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법 파고를 넘자]좌담회 지상중계

시행에 들어간 PL법의 영향이 전기·전자업계에도 조금씩 구체화되고 있다. 본지는 그동안 PL법에 대한 전기전자업계의 효과적인 대응방향을 제시하기 위해 주제별로 현황과 과제를 시리즈로 점검했다. 이제 정부 정책 관계자, 법조·보험 전문가들은 물론 대기업 및 중소기업 관계자, 유통사 관계자들이 참여한 좌담회를 통해 PL법과 관련한 점검을 마무리한다. 전자제품PL상담센터와 공동 주최한 PL법 좌담회는 지난16일 오후 강남 전자산업진흥회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편집자주>

 

 △참석자=김성호 삼화전기 소장, 김유신 하이마트 PL팀장, 김종갑 산업자원부 생활정책국장, 김창중 대우정책조사역, 서천석 PL전문변호사, 안효식 삼영전자 이사, 이광식 삼성전자 실장, 이상근 전자제품PL상담센터 소장, 이종범 표준협회 PL아카데미 전문위원, 이한영 LG화재 부장, 홍윤표 LG전자 실장(가나다순)

 △사회=변승남 경희대학교 교수

 △장소=서울 강남 전자산업진흥회 대회의실

 

 ◇사회(변승남 경희대 교수)=오늘 좌담회는 지난 2년간 준비과정을 거쳐 지난 1일부터 시행된 제조물책임(PL)법이 제조업·IT산업 등 관련 분야에 미칠 영향을 예측하고 분야별 준비상황과 문제점을 점검해서 효과적인 대응책을 모색하자는 취지에서 개최하게 됐습니다. 먼저 PL법 시행을 주관하고 이를 국가 경쟁력의 원동력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할 책임을 맡고 있는 산자부 김종갑 국장께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PL법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무엇이며 법시행에 따라 기업 기익과 소비자 권익이 충돌할 소지를 없애는 방안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김종갑(산자부 국장)=99년 법안을 마련하던 가운데 PL법을 급히 시행할 경우 우리 기업에 부담이 클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2년 반 정도 준비와 적응기간을 거쳐 지난 1일부터 법 시행에 들어간 때문인지 우리 업계에 지금까지 중요한 변화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PL법이 우리 경제에 끼칠 영향은 장단기로 나누어 살펴야 합니다. 시행초기 일부 기업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도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제품경쟁력을 높여 해외수출 확대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우리부에서는 우선 중소기업 및 영세업체를 대상으로 적극적인 행정지도를 펼칠 계획입니다. 또 국내외 시장에서 발생한 문제를 동시 해결하도록 유도할 방침입니다. 오랜 경험으로 볼 때 안전경영·품질경영에 대한 높은 의식수준을 보이는 기업이 역시 우수제품을 생산하며 이는 당연한 일입니다. 기업은 종사자들의 안전에 관한 의식을 높이고 기업 전체에 전문 시스템을 도입해야 합니다. 특히 자금과 사람이 부족한 중소기업은 정부가 나서 지원하거나 가점을 부여할 것입니다. 또 지속적인 홍보를 통해 기업인들이 PL에 대한 전략과 확신을 갖도록 유도할 것입니다.

 ◇사회=PL법 시행에 따라 나라 경제를 걱정하는 정부 입장과 당사자인 업계 입장은 사뭇 다를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전자업계를 대표해 참석하신 대기업 실장께 같은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PL법이 특히 전자산업에 미칠 영향을 어떻게 예상하고 계십니까.

 ◇홍윤표(LG 실장)=PL법이 시행되면 일단 기업 리스크와 비용이 높아질 것입니다. 제품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관련 기술에 대한 투자가 늘 수밖에 없습니다. 이에 대한 대비가 부족한 기업은 결국 시장을 잃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기업에 부담이 커질 것입니다. 하지만 장기적인 안목으로 보면 안전기술을 확보하려는 기업들의 노력은 국내외 시장에서 제품경쟁력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이광식(삼성 실장)=선진국이 PL법을 도입한 때는 이미 10∼20년 전입니다. 이 때문에 상대적으로 제조물 안전과 책임에 소홀했던 우리 기업들이 수출에 큰 애로를 겪었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입니다. PL법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면서 대기업은 물론 해외 수출과 진출에 적극적인 중소기업들도 안전기술 확보와 품질향상에 노력을 기울이면서 결국 전체 수출에 긍정적 효과를 가져올 것입니다. 무엇보다 PL에 대한 기업들의 대응에서 중요한 점은 CEO들의 마인드입니다. 기업을 대표해서 제품에 대한 책임의식을 분명히 가져야 합니다.

