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정보통신 연구계를 움직이는 사람들>(26)셋톱박스 기술

고화질·고음질·양방향 서비스를 구현할 수 있는 디지털 방송 시대가 열리면서 셋톱박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셋톱박스는 방송 수신과 다양한 부가 기능을 구현할 수 있는 제어용 박스를 말한다. 디지털 방송이 본격화되기 전까지 셋톱박스는 특정 방송 사업자에서 방송 데이터를 수신하는 것이 주된 기능이었다. 이후 방송과 통신기술이 빠르게 디지털로 전환되면서 방송 수신은 물론 통신 서비스·주문형비디오(VOD)·개인 비디오 녹화(PVR)·전자 프로그램 가이드(EPG) 등 다양한 부가 기능을 갖춘 정보 기기로 발전하고 있다. 더 나아가 셋톱박스가 홈네트워킹의 필수 장비인 홈 서버 역할까지 가능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면서 폭발적인 성장세를 예고하고 있다.

 주요 시장 조사기관에 따르면 디지털 셋톱박스 시장은 오는 2005년까지 연평균 24%씩 성장해 2005년 9300만대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 유통 채널 역시 특정 방송 사업자의 원하는 요구에 따라 기기를 공급하는 ‘폐쇄마켓’에서 점차 소비자가 직접 기기를 구입하는 ‘오픈마켓’으로 옮겨 갈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소비자들이 셋톱박스를 필수 가전제품으로 인식하면서 각자의 취향에 맞는 브랜드, 디자인과 기능을 갖춘 제품을 구입하려는 추세가 뚜렷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발맞춰 소비자의 까다로운 입맛에 맞출 수 있는 선명한 화질과 음질을 위한 녹화·재생·오디오 관련 기술 등으로 셋톱기술의 범위

가 넓어지고 있다.

 국내 셋톱기술은 주로 휴맥스·현대디지탈테크·한단정보통신·택산아이엔씨 등 전문업체를 중심으로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한때 삼성·LG·대우전자 등 대기업이 주도권을 쥔 적도 있지만 지금은 전문업체가 완전히 시장을 평정한 상황이다. 또 국내보다는 해외에서 더욱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전문업체를 중심으로 초창기부터 해외 시장 공략에 적극 나선 덕택이다. 당연히 우수한 기술인력 역시 전문업체를 중심으로 두루 포진돼 있다.

 셋톱박스의 ‘황태자’는 단연 휴맥스다. 휴맥스는 국내 제1의 업체답게 대기업에 버금가는 우수한 기술인력으로 주변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고 있다. 휴맥스는 연구 기술 분야 대표 선수로 강중용·김종욱·정승현 연구원을 꼽는다. 연구소장과 더불어 휴맥스의 연구소를 실질적으로 이끌고 있는 강중용 부장(37)은 88년 서울대와 서울대 대학원 제어계측공학과를 졸업한 베테랑 수석 연구원이다. 지난 2001년 4월부터 올 1월까지 연구소장을 지낸 강 부장은 현재 신사업 연구위원으로 활동중이다. 휴맥스에 입사한 이후 주문형반도체(ASIC), 비디오 CD플레이어 등을 개발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기술을 모두 갖춘 전문 엔지니어로 명성을 얻고 있다. 강 부장은 FYA·CI·CAS 등 주로 유럽형 표준을 지원하는 셋톱박스를 개발해 수출 역군 휴맥스를 있게 한 일등공신이다.

 김종욱 부장(36)은 서울대 제어계측공학과를 졸업하고 KAIST에서 컴퓨터 공학을 전공했으며 대우통신 선임연구원을 거쳐 지난 97년 휴맥스에 조인했다. 현재 미국형 셋톱박스 개발의 총 책임자로 활동하고 있다. 김 부장은 대우통신 당시 한국형 주전산기 개발에 참여했으며 휴맥스로 이직 후 오픈TV 소프트웨어, 수신제한장치(CAS) 지원 디지털 위성 셋톱박스 기술을 확보하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포항공대 전자공학 학사, 제어계측 석사를 거쳐 휴맥스에 입사한 정승현 연구원(31)은 셋톱 업계의 떠오르는 신세대 엔지니어다. 지난 97년부터 99년까지 프랑스 시장을 겨냥한 셋톱박스에 이어 케이블모뎀 MAC 레이어 기술, IEEE394 인터페이스 기술 등을 개발하는 등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발군의 실력을 발휘하고 있다.

