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가 전자금융서비스에 신규 진출한다.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롯데는 최근 그룹내 신규사업 전담부서인 국제팀 주도로 점외 금융자동회기기(CD/ATM) 사업을 본격 추진키로 하고, 하나은행과 전문업체인 웹캐시(대표 박남대)의 ‘매직뱅크’ 사업권을 인수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이를 통해 전자금융 서비스 자회사로 ‘뱅크@롯데(가칭)’를 설립하고 독보적인 사업영역인 유통과 금융을 결합한 형태의 신규 시장을 창출할 계획이다. 롯데의 이같은 움직임은 그룹의 취약부문인 금융업을 강화하고, 차기 후계구도로 거론되는 신동빈 부회장의 경영입지를 한층 공고히 하려는 뜻으로 풀이된다.
◇추진배경 및 구도=롯데의 점외 CD·ATM 사업은 최근에 와서야 가시화하기 시작했다. 웹캐시와 하나은행이 공동 소유권을 갖고 있는 매직뱅크 사업은 근래 들어 전국 600개 가까운 유통점에 보급, 거래실적이 급신장하고 있다.
이 가운데 세븐일레븐·롯데레몬(슈퍼) 등 롯데 계열 유통점에만 400여대가 깔려 롯데측의 입김이 강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업권 인수작업이 애초부터 롯데의 ‘압박’에 의한 것이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롯데는 매직뱅크 사업권을 인수한 뒤, 백화점·롯데마트(할인점)·호텔·롯데리아 등 그룹 내 유통사업 전반으로 확대할 것으로 전해졌다. 심지어 최근 인수한 TGI프라이데이 등 외식체인도 사업영역이다. 현재 신용카드사업을 준비중인 롯데캐피탈과 그룹의 강점인 유통망을 엮어 신규 전자금융서비스를 창출하려는 목적인 셈이다.
이번 사업권 인수가격은 150억원 안팎으로 거론되고 있다. 웹캐시·하나은행의 공동 투자규모가 최소 100억원이상인 데다 일종의 프리미엄이 감안된 수준이다. 3개사는 롯데가 단독 사업권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협상을 진행할 계획이며, 이르면 다음달 중 최종 계약을 마무리짓기로 했다.
◇두가지의 궁극적인 목표=롯데의 의도는 크게 두가지다. 하나는 비교적 시장진입이 용이한 전자금융서비스에 우선 진출함으로써 카드·은행 등 실제 금융사업의 기반을 다지겠다는 구상이다. 롯데캐피탈을 통해 신용카드업 인가를 공언하고 있는 한편, 비자캐시(전자화폐)·브이뱅크컨설팅(인터넷은행)에 대주주로 참여하며 기회를 엿보고 있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이번 사업을 신동빈 부회장의 사실상 직속라인인 그룹 국제팀에서 주도하고 있는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신 부회장은 지난 수년간 세븐일레븐을 비롯, 롯데정보통신·롯데닷컴·롯데로지스틱스 등 일부 회사들을 직접 맡아왔지만 타 계열사에 실적이 좋지 않았던 게 사실. 아직 후계구도에 대한 그룹의 공식입장이 없는 상황에서 경영수업 중인 신 부회장에게 이번 사업은 또 다른 날개를 달아줄 만한 ‘기회’인 셈이다. 그러나 “아직 그룹 차원의 공식적인 합의가 마무리되지 않았고, 솔직히 사업성패 여부도 장담하기 힘들다”는 그룹 내부 관계자의 언급은 이번 사업의 전망이 여전히 불투명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