 ◇김창중(대우전자)=대우는 이미 10년 전 수출품목에 관한 PL보험을 가입했습니다. 또 PL전문가로 구성된 인력과 관련비용을 대폭 보강하고 있습니다. 다른 대기업과 마찬가지로 이미 수년간 이에 대한 대비를 해온 까닭에 법시행을 맞아 새롭게 바뀌는 부분은 없습니다. 하지만 부품 제조사들도 PL법 영향을 받게 돼 품질향상과 제품 안정성이 크게 향상될 것은 분명합니다.

 ◇사회=짧은 기간이나마 기업에 부담이 커지는 등 부정적 요소가 나타날 수 있겠으나 앞으로 추세는 기업들간에 제품안전에 대한 강조가 미덕이 될 것입니다. 아직까지 유통업은 제조업계에 비해 PL에 대한 준비가 좀 부족했다는 평이 일반적입니다. PL에 대한 유통업계의 인식수준은 어느 정도라고 보십니까. 또 유통업계가 취하고 있는 PL법 대응방안은 무엇인지 설명해 주십시오.

 ◇김유신(하이마트 PL팀장)=이미 오래전부터 대형 유통업체 구매 담당자들은 품질이 보장되고 브랜드 인지도가 높은 제품을 중심으로 구매해 왔습니다. 대기업 제품은 그 품질과 안전성이 보장돼 있어 문제가 없지만 중소 영세업체가 생산한 제품들이 문제가 됩니다. 더 큰 문제는 이들 업체가 아직까지도 PL에 대한 인지도가 낮다는 것입니다. 또 다른 문제는 판촉물이나 경품으로 소비자들에게 제공되는 제품에 관한 것입니다. 이들 제품 대다수는 제조사 표시가 아예 없거나 유통업체만 명시돼 있습니다. 이에 대한 책임 소지를 명확히 구분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나라 판촉물 시장이 5조원 규모에 육박하고 있어 이에 대한 시급한 대책 마련이 필요합니다. 하이마트는 자체 브랜드 이미지가 강한 대형 유통업체이기 때문에 일단 PL관련 보험상품에 가입하는 등 대응방안을 찾고 있습니다.

 ◇사회=부품업계는 이번 법시행으로 많이 난처한 상황에 놓인 것 같습니다. 특히 시행 후 완성품 제조업체가 요구하는 기준과 조건이 까다로워졌고 이에 대응하기 위한 자금이나 인력도 부족한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김성호(삼화전기 소장)=사실 많은 중소기업들은 이에 대한 대응방안을 마련하지 못하고 준비에 소홀했습니다. 부품제조업계의 특성상 개별 부품 성능은 크게 눈에 띄지 않습니다. 하지만 부품 품질은 전체 제품성능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이며 이 때문에 부품제조사와 제품제조사 사이에 충분한 의사소통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면 전자제품을 새로 개발할 때 설계과정에서부터 부품업체를 참가시켜 전체 제품 품질을 향상하는 것도 한 방법일 것입니다. 부품이 제품 목적과 용도에 맞도록 생산 전단계에서부터 부품업체와 완성품 제조업체간 협력체계를 마련해야 합니다.

 ◇안효식(삼영전자 이사)=물론 중소 부품업체들이 대기업 수준의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한 상황은 맞습니다. 중소업체들은 대부분 PL전문인력을 확보하기 어려워 기존 품질관리 담당자가 이를 담당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또 하나 문제는 부품업계 특성상 PL법에 대한 인지도가 낮다는 것입니다. 납품된 부품이 제품화됐을 때 문제가 발생하게 되면 이를 해결할 만한 능력을 갖추지도 못했습니다. 이밖에 제품이 수출됐을 때 수입국의 규격과 특수성을 맞춰가는 경우 발생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제품원가 상승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사회=외국 PL사례를 살펴보더라도 그렇듯 국내 보험업계는 PL법 시행으로 큰 혜택을 볼 것 같습니다. PL법 시행과 관련, 국내 보험업계의 준비와 전략은 어떻습니까.