 실적에서는 휴맥스에 밀리지만 기술력에서 용호상박인 업체가 한단정보통신이다. 한단은 이장희 연구소장(37)을 주축으로 정기원·박찬수 수석연구원이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분야를 맡아 차세대 셋톱박스 연구에 앞장서고 있다. 이들은 지난 97년 한단 설립때 조인해 지금까지 한단의 앞선 기술력을 떠받치고 있는 일등공신이다. 이장희 이사는 경북대학교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대우전자, 우영테크를 거쳐 지난 97년 한단정보통신에 합류했다. 국내 셋톱박스 시장 초창기부터 위성 셋톱박스를 비롯해 디지털 케이블 셋톱박스, 디지털 PVR 셋톱박스, DVD 내장형 셋톱박스 개발을 총괄했다.

 정기원 부장(35)은 경북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대륭정밀, 흥창에서 엔지니어로 활동했으며 지난 7월 하드웨어 분야 수석연구원으로 임명됐다. 이장희 소장과 함께 차세대 셋톱박스를 개발하는데 중추적인 역할을 맡고 있다. 정기원 부장이 하드웨어 분야의 핵심 연구인력이라면 박찬수 부장(37)은 셋톱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다섯손가락 안에 꼽히는 전문가다. 호서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호서대 대학원에서 음성신호처리 분야를 전공한 박 부장은 대우전자를 거쳐 한단에 합류했다. 셋톱박스에 필요한 각종 소프트웨어 개발을 총괄해 국내 셋톱박스의 기술력을 세계에 알리는데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대전자 출신 엔지니어가 주축인 현대디지탈테크 역시 막강한 셋톱박스 맨파워를 자랑한다. 통신과 방송 분야 기술력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고 있는 현대 엔지니어들은 세계의 어느 업체와 견주어도 뒤지지 않는 디지털 위성 셋톱기술을 확보하는데 크게 기여했다는 전언이다. 현대의 연구소장을 맡고 있는 이경재 상무(44)는 한양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지난 83년부터 현대전자에 입사한 베테랑 엔지니어다. 현대 시절 사설교환기(PABX)를 비롯해 공중망(PSTN)용 선로집선 장치, 케이블TV 망 장치 등을 개발했다. 현대디지탈테크에 조인해 현대의 다양한 주력 셋톱 제품 개발을 총괄했다.

 명지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현대전자에 입사한 이종석 부장(44)도 빼놓을 수 없는 셋톱박스 분야의 전문 인력이다. 이 부장은 케이블TV용 광네트워크 유닛을 비롯해 광 전송모듈 개발 등을 주도했다. 이밖에 연세대 전자공학과 대학원을 졸업하고 현대디지탈테크에서 VOD 수신기를 개발한 김형근 부장(36)이 차세대 셋톱박스 연구계를 이끄는 대표 주자로 활동하고 있다.

 택산아이엔씨 연구소장를 역임하고 있는 이장오 상무(44)는 내장형 비아세스 디지털 셋톱박스, 오픈TV 표준을 지원하는 디지털 케이블 셋톱박스를 개발하는 등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셋톱 분야 전문 엔지니어다. 80년 연세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삼성전자 컴퓨터사업부, 현대전자 정보기기·모니터개발부를 거쳐 지난 98년부터 연구소장을 맡고 있다.

 이민우 이사(43)도 택산아이엔씨가 자랑하는 셋톱 분야 전문 엔지니어다. 81년 아주대학교 전자공학과와 대학원을 졸업하고 대영전자, 한국컴퓨터, 자네트시스템 연구소장을 거쳐 지난해 택산아이엔씨에 합류했다. 무인기지국 원격 데이터 전송장비를 비롯해, 디지털영상 전송장비, 내장형 비아세스 디지털 셋톱박스 인터페이스 등을 개발했다. 숭실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자네트시스템 개발팀장을 거쳐 이민우 이사와 함께 택산에 조인한 이동민 부장(34)도 국내에 몇 안되는 위성기술 분야의 전문가다. 택산의 핵심 엔지니어인 이들은 CAS 라이선스를 비롯해 오픈TV·MHP 등 미들웨어 라이선스를 확보하는 등 일익을 담당했다.

 이 외에 국내 셋톱박스 분야의 대표 기술인력으로 박용규 마르시스 사장을 빼놓을 수 없다. 박 사장은 서울대와 대학원 전기공학과를 졸업하고 대우전자에서 디지털TV사업부 책임연구원 당시 고선명TV를 개발했다. 이어 인터넷TV, 인터넷TV 셋톱박스를 국내에서 처음으로 개발한 주역이며 지난 99년 마르시스를 창업했다. 마르시스는 서울대 연구인력을 주축으로 셋톱박스를 비롯한 다양한 차세대 디지털제품을 개발하는데 앞장서고 있다. 인터넷TV 셋톱박스 시장 초창기부터 셋톱 전문업체 윌서치를 창업한 김종우 사장도 국내 셋톱기술을 앞당기는데 일익을 담당하고 있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