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업계 핫 이슈>(4)미래 투자를 어떻게 끌어낼 것인가

 “먹여 살릴 부문이 없다.”

 그동안 IT산업의 동력임을 자인해온 통신업계에서 흘러나오는 말이다. 통신업계는 신기술과 서비스를 개발함으로써 ‘IT강국’의 초석을 세우는 데 성공했으나 ‘앞으로 무엇으로 먹고 살 것인가’라는 질문 앞에선 초라해진다.

 대외적으로는 월드컴·AT&T·BT 등 세계적인 통신기업들이 하루가 다르게 쇠락해가고 있으며 통신시장 경쟁의 여건 또한 날로 악화되고 있다. IT기술의 흐름과 변화를 제대로 읽지 못한 탓이다. 특히 인터넷환경의 흐름을 정확히 짚어내지 못했고 인터넷이 통신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과소평가한 것도 큰 요인이다. 모바일 환경의 급속한 확산 역시 중요한 요인이다.

 유무선, 음성·데이터, 통신·방송의 통합은 미래 기술흐름이다. IT부문의 특성상 한번 밀리면 다시 앞서는 기회를 잡기란 쉽지 않다. 따라서 세계적인 통신기업들은 차세대 기술을 선점하고 시장을 주도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리 기업들 역시 통신입국 이후 새로운 과제에 직면했다. 다름 아닌 미래를 위한 투자부문이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정부 주도로 통신인프라를 확충하고 기업들의 투자를 이끌어내 통신입국으로서의 기틀을 다지는 데 성공했다. 교환기와 CDMA 부문의 성공은 이를 입증하고 있다. 초고속인터넷 부문의 성공은 특히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을 정도다. 월드컵 기간중에는 시험적이기는 하지만 유무선을 통합한 개념의 디지털라이프 체험관과 차세대이동통신(IMT2000)서비스가 IT코리아의 위상을 높였다.

 그렇다면 이 바탕위에서 무엇을 세울 것인가. 또 어디에 어떻게 투자해야 할 것인가. 업계 전문가들이 말하는 당장의 고민거리이다. 전문가들은 특히 정보통신 기술과 정책에 정통하다는 신임 이상철 장관에 대한 기대가 높다. 그의 입각과 더불어 교환기·CDMA·초고속인터넷서비스를 이을 새로운 신화를 정부가 만들기를 기대하고 있다.

 현재 추진되거나 새로 논의되는 미래 투자분야로 인터넷전화(VoIP)·가상사설망(VPN)·e비즈니스·무선인터넷(무선랜)·차세대네트워크(NGN)·위성통신·4세대통신이 꼽힌다. ADSL 이후 VDSL·SDSL 등의 분야도 새롭게 논의되고 있다.

 그렇지만 ‘중요한 기술’이라는 총론만 있지 ‘어떻게 투자하고 준비할 것인가’라는 각론은 없다. 심지어 책임회피가 만연한 공무원 사회의 특성상 투자실패에 따른 문책을 우려해 이미 실패 가능성이 내재된 프로젝트를 어떻게든 끌고 가려는 경우도 있다. 이미 몇몇 프로젝트는 이같은 우려를 말끔히 지워버리기 어렵다. ‘닫힌’ 논의구조와 ‘느린’ 의사결정의 폐해다.

 아무리 미래 첨단기술이라 해도 후방산업과 연계가 없는 투자는 무의미하다. ‘선택과 집중’이 중요한 화두다. NGN을 기반으로 하는 VoIP의 경우 현 유선을 대체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를 이용한 다양한 서비스를 개발할 필요가 있다. e비즈니스 역시 미래의 정보통신 핵심사업이니만큼 미래사업모델로 인터넷 솔루션을 개발하는 등 신시장을 창출하도록 유도해야 할 것이다. 초고속인터넷사업과 다양한 e비즈사업을 연계하거나 국내 벤처기업과의 협조체제를 구축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물론 정확한 시장의 수요예측을 전제로 하고 있다.

 이미 ATM의 경우 기술의 흐름과 시장의 수요를 읽지 못해 투자한 수많은 인적·물적 자원이 묶이는 결과를 초래했으며 IMT2000의 경우 예상했던 시기를 넘기게 됨에 따라 추가투자와 후방산업에 엄청난 부담을 주고 있다. ATM은 인터넷 환경이 ALL IP화하고 있고 IMT2000의 경우 시장의 반응이 살아나고 있어 경우에 따라서는 호기를 맞을 수도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따라서 정부의 정책적 지원은 민간의 능동적인 참여를 전제로 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통신기업의 투자를 유인하는 다양한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얘기다. 각종 표준화 작업과 인력수급은 물론 법·제도 정비와 남북정보화 협력에 이르기까지 민간을 참여시켜야 한다. 민간이 끼면 이해상충이 생기게 마련이다. 이때 정부가 나서 구획정리하면 된다. 정책 실무자들이 스스로 공부를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 민간의 말을 잘 새겨듣는 귀도 필요하다.

 연세대 황금찬 교수는 “미래 기술흐름을 예견하고 여기 맞춰 시의적절한 투자 정책을 펴야 한다”며 “이를테면 ADSL처럼 가까운 미래에 관심을 기울일 분야를 만들어 정책적으로 지원하고 투자를 유도해 후방 산업까지 육성하는 프로그램을 많이 만들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그러나 이는 정통부만의 몫은 아니며 산자부·과기부 등이 공동으로 로드맵을 만들어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박승정기자 sj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