 ◇이한영(LG화재 팀장)=PL법 시행 이전에도 해외수출과 관련된 PL보험시장이 이미 형성돼 있었고 그 규모는 300억원 수준에 머물렀습니다. PL법 시행에 따라 앞으로 국내 보험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습니다. 특히 이제는 중소기업들도 PL보험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끼게 될 것입니다. 이에 따라 기존 시장에 덧붙여 800억∼1000억원 규모의 신규 보험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보입니다. 법 시행 이후 실질 계약은 아직 미미하지만 보험가입 문의가 크게 늘고 있어 전망이 밝습니다. 지금까지 회원사가 있는 업계 단체들을 대상으로 단체 마케팅을 해왔으나 앞으로 컨설팅업체·인증기관·로펌 등과 연계해 전문분야별 할인제도를 운영하는 등 다각적인 마케팅 플랜을 준비 중입니다.

 ◇사회=컨설팅은 예방 차원에서 가장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가이드라인을 제공하는 부문입니다. 오랜 기간 PL과 관련해 업계의 다각적인 대응방안을 준비해온 표준협회는 어떤 대책과 발전방향을 세워놓고 있는지 설명해 주십시오.

 ◇이종범(표준협회 전문위원)=협회는 PL법이 시행되기 훨씬 전인 지난 2년간 업계의 대응책을 준비해 왔습니다. 여러 기업을 컨설팅해온 결과 PL법에 대한 우리 기업들의 입장은 크게 두가지로 나뉩니다. 첫번째는 수출은 해왔으나 제조물책임에 대한 기본 가이드라인이 없는 기업군으로 주로 영세업체가 여기에 속합니다. 협회는 이들 기업에 전문적인 가이드라인을 제공하고 임직원을 교육시키고 있습니다. 두번째는 자체 가이드라인 매뉴얼을 보유한 중견 기업으로 문제는 이들 기업도 허점이 많다는 것입니다. 상당수 기업들은 제품안전과 품질향상을 혼동하는 경우가 많고 위험관리나 제품에 관한 체계적이고 면밀한 분석을 하는 경우가 극히 드뭅니다. 특히 제품 신뢰성이나 인간공학 등을 고려한 안전측면에서 접근하는 기업이 거의 없다고 볼 수 있습니다.

 ◇사회=PL상담센터는 사전합의나 분쟁조정을 유도할 목적으로 업종별로 세워졌습니다. 전자제품 PL센터의 설립목적과 활동과정에서 발생한 어려움은 어떤 것이 있습니까.

 ◇이상근(전자제품 PL센터 소장)=예전부터 정부는 소비자 보호를 목적으로 한 PL법 제정을 주장해 왔습니다. 반면 업계는 산업체 입장을 고려해서 당분간 이를 유보해야 한다며 법률제정 연기를 요청한 바 있습니다. 어찌됐건 PL법은 소비자 입장을 옹호하고 강화하는 법임은 분명합니다. 따라서 우리 기업은 소비자와 한몸이라는 인식으로 소비자 입장에서 제품을 개발, 생산해야 합니다. 아무리 제품을 잘 만들어도 문제가 발생하면 소비자나 사업자 모두 어려움을 겪는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이에 따라 당초 상담센터는 PL분쟁조정위원회와 같은 공공기관 성격으로 세워질 예정이었으나 이를 수정, 업종별로 설립됐습니다. PL법은 원래 피해자를 위한 법이기 때문에 소비자 위주로 운영될 수밖에 없으며 이를 회원사에게도 강조하고 있습니다. 아쉽게도 아직 국민들이 PL상담센터의 존재를 모르고 있습니다. 상담교육이나 회원사들을 대상으로 PL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것과 동시에 홍보에도 힘쓰겠습니다. PL센터 설립목적은 소비자와 기업을 함께 보호하는 것입니다.

 ◇사회=PL소송이 가장 많다는 미국의 사례를 짐작하면 이번 법시행으로 우리 법조계도 많은 변화가 있을 것 같습니다. PL법 시행과 관련해 법조계의 평가와 대응방안을 말씀해 주십시오.

