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미국 증시 폭락이 여과없이 국내 증시에도 반영됐다.
19일(현지시각) 미국 증시는 나스닥이 1300선, 다우지수가 800선을 위협받는 등 폭락하며 휴장으로 소나기를 피했던 국내 투자자들의 주말을 불안하게 했다. 미 다우지수의 연초대비 하락률은 20.1%, 나스닥은 32.4%, S&P500 지수는 26.2%에 이른다. 1941년 이후 처음으로 미 주식시장의 3년 연속 하락 가능성이 높아졌으며 이는 전세계 경제 위기론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주말이라는 완충지대를 거치며 국내증시의 파장은 크지 않을 것이란 낙관론을 펴기도 했지만 결국 22일 국내 증시는 ‘검은 월요일’을 경험해야 했다.
거래소시장은 33.72포인트(4.47%) 급락하며 720.90으로 장을 마쳤고 코스닥시장은 3.86포인트(6.11%) 내린 59.28로 마감됐다. 특히 코스닥벤처지수는 8.44%나 폭락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일단 미국발 악재에 대한 단기 파장은 불가피한 상황으로 풀이하고 있다. 미국 증시의 폭락은 미국 정보기술(IT)경기 회복에 대한 불확실성과 회계 부정 등 신뢰도 저하가 맞물린 체계적 문제로 단기간에 극복되기 어렵다는 시각이 많다. 이런 상태가 지속된다면 차별적 강세, 상대적 우월성을 내세웠던 국내 증시 역시 ‘미국발 악재’라는 초대형 파도를 피하기 어렵다는 게 대다수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철순 우리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미 증시는 단기, 장기 추세 모두 전형적 약세국면으로 돌입한 모습”이라며 “일시 반등은 있을 수 있지만 추세상 회복은 어려워 3분기 안에 미국이나 국내 증시 모두 본격적인 회복을 논하기는 힘든 상황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김학균 신한증권 코스닥팀장은 “이날 정부가 부양책을 내놨지만 시장의 악재가 해외쪽 요인이라는 점에서 별 역할을 못했던 것처럼 다른 변수보다는 미국시장에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는 시기”라며 “미국시장의 반등과 추가 하락 정도가 국내 증시의 방향성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일단 거래소 기준으로 700선 근방에서 1차 지지대를 설정해 놓고 있다. 700선은 이전 저점이면서 미국시장 약세속에서도 외국인들이 적극적인 순매수로 전환했던 가격대라는 점에서다. 하지만 이 역시 철저한 확인을 거친 후 대응하는 보수적 시각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대외 악재로 발생한 단기 낙폭과대 매력을 즐기기보다는 위험관리에 더 비중을 높여야 할 시기라는 것이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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