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잇따라 나오고 있는 2분기 실적 호전 발표가 전혀 약발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실적 악화 예상 종목이나 예상치에 그친 종목들은 큰폭으로 하락하면서 국내 증시를 한층 더 얼어붙게 만들고 있다.
지난 1분기처럼 ‘어닝 서프라이즈’로 인한 가파른 주가 상승을 기대하기는 힘들지만 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양호한 기업 실적 발표로 그동안의 낙폭은 메울 수 있을 것으로 전망돼 왔다는 점에서 향후 주가 상승 가능성에 어두운 그늘이 드리워지고 있다.
지난 15일 SK텔레콤은 2분기 실적 발표를 통해 전분기 대비 9.3% 늘어난 2조1134억원의 매출에 5.5% 증가한 6994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결국 요금 및 접속료 인하라는 부정적인 요인에도 불구하고 올 상반기 매출은 작년 동기 대비 13% 성장한 4조456억원, 영업이익과 순이익도 각각 19.6%, 47.7% 증가한 1조3635억원, 9003억원을 기록했다.
SK텔레콤의 양호한 실적 발표는 유럽 통신주의 부진, 월드컴 등 미국 통신업체들의 회계 부정 등 투자심리 악화 요인들이 잇따르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것이어서 주가에 단비가 될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SK그룹이 보유하고 있는 지분의 해외 매각 계획 등 수급 요인이 걸림돌로 작용하며, 발표일 이후 나흘 동안 하루도 상승하지 못한 채 7.09%의 하락률을 기록했다.
인터넷 대표 종목 중 하나인 옥션도 지난 18일 사상 최초로 분기 기준으로 영업이익 흑자를 달성했다고 발표해 인터넷주 수익개선 기대감을 한껏 높였으나 주가는 이틀간 3.51% 상승하는 데 그쳤다.
삼성전자는 비수기임에도 불구하고 2분기에 상당히 선방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사상 최대 실적에도 불구하고 영업이익은 오히려 10.8% 줄어든 것으로 알려지며 주가가 4.34% 하락했다. 이러한 삼성전자의 주가 하락은 전체 주식시장의 투자심리까지 얼어붙게 만들어 결국 종합주가지수도 19.23포인트 떨어진 754.62로 마감됐다.
증시 전문가들은 실적 발표에 대한 증시의 반응이 냉담한 이유를 매수 주체 부재 등 증시 전반을 짓누르고 있는 수급 문제와 환율 하락 등 주요 거시지표들의 악화에서 찾고 있다. 또한 하반기에도 실적 호조세가 이어질 수 있을지 우려감이 팽배해 있다는 점도 투자심리 악화의 원인으로 지적됐다.
강현철 LG투자증권 연구원은 “투자자들이 그동안 관심을 쏟았던 성장성과 수익성이 고루 부각되는 업체보다는 실적 전망치가 낮아지고 있는 업체들에 더 주목하는 이상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국내 기업의 펀더멘털 호전에 무반응한 현 장세에서 결국 새로운 주가 상승 모멘텀은 미국시장 등 외적 요인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조장은기자 jech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