 ◇서천석(PL전문 변호사)=얼마전 보험업과 법조계가 대목을 만났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습니다. 미 연방법원 판례를 살펴보면 75년 2543건이 그쳤던 PL관련 소송이 불과 수년 뒤 13008건으로 크게 늘었고 아직도 증가하고 있어 어쩌면 일리있는 주장일 수도 있습니다. 그 결과 중 하나인 75∼85년도 가정 인사사고 통계에서 위험이 3분의 1로 줄었다는 점도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하지만 역기능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습니다. 얼마전 PL법의 문제점을 지적한 통계를 우연히 살펴봤는데 이는 79년 1만7000대에 달했던 경비행기 생산대수가 PL법 시행 후 10년 뒤에 연간 생산량이 불과 1000대에 그쳐 산업이 도태됐다는 것을 보고한 흥미로운 자료였습니다. 이는 지나친 책임 부과가 결국 한 산업을 붕괴시켰다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입니다. 기업들에 법조인으로서 당부하고 싶은 점은 법적용을 회피하는 유일한 방법은 결함을 없애는 것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설계 실수나 특정 제조상 결함에 대한 사전 예방책은 물론이고 비정상적인 사용에 대한 안내표시 등 사후관리에도 항상 신경써야 합니다. PL대책 수준에 그치지 않고 소비자에게 필요한 완벽한 매뉴얼을 갖추는 것도 한가지 대응방법이라고 하겠습니다.

 ◇사회=지금까지 PL에 대한 각 분야 전문가, 혹은 업계 대표로 나온 관계자들의 입장을 들었습니다. 지금부터는 현재까지 각 분야에서 추진 중이거나 계획하고 있는 PL관련 사업을 소개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종범=협회는 현재 외국계 업체와 함께 제품 신뢰도, 안정성 등 PL관련 평가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안전성 관련 체계가 잡혀있는 기업 집단은 그렇지 못한 기업에 비해 컨설팅과 평가가 상대적으로 용이합니다. 협회도 세부적인 컨설팅 체계를 마련하고 있지만 업무 책임성이 떨어지는 기업을 평가하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닙니다. 아직도 PL을 주변 업무로 인식하고 있는 CEO나 회사 관계자들이 많습니다. 기업간 협력 관계에서는 모기업에서 이를 포괄적으로 챙기는 것도 이런 인식을 불식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이상근=소보원은 법적으로 보장된 강제력 있는 기관입니다. 우리나라는 제품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소비자와 생산자 사이에 서로 적대적인 인식이 높은 편입니다. 이 때문에 소비자들이 소보원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PL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해당분야 전문가들의 도움이 필요한데 소보원은 상대적으로 이에 대한 체계가 부족합니다. 사안별로 업종별 PL센터와 소보원의 역할 분담이 필요합니다. 물론 PL센터들도 소보원에 결코 뒤지지 않는 객관성과 공정성을 갖추고 소비자들에게 이를 적극 홍보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까지 사례를 살펴보면 업종별 상담센터가 상당히 효율적 체계임은 분명합니다. 법적대응이나 정부규제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보다 민간 스스로가 풀어내는 구조가 보다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PL법과 관련해 효율적 제도를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정부지원과 더불어 소비자 단체들의 이해가 필요합니다. 아직도 국민 대다수는 PL법의 의의나 문제해결, PL센터의 존재조차 모르고 있습니다. 정부는 PL센터 존재와 법시행에 관한 내용을 국민들에게 더 적극적인 자세로 알려나가야 합니다. 상담센터 설립 초기에 중요한 역할을 했던 대기업들도 이에 머무르지 말고 제도 안정화를 위해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무엇보다 상담센터가 자리잡기 위해서 업계 대다수를 차지하는 중소기업들의 재정적인 뒷받침이 필요합니다.

