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의 차세대 빌링시스템 구축 프로젝트를 둘러싸고 한국HP·한국IBM·한국썬마이크로시스템즈 등 3대 중대형 컴퓨터업체들의 자존심을 건 한판승부가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이번 프로젝트는 IBM의 메인프레임 기종이 오랫동안 장악해온 SK텔레콤의 정보시스템을 개방형 환경으로 처음 다운사이징하는 작업인 동시에 1500만여명의 고객을 수용하는 방대한 시스템을 구현하는 프로젝트다. 이 때문에 중대형 컴퓨팅 3인방은 준거(레퍼런스)사이트 확보 차원에서 절대 놓칠 수 없다는 입장을 내보이고 있다. 특히 이번 프로젝트는 3사가 자랑하는 ‘고성능(하이엔드) 유닉스 서버’를 기반으로 치러지고 있는 데다 향후 SK그룹 정보시스템 인프라를 예비수요로 확보할 수 있는 ‘전초전’이라는 점에서 수주경쟁은 불꽃튀는 접전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23일 SK텔레콤에 따르면 차세대 빌링시스템 구축에 필요한 하드웨어 선정을 위해 벤치마킹테스트(BMT)를 시작했으며 오는 8월 10일께 테스트를 마치고 2차 가격입찰에 착수할 계획이다. 구입서버는 총 8대로 빌링시스템을 구분짓는 핵심 기능(메디에이션·레이팅·청구)에 필요한 6대와 개발용 서버 2대로 CUP 규모는 2003년말 용량을 예상해 도입할 예정이다.
BMT의 핵심은 성능과 속도다. 차세대 빌링시스템의 역할이 ‘네이트 빌링’을 포함해 금융서비스처럼 SK텔레콤이 구상하는 다양하는 신규 비즈니스를 수용해야 한다는 점에서 ‘안정성·가용성·운용성(RAS)’을 완벽하게 구현해야 한다.
현재 BMT가 진행되고 있는 대상 서버는 한국HP의 ‘슈퍼돔’을 비롯해 한국IBM의 ‘레가타(p690)’, 한국썬의 ‘썬파이어 15K’ 등 3개 제품이다.
무엇보다 한국HP와 한국썬이 자신감을 나타나고 있다. 한국HP는 최근 ‘인기 절정’에 올라있는 슈퍼돔이면 문제 없다는 분위기다. 특히 SK텔레콤이 비록 IBM 메인프레임 기반의 시스템을 운영해왔지만 단위 업무에서 이미 많은 부문에 자사 유닉스서버가 사용되고 있어 실무선에서 HP 장비에 호감도가 높은 것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한국썬의 야심도 만만치 않다. SK텔레콤 정보시스템실에는 한국썬의 장비가 한 대도 들어가 있지 않다. SK텔레콤은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SK그룹 정보시스템 인프라에 한 축을 이룰 것이란 영업전략을 세우고 전사적인 역량을 투여하고 있다. 최근 들어 SK그룹 전반의 분위기가 한국썬에 우호적으로 돌아가고 있음도 주목할 만하다. 스콧 맥닐리 회장이 최고경영진을 만난 데 이어 SK텔레콤이 웹서비스 플랫폼 구축에 한국썬의 인프라를 적용키로 합의했다. 또 한국HP와 한국썬의 총판을 함께 맡아온 SK글로벌이 최근 들어 썬 장비 판매에 주력하고 그에 따라 장비 판매실적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도 좋은 징후로 받아들이고 있다.
‘밉스’ 기준으로 할 때 아태 통신사 중 최대 메인프레임 고객을 잃게 되는 한국IBM도 메인프레임을 거두는 대신 레가타가 그 뒤를 이을 것이란 자신감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CUP당 성능이 경쟁제품 중 최고속도를 보유해 BMT 결과를 두고 보자는 분위기다.
한편 업계에서는 3사의 제품이 ‘OS 안정성과 확장성, 단위CUP 처리속도’ 등에서 각각 우위가 다르게 나타나고 있어 BMT 결과만으로는 이번 입찰건이 마무리되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SK텔레콤이란 기업의 상징성을 고려할 때 3사 모두 우선 수주하고 보자는 경쟁심리가 작용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결국 가격경쟁이나 관련된 지원 서비스가 판가름내는 것 아니냐는 견해다.
특히 3사 모두 초기에는 무상에 가까운 금액으로 공급하되 CUP 사용량에 따라 지불하는 방식을 제안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신혜선기자 shinhs@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