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인상가의 새주인 찾기가 막바지 진통을 겪고 있다.
2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용산 컴퓨터 부품상가를 대표하는 선인상가의 소유권이 기존 선인산업에서 지난 16일자로 지포럼에이엠씨라는 개발회사로 넘어간 것이 뒤늦게 밝혀졌다. 법원의 경매를 통해 상가를 낙찰받은 선인산업임차인조합이 오는 24일 경매잔금을 납부하면 소유권이 조합으로 이전될 상황에서 이처럼 국면이 급박스럽게 전환됨에 따라 향후 지포럼에이엠씨와 임차인조합간 법정공방도 뜨거워질 전망이다.
선인상가의 소유권을 새롭게 취득한 지포럼에이엠씨측은 이미 지난달 25일 기존 선인산업 주주들과 선인상가의 매매계약을 체결했으며 지난 16일자로 법원에 취득세, 등록세 등을 납부하고 선인상가 소유권을 완전히 이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소유권을 취득한 지포럼에이엠씨측은 선인산업이 안고 있는 부채와 임차인들의 보증금을 포함한 약 966억원에 대한 선인산업의 채무를 대신 변제한다는 의미로 법원에 966억원을 채무변제 공탁금으로 내거는 등 세부 인수절차를 발빠르게 진행시키고 있다.
이에따라 지난 97년 11월 선인산업의 부도 이후 기존주주들과의 소유권 공방끝에 지난해 7월 법원의 경매 낙찰을 받고 인수를 기다려온 선인산업임차인조합은 경매잔금 납부가 2번씩이나 연기되는 과정에서 상가의 소유권을 얻을 기회를 놓칠 위기에 처하게 됐다. 법원의 경매처분은 선인산업의 부도로 인한 부채를 해결하기 위해 내려진 결정. 하지만 채무변제에 대한 공탁금을 건 지포럼에이엠씨측이 법원에 경매 취하신청을 낼 경우 경매처분이 무효화될 수 있다.
뒤늦게 지포럼에이엠씨측이 상가의 소유권을 획득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선인산업임차인조합(조합장 고광철)측은 지포럼측에 강력하게 항의하는 한편 대응방안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선인산업임차인조합의 강재훈 사무국장은 “1000여명의 조합원들은 그동안 자금압박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집을 담보로 맡기면서까지 경매 대금을 마련해왔으나 선인산업 주주들이 부도에 대한 책임을 도외시한 채 상가가 정상화되자 조금이라도 돈을 건지기 위해 지포럼에이엠씨측에 상가를 팔아넘긴 것”이라며 “지포럼에이엠씨측이 선인상가의 소유권을 이전하기 위해 사용한 등록세, 취득세 등의 각종 비용 70억원 등을 주고서라도 상가 인수 포기를 종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그동안 경매를 담당한 판사에게 조합원 1000여명의 개별 명의로 경매 취하를 막는 탄원서를 제출하고 조합이 추가로 받을 수 있는 돈에 대한 소송을 제기하는 등 법적인 구제 노력도 병행할 계획”이라며 “지포럼측이 인수 절차를 지속적으로 진행할 경우, 향후 조합원 1000여명을 동원해 거리시위에 나서는 등 물리적인 행동도 불사할 방침”이라고 말해 향후 양측의 마찰이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이에 따라 선인상가 인수를 둘러싼 혼란은 오는 24일 전후로 법원에서 경매처분에 대한 해석이 어떻게 내려지느냐에 따라 사태가 급진전될 전망이다. 또 선인산업의 부도 이후 발생한 채권 규모가 1200억원을 넘어선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어 임차인조합 등의 채권자들이 지포럼에이엠씨를 대상으로 소송을 끊임없이 제기할 예정이어서 향후 채권을 둘러싼 지루한 법정 공방도 이어질 수 있다.
이와관련, 지포럼에이엠씨측은 조합측의 거센 반발에 대해 뚜렷한 반응을 보이고 있지 않으며 인수자금 마련이나 향후 계획에 대해서도 아직 입장 표명을 유보하고 있다.
<김태훈기자 taehu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