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0월부터는 금융권이 현금자동입출금기(ATM)에 개인 금융정보를 암호화할 수 있는 암복호 보드의 도입에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ATM의 보안성이 취약하다는 지적이 높은 가운데 금융감독원은 오는 10월 ATM에 국제 데이터 암호화 표준 알고리듬인 3중 DES(Data Encryption Standard) 보드를 채용할 것을 지시하는 공문을 금융기관에 발송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올 하반기부터 오는 2005년까지 국내 전 ATM에 3중 DES 보드가 적용돼 이용자들은 안심하고 신용카드나 현금카드를 이용하게 될 전망이다.
금융감독원의 이같은 결정은 그동안 국내 ATM이 별도의 보안조치를 취하지 않아 이용자의 계좌번호나 비밀번호와 같은 민감한 개인 금융정보가 해킹 등을 통해 노출될 위험성이 높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된데다 금융권이 주 5일 근무제를 실시함에 따라 ATM 이용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 보안성을 강화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비자와 마스터카드가 최근 몇년간 동남아 국가에서 국내와 마찬가지로 보안성이 취약한 ATM을 이용한 금융정보 유출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 이를 막기 위한 방안으로 각국의 회원사에 오는 2005년까지 3중 DES 보드를 의무적으로 설치할 것을 지시해 이에 대비하는 의미도 담고 있다. 또 이번 결정으로 국내 ATM이 암호화된 데이터를 복호화하지 못해 외국에서 발행된 신용카드를 이용할 수 없었던 문제점도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의 이번 결정으로 ATM에 대한 3중 DES 보드 도입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암복호 보드 업체들도 이에 대비해 양산준비를 서두르는 등 관련 시장이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현재 국내에 설치된 ATM은 약 5만대 정도지만 올해 약 7000대의 신규 설치를 포함해 오는 2005년까지 2만여대가 늘어난 7만여대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또 3중 DES 보드를 채택한 ATM은 5000여대에 불과해 앞으로 3년여간 6만5000대(약 200억원)에 달하는 신규수요가 예상된다.
그동안 국내 ATM에 설치된 DES 보드는 대부분 호주 에라콤, 미국 라칼 등 외산 위주였으나 최근 국내업체들이 보드의 양산에 나서면서 가격을 낮추고 있어 내년부터 시장점유율을 크게 높일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정보보호 솔루션업체들의 시장진입이 눈에 띈다. 지난 2000년에 ATM용 암호보드인 ‘시큐웨이DES’ 1.0 버전을 선보였던 퓨쳐시스템은 이달중에 3중 DES 알고리듬을 적용한 PCI형태의 시큐웨이 DES 2.0 버전을 출시할 예정이다. 이 제품은 1.0 버전에 비해 가격을 크게 낮췄으며 시장동향에 맞춰 양산체제로 돌입할 계획이다.
세넥스테크놀로지는 지난 3월 독일 세빗전시회와 5월 영국 이프섹 전시회에 3중 DES 보드를 출품했는데 다음달말쯤 양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서동규기자 dks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