 ◇김종갑=민간 스스로 분쟁을 주도적으로 해결하는 구조가 더 바람직하다는 데 동의합니다. PL상담센터가 제대로 정착하려면 자율성·공정성·신속성·전문성을 갖춰야 합니다. 이중 제품 전문 정보와 사례를 중심으로 분쟁을 해결하는 전문성 확보가 관건이라고 봅니다. 지금까지 보건복지부·소비자보호원 등 부처별로 각각 운영해온 상담센터간에 협력체제를 만들고 발전방안을 모색해야 할 때입니다. 정부는 이를 기반으로 리콜제도 운영, 검사기준 향상, 표준화 작업, 교육지원 등을 맡는 게 합리적입니다.

 ◇이한영=선진국에서는 오래전부터 보험업계가 기업의 위기관리 서비스를 해왔습니다. 이는 PL에 관한 사전관리로서 위험관리는 전문성이 좀 떨어질 수도 있겠지만 지속적인 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일단 소송이 제기되면 담당 보험업체는 기업과 공동운명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보험업체들은 분쟁 원인을 객관적으로 규명하기 위해 보통 로펌 등 여타 전문기관과 함께 움직입니다. 미국은 70∼80년대 PL 위기에서 일부 업종에 소송이 폭증해 보험업계가 이들 기업에 보험 상품을 팔지 않았던 경우도 있었습니다. 위험도가 높은 기업들을 모아 보험 풀 제도를 운영하는 것도 한 방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김종갑=정부는 각종 공산품에 대한 검사기준을 강화해 업계가 안전성이 보장된 제품만을 시장에 내놓을 수 있도록 관리할 것입니다. 또 문제가 발생하면 즉시 회수할 수 있도록 리콜제도를 철저하게 운영할 방침입니다. 정부는 지난 2000년부터 이런 노력들이 계속해왔지만 홍보 부족으로 국민들에게 널리 알려지지 못했다는 점은 인정합니다. PL법이 발효됨에 따라 업계는 스스로 생산제품의 품질을 철저히 관리하고 향상시키도록 계속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경영인의 경영 방침에 PL에 대한 원칙이 들어있어야 합니다. 전자업계의 경우 지난 수년간 수출 때문에 상당한 준비를 해온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상당수 업체들의 상황은 이와 다릅니다. 최근 중소기업진흥공단이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업계에서도 안전성 확보에 대한 어느 정도의 의식은 있지만 이중 대다수가 관심이 부족하거나 아예 해당 품목이 아닌 것으로 착각, 준비에 소홀한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서천석=무엇보다 법적 소송으로 번지기 전에 알선 조정 단계에서 문제를 시급히 해결하는 게 바람직합니다. 어쩔 수 없이 법적 공방으로 번지게 될 경우 우리나라는 피해를 일반 소비자에게 이를 전가하는 게 일반화됐습니다. 소송비용과 복잡한 과정 때문에 대다수 소비자들은 손해를 보더라도 법적 대응을 꺼리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우선 소비자가 자기 권리를 자각할 때만 피해로부터 구제받을 수 있습니다. 업종별 PL상담센터을 중심으로 분야별 전문가들이 해야 할 역할은 그 다음입니다.

 ◇이종범=대기업·중소기업 가릴 것 없이 안전성과 품질을 객관적으로 규명할 대책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못해 문제가 심각합니다. 실제 소비자 입장을 고려한 PL법 시행은 아직 멀기만 합니다. 전자분야는 다른 제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송에 걸릴 확률이 적고 그 반응이 오기까지 오랜 기간이 걸릴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특성 때문에 제품 안전에 지나친 낙관주의가 팽배해 있기까지 합니다. 앞으로 5∼10년 후면 이 분야도 소송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입니다.

 ◇사회=마지막으로 산자부 김 국장께서 정리하는 말씀을 해주시겠습니다.

 ◇김종갑=최근 제조업과 부품사 관계나 모기업·계열기업 관계가 서로 상생하는 긍정적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정부는 소비자 보호를 강화할 취지로 제정한 PL법이 기업 제조 활동에 피해를 주지 않도록 만전을 기할 것입니다. 기업 활동이 방해를 받아 전체 산업이 악영향을 미치게 되면 결국 소비자들이 고스란히 그 피해를 입기 때문입니다. 연간 50만건에 육박한 PL소송에도 불구하고 산업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는 미국처럼 기업과 소비자의 부담을 줄이고 서로 만족스러운 방향으로 유도하겠습니다.

 <정리=박근태기자 runru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