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업계에 자금난이 심화되면서 고급 인력들이 대거 이탈, 산업고도화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올들어 바이오벤처기업에 대한 투자가 급격히 위축되고 제품 수요가 크게 감소하면서 연구·마케팅 분야의 핵심인력들이 대거 이탈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에 따라 21세기 유망산업으로 꼽히며 정부와 벤처캐피털들의 관심 속에 폭발적으로 늘어난 바이오벤처기업들의 첨단 바이오기술 개발 일정이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상되는 등 산업 전반에 짙은 어둠이 깔리고 있다.
바이오업계의 고급연구인력 이탈 조짐은 연봉삭감과 건강보조식품 개발 강요 때문이다. 실제로 A사는 자금시장이 악화되자 박사급 연구원의 연봉을 2000만원대로 낮추는 한편 매출 확대를 위해 연구원들에게 건강보조식품 개발을 종용, 인력이탈을 부채질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부터 코스닥 등록을 추진한 C사의 연구소장 K 박사는 매출 확대를 위해 회사 측의 건강보조식품에 대한 연구 압력이 거세지자 최근 K사를 창업해 나갔으며 제약분야 연구책임자이던 K 박사도 J제약사로 자리를 옮기는 등 핵심 연구인력이 모두 회사를 떠났다.
또 마케팅과 기업공개 전문가들도 자금시장이 악화되고 코스닥 등록이 불투명해지면서 기업을 떠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올초 20여개에 달하는 기업이 코스닥 등록을 목표로 관련 전문가를 대거 영입하거나 코스닥 등록요건 변경과 시장상황 악화로 등록 포기를 선언하면서 기업공개 전문가들이 대거 벤처를 떠나 컨설팅사로 자리를 옮겨갔다.
바이오벤처 B사의 재무담당 P 전무는 회사의 코스닥 등록이 계속 지연되고 지방 근무가 늘어나면서 최근 회사를 떠나 컨설팅기업 창업을 준비하고 있다.
바이오벤처기업의 한 사장은 “최근 경영난이 가속화되면서 대기업에서 벤처로 옮겨 온 직원들이 다시 대기업으로 회귀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며 “월급을 줄 수 없는 상황에서 고급인력의 이탈을 막을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21세기 핵심사업인 바이오산업을 살리기 위해서는 자금력을 갖춘 대기업의 적극적인 투자와 관심이 필요하다”며 “대기업들이 벤처기업의 기술을 사주거나 장기적인 안목의 투자를 실시하는 등 바이오산업 육성책을 조속히 마련해 시행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인순기자 inso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