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윤승기 애질런트사장

본격적인 휴가철이 다가온 가운데 일벌레로 소문난 대기업 CEO들이 올들어 전례없이 긴 일정의 여름휴가를 계획 중인 것으로 나타나 눈길을 끈다. 한국애질런트테크놀로지스의 윤승기사장(50)은 다음주부터 무려 20일간의 여름휴가를 떠난다. 입사한지 23년간 일에만 매달려온 윤사장이 야무지게 휴가일정을 늘려잡은 이유는 의외로 단순하다.

 “일을 더 열심히 하기 위해서죠. 휴가를 잘 활용하면 재충전된 상태로 더 의욕적으로 업무에 임할 수 있거든요.” 휴가가 회사일과 상극이 아니라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하지만 이런 논리를 몸소 실천하는 것은 윤사장 자신도 이번이 처음이다. 회사사정을 봐가며 여름에 2∼3일 쉬거나 그나마 단축되는 경우도 많았던 윤사장은 이번 휴가기간 중 3짜리 아들을 데리고 20일간의 유럽배낭여행에 나설 참이다.

 "잦은 해외 출장으로 가족과 대화시간이 너무 부족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들녀석이 아빠하곤 대화가 안된다는 이야기를 하는데 충격을 받고 새로운 여름휴가를 구상했지요.”

 그는 이번 휴가동안 히딩크의 네덜란드 고향마을도 방문하고 아들이 무엇을 생각하는지도 관심을 가질 예정이다. 회사와 연락에 필요한 노트북, 휴대전화도 일체 갖고가지 않는다.

 완전한 자유시간을 가질 계획이다. 윤사장은 지난달 회의시간에 직원들한테 휴가를 어떻게 가는지 본보기를 보여주겠다고 공언한바 있다. “ 연차가 높아질수록 회사원의 명목상 휴가일수도 늘지만 상사눈치보는 직장생활이 어디 그런가요. 하지만 우리나라도 휴가의 개념은 달라져야 할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휴식이 필요한 사람은 쉬어야 하고 일할 때는 프로근성을 발휘해서 일하는 풍토가 확립돼야 진정한 선진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다고 윤사장은 강조한다.

 이미 주 5일 근무제가 산업계 전반에 확산되고 월드컵을 계기로 놀이문화에 대한 새로운 국민의식이 자리잡는 추세다. 앞으론 회사사정을 들어 휴가일정을 자진반납하는 모범을 보여온 대기업CEO들의 휴가관도 바뀔 듯 싶다.

 

<배일한기자 bail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