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VD타이틀 대중화 아직 멀었나

  DVD타이틀시장이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DVD드라이브 보급대수에 비하면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DVD타이틀시장은 총 600억원 규모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배 가량 늘어난 것으로 추산된다.

 이에 따라 스펙트럼·비트윈·브에나비스타 등 대부분의 DVD타이틀 업체들도 지난해 상반기에 비해 올해 최소 50%에서 많게는 200% 가량 매출 성장을 이뤘다. 그러나 이같은 성장률은 실제 DVD드라이브 보급대수나 DVD플레이어 성장세에 비하면 오히려 상대적으로 저조한 성적이라는 의견이다. DVD타이틀은 일단 하드웨어가 팔려나가면 지속적인 구매가 일어나는 콘텐츠 시장의 룰을 적용받는다는 점에서 하드웨어 성장률을 크게 웃도는 것이 보통이지만 현재 시장은 예상밖의 침체 모습을 보인다는 것이다.

 ◇현황=현재 DVD타이틀을 돌려볼 수 있는 하드웨어는 PC에 장착되는 DVD롬드라이브, 전용 DVD플레이어, 소니 플레이스테이션(PS)2 등 크게 세 종류. 삼성전자·LG전자 등 가전 및 컴퓨터업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에 팔려나간 DVD하드웨어는 전용 DVD플레이어 15만대를 비롯해 DVD롬드라이브 30만대, PS2 15만대 등 총 60만대로 추산되고 있다.

 이같은 수치는 지난해 상반기 DVD하드웨어 판매수량 25만대(DVD플레이어 5만대, DVD롬드라이브 20만대)에 비하면 140% 증가한 것. 따라서 올 상반기 DVD타이틀시장의 200% 증가세는 DVD하드웨어시장 성장에 비추어보면 상대적으로 소폭 증가에 그친 셈이다.

 특히 더욱 의미있는 수치인 전체 DVD하드웨어 누적 보급대수에 비하면 이 같은 DVD타이틀의 성장률은 오히려 침체로 받아들여진다. 현재 DVD 관련 하드웨어 누적보급 대수는 전용 DVD플레이어 40만대를 비롯해 총 160여만대로 추산되고 있으며 이는 모두 DVD타이틀 수요를 견인하는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한달 평균 DVD타이틀 출시편수가 지난해보다 2배 이상 늘어났고, 타이틀의 품질이 좋아진 점을 감안하면 올 상반기 타이틀 시장규모는 실망스럽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DVD타이틀 판매가 늘었다고는 하지만 몇몇 대박급 작품만 큰 폭으로 증가했을 뿐 대부분의 타이틀은 여전히 1000∼2000장 판매에 그치고 있다”며 “특히 출시편수가 늘어난 점을 감안하면 그다지 기뻐할만한 상황은 아니다”고 전했다.

 ◇배경=이 같은 현상은 DVD드라이브의 보급이 DVD타이틀 수요를 제대로 견인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DVD관련 드라이브 가운데 최근 판매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콤보 DVD플레이어의 경우 DVD타이틀 재생목적도 있지만 일반 VCR의 대체용으로 구매하는 경우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PC용 DVD롬 드라이브의 경우는 보급수량은 가장 많지만 PC구입시 기본 장착이 되는 경우가 많아 활용도가 상대적으로 낮은데다 인터넷상의 복제물인 디빅(Divx)까지 기승을 부리고 있어 DVD타이틀 구매로까지 이어지는 비율이 낮은 편. PS2 역시 DVD타이틀 재생은 가능하지만 PS2용 콘텐츠를 즐기기 위한 목적이 더 부각되고 있다. 특히 긴밀한 협력이 요구되는 DVD하드웨어 및 콘텐츠 업체간에 이렇다할만한 공조가 이뤄지지 않는 것도 시장활성화를 더디게 하고 있다.

 이같은 추세로 간다면 DVD 관련 하드웨어가 많이 팔려나가도 이것이 바로 DVD타이틀 구매로 이어지기는 힘들다는 전망을 가능하게 한다. 여기에다 여전히 부담스러운 DVD타이틀 가격, 더디게 진행되고 있는 유통망 대중화, 대여시장의 협소함, DVD타이틀 업체의 영세성 등이 DVD타이틀 시장 대중화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모 업체 관계자는 “초기 단계에 있는 DVD시장이 비약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기술, 제품, 유통 등 각 부분에서 체계적인 시장 인프라가 갖춰져야 한다”며 “DVD대중화까지는 2∼3년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조인혜기자 ihch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