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PC업계에 새 판이 짜여지고 있다.
1년 가까이 시장 침체가 지속되고 인터넷·홈쇼핑 등에서 PC업체간 출혈경쟁이 벌어지면서 최근 자금력이 부족한 중견 PC업체들이 인수합병(M&A)을 당하거나 부도가 나는 등 PC업계의 진출입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구조조정으로 시장 규모에 맞는 적정수의 PC업체 양립, 중견 PC업체들의 자금력 확보 등의 기회로 삼을 경우 공정한 시장경쟁으로 인한 시장 활성화, 규모의 경제를 통한 내수기업에서 수출 기업으로의 재도약 등 긍정적인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이라이프컴퓨터’라는 브랜드의 PC를 판매해왔던 중견 PC업체 세지전자(대표 신근철)는 지난 19일 최종 부도처리됐다. 이 회사는 당초 행망용 PC를 주 사업으로 진행해왔으나 인터넷PC 사업에 참여하면서 홈PC 분야로 발을 넓혔으나 결국 출혈경쟁에 따른 자금난을 극복하지 못하고 부도가 났다. 특히 이 회사는 지난 1월 펜티엄4 1.7㎓ PC를 향후 2년 뒤에 그당시 동급 사양제품으로 무상 교체해주는 보상판매 프로그램을 일반 대리점, LG홈쇼핑 등과 진행했으나 이번 부도로 소비자의 피해가 예상된다. LG홈쇼핑측은 보증보험에 들었기 때문에 보상판매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지난주 서울이동통신(대표 박차웅)은 대우컴퓨터(대표 조창제)의 총 발행주식의 40.75%를 인수, 경영권을 인수했다. 인수금액은 총 25억원으로 주식발행가의 6배다. 서울이동통신은 이번 인수를 통해 대우컴퓨터의 영업망과 당사 유통망을 통해 PC판매를 확대하는 한편 자사가 보유한 ‘5기가 무선통신기술’을 활용해 초고속 무선 인터넷이 가능한 노트북PC를 개발할 계획이다.
대우컴퓨터의 한 관계자는 “대우컴퓨터의 자금력으로는 유통망 확대, 기술투자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으나 서울이동통신의 투자로 앞으로는 보다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며 배경을 설명했다.
이에 앞서 지난 3월에는 지난해 300억원의 매출을 올린 중견PC 업체인 아이돔컴퓨터가 부도처리됐으며 지난 5월에는 PC업체인 디오시스가 대주주인 삼보정보통신(대표 강웅철)이 현대멀티캡 지분의 10.1%를 매입, 최대 주주로 부상해 인수작업을 진행중이다.
IDC코리아의 오현녕 책임연구원은 “중견 PC업체의 경우 홈PC시장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데 홈PC 시장상황이 갈수록 악화돼 자금력이 약한 기업은 도태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추가적인 구조조정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PC업계 한 관계자는 “구조조정이 단기적으로는 시장 위축을 불러오겠지만 공급과 수요원칙이 되살아나면서 국내 PC산업의 질적인 향상이 가능해진다”며 “중견 PC업체들이 적정 규모를 갖출 경우 가격경쟁에서 제품 경쟁으로 또 내수위주에서 수출 기업으로 변모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형준기자 hjy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