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연연 `창업 열기` 시들

 지난 97년 IMF 이후 봇물처럼 터져나오던 정부 출연연구기관 연구원들의 벤처창업 붐이 올해 들어 급격히 시들해지고 있다.

 출연연 및 벤처업계에 따르면 대덕연구단지의 연구원 출신 창업자 수가 예년의 경우 출연연당 5명에서 많게는 15명에 달했으나 지금은 거의 없거나 급격히 줄어드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이는 지난 2000년을 전후 한 구조조정에 따른 일자리 불안이 어느정도 해소됐고 웬만한 기술은 대부분 벤처창업으로 이어진 데다 벤처시장마저 악화돼 연구원들이 창업에 큰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의 연구원 벤처창업은 지난 98년 42건에서 99년 34건, 2000년 74건으로 급증하다 지난해엔 15건, 올해 들어서는 6월 말 현재 7건에 불과한 실정이다.

 국내 벤처사관학교로 불리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도 지금까지 총 250여건이 창업됐으나 올해는 10여건에 불과한 상황이고, BT의 선두주자인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은 지난 99년 2건, 2000년 14건으로 늘어나다 지난해와 올해엔 창업이 단 한 건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PDP배기봉착기술과 LPG엔진·멤스(초미세기계가공시스템) 등의 연구개발을 중점적으로 추진 중인 기계연구원은 지난해와 2000년 각각 1건의 창업을 했을 뿐이며, 표준계측기기 등의 표준화와 레이저 기기 등을 연구개발 중인 한국표준과학연구원 등도 올해와 지난해 창업 사례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출연연 한 관계자는 “사회·경제적인 분위기 때문에 창업이 급감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자금이나 시장 상황이 좋지 않아 창업을 미루고 있는 경우도 상당수 있어 여건만 좋아지면 다시 창업 붐이 일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