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포스트 5세대다.’
LG필립스LCD와 삼성전자를 시작으로 올들어 TFT LCD가 5세대 시대로 진입한 가운데 5세대 이후, 즉 ‘포스트 5세대’ 투자경쟁이 서서히 달아오르고 있다. TFT LCD라인의 세대교체는 통상 약 2년을 주기로 업그레이드를 거듭해왔다. 따라서 차기 TFT LCD ‘지존’자리를 둘러싼 한·일 LCD업체간 포스트 5세대 경쟁은 갈수록 치열하게 전개될 전망이다.
◇‘태풍의 눈’ TV시장=LCD업계가 ‘포스트 5세대’ 투자를 추진하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 TV시장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10.4∼20인치가 주류를 이루고 있는 노트북 및 모니터용 LCD와 달리 TV는 향후 20인치 이상이 주종을 이뤄 5세대 이하 제조라인에선 생산성을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물론 현재 LCD TV는 워낙 고가인데다 ‘세컨드TV’란 인식이 강해 20인치 안팎의 중소형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하지만 최근 40인치급의 대면적 제품까지 등장, 대량 생산체제구축에 따른 원가만 낮춘다면 대형 LCD TV시장이 열릴 날도 머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디스플레이 시장의 꽃인 TV용 LCD 시장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는 것도 주목할 만한 부분. LCD TV시장은 올들어 시장진입에 성공, 올해 약 160만대에서 내년 330만대로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추세라면 6세대 TFT LCD라인 시대가 열리는 2004년께엔 500만대를 넘어서며 황금기로 접어들 것이 확실시된다.
LG필립스LCD·삼성전자·샤프 등 현재 포스트 5세대 전쟁의 주역들이 직간접적으로 TV를 생산한다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 삼성전자와 샤프는 내부적으로 LCD TV와 LCD를 직접 생산하고 있으며, LG필립스는 LG전자와 필립스란 양대 주주이자 TV계열사를 두고 있어 시너지 효과 극대화 차원에서도 ‘포스트 5세대’ 투자에 거는 기대가 크다.
◇LCD 지존을 노린다=한·일 주요 LCD업체간 포스트 5세대 전쟁이 수면 아래서 본격화하고 있는 또하나의 이유는 LCD업계의 지존경쟁이 6세대 이후에서 확실하게 갈릴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현재 5세대 라인을 가장 먼저 가동한 LG필립스가 중대형 TFT LCD 생산능력면에서는 근소하게 1위를 탈환했지만 현재로선 어느 누구도 절대강자 위치에 오르진 못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TFT LCD 시장의 차세대 황금어장인 TV시장을 선점하고 나아가 진정한 TFT LCD부문의 강자로 우뚝서기 위해선 6세대 이후의 설비투자 경쟁에서 우위를 점해야 한다. 이같은 현상은 ‘세계 1등’이 갖는 상징성 외에도 세계 1위기업에 시장지배력이 더욱 집중화하는 시장논리와 무관치 않다.
실제로 5세대 경쟁에서 LG에 밀려 1위 자리 고수에 위기를 느끼고 있는 삼성전자는 6세대 이후에서 이를 만회하기 위해 치밀한 전략수립에 들어갔다. LG 역시 5세대 선투자로 삼성전자를 제칠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고 보고 ‘포스트 5세대’에서도 한발 앞선 투자로 맞대응한다는 전략이다. 샤프도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6세대 투자를 선도, TV용 LCD시장의 강세를 유지하는 한편 궁극적으로 LCD 시장 1위 탈환을 노리고 있다.
◇변수는 무엇인가=LG·삼성·샤프 등이 선도하는 포스트 5세대 TFT LCD 설비투자는 현재로선 상당한 외생변수를 안고 있다. 무엇보다 줄잡아 2조원대에 육박하는 투자부담이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올해 10조원대의 영업이익 창출을 기대하고 있고 LG필립스 역시 올해 대폭적인 영업이익이 기대되는데다 LG그룹과 필립스그룹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어 투자재원 마련엔 큰 무리가 없어 보인다. 샤프 역시 5세대를 건너뛰고 6세대로 곧바로 전환, 상대적으로 부담이 덜한 상태다.
문제는 시장과 가격. 지난해말부터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는 LCD 시장이 대만업체들의 잇따른 5세대 가동으로 공급과잉이 예상되는 내년 상반기말부터 심한 조정국면으로 들어설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이렇게 되면 LCD가격이 하락하고 업계 채산성이 악화, 나아가 초대형 신규 투자부담이 만만치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6세대 이후의 LCD 공급을 소화해야 할 LCD TV시장이 어떻게 전개되느냐도 변수다. 일반적으로 LCD TV 시장이 대세상승세에 들어섰다고는 하나 위로는 PDP, 아래로는 평면CRT TV의 협공을 견뎌내야 하기 때문이다.
<이중배기자 jb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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