋다. 또 손으로 열기 쉬운 나사를 쓴다든지, 각종 커넥터나 연결단자의 위치가 쉽게 되어있는지를 반드시 살펴야 한다. 베어본PC를 고르면서 멋진 디자인만 보는 것은 제일 어리석은 일이다.
또 다양한 외부 연결포트를 갖추었는지를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 범용직렬버스(USB)단자는 몇개인지, 같은 USB단자라 하더라도 USB1.1인지 속도가 빠른 2.0버전인지를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 게다가 요즈음 인기를 끌고 있는 IEEE1394를 기본적으로 갖추고 있다면 더욱 좋을 것이다. 기왕이면 사운드 및 USB와 같은 기능은 앞쪽에도 단자를 갖추고 있다면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베어본PC의 쓰임새 가운데 하나는 멀티미디어 기기로 쓰는 것이다. 즉, TV 근처에 두고 DVD타이틀을 돌리거나 5.1채널 스피커와 연결해서 고급 오디오처럼 쓰는 경우다. 이럴 때는 무엇보다 TV아웃 기능을 갖추고 있는지, 해상도의 제약은 얼마인지를 살펴야 한다. 당연히 5.1채널 사운드의 출력단자 역시 잘 살펴야함은 물론이다. 쓰임새에 따라 베어본PC를 고르는 요령에도 차이가 생기게 된다.
베어본PC의 장점이자 약점은 작은 크기에 완벽한 시스템이 모두 갖춰진다는 것이다. 따라서 아무래도 열이 심하게 마련이고 안정성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다. 좋은 베어본PC란 열이 심하지 않아야 함은 물론이다. 일부 제품은 열을 식히는 데 지나치게 신경쓴 나머지 덩치가 큰 쿨러를 몇개 달아놓은 경우가 있다. 이럴 때는 생각보다 심한 소음에 금세 후회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베어본PC를 살펴볼 때는 얼마나 조립이 쉬운가 하는 점도 중요하다. 베어본PC는 크기가 작다보니 컴퓨터 조립에 익숙한 이들도 생각보다 조립이 어렵다는 경우가 많다. 멋진 디자인도 중요하지만 그 안에 컴퓨터 부품이 어떻게 자리잡는지도 잘 살피는 것이 중요한 판단기준이다.
<총평>
테스트에 참가한 제품들을 살펴보면 이제는 베어본PC에 대한 인식이 달라져도 좋다는 것을 피부로 느낄 수 있다. 한결같이 세련된 디자인은 ‘베어본PC=보급형PC’라는 등식을 만들 수 있을 정도다. 심지어 알루미늄으로 만들어진 제품이나 튜닝의 개념을 도입한 제품도 있다.
성능 역시 펜티엄4를 바탕으로 하는 강력한 CPU 성능이 돋보인다. DDR 메모리를 쓰는 제품의 경우 더 이상 문제삼지 않아도 좋을 성능을 보여준다. 그래픽코어를 갖춘 제품의 경우 보급형 이상의 성능을 보이고 있으며, 따로 AGP슬롯을 갖춘 경우 그래픽 선택의 폭은 더욱 넓어진다. 여기에 문제가 되던 확장성 역시 컴퓨터 안쪽에 무엇을 갖추기보다는 바깥쪽에 다양한 단자로 부족한 확장성을 슬기롭게 해결한 모습들은 인상적이다. IEEE1394와 USB2.0 단자에 TV아웃 등 다양한 단자를 갖춘 모습은 베어본PC가 진화하는 모습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런 관점에서 굳이 이번 실험의 승자를 택한다면 MSD의 스페이스워커를 찾을 수 있다. 작은 크기에 가볍고 세련된 알루미늄 케이스는 매력적인 요소이다. 열 문제도 해결했으며 USB는 물론 IEEE1394까지 갖춘 재주는 분명 좋은 베어본이 갖춰야 할 대목에 충실한 느낌이다. 굳이 단점을 꼽는다면 소음이 심하다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비싼 값도 아쉽다. 베어본PC의 장점 가운데 하나가 경제성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에버넷 마이크로 이큐브(e-Cube)는 생소한 제품이기는 하지만 제품 자체는 좋은 점수를 줄 수 있다. 독특한 디자인으로 세컨드PC로도 잘 어울리며, USB2.0까지 갖춘 사양역시 남부럽지 않다. 국내에서는 큰 인기는 없지만 비아 P4M266으로 그래픽 기능을 갖추고 있으면서 따로 그래픽카드를 쓸 수 있는 점은 분명 큰 장점이다. 다만 지나치게 첨단인 디자인이 오히려 단점으로 지적될 수 있으며, 앞쪽의 게임포트같이 조금은 어색한 기능도 눈에 들어온다. 무엇보다 상대적으로 비싼 값에 비해 떨어지는 인지도를 어떻게 해결하는가 하는 문제가 남아있다.
에어오픈 제품은 책처럼 얇은 세련된 디자인과 쉬운 조립이 눈에 들어온다. 갖출 것은 모두 갖추고도 이렇게 얇고 쓰기 편하게 만든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다만 그래픽카드의 선택폭이 매우 좁다는 것은 고쳐져야 할 문제다.
ST컴의 블랙스타는 정통 베어본PC라기보다는 미니PC에 가깝다. 뛰어난 주기판 성능과 깔끔한 디자인, 적은 소음과 잘 되어있는 열처리는 박수를 보내고 싶다. 다만 메모리를 제대로 꼽기 힘든 문제와 쿨러와 전원공급장치가 맞닿는 문제 등은 빨리 고쳐져야 할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