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속락에 따른 영향을 비교적 덜 받고 있는 정보통신, 반도체 등 IT산업이 하반기 국내 경기를 주도해 나갈 것이라는 주장이 잇달아 제기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23일 ‘하반기 원화강세 속 산업활동 전망’ 보고서를 통해 “국내 IT산업의 경우 세계시장 점유율과 기술경쟁력 측면에서 우위를 보이고 있어 원화강세의 영향을 피해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특히 올해는 통상적인 연말 세계시장 수요 증대가 월드컵 이후 IT코리아에 대한 이미지 제고와 맞물려 하반기 국내 산업경기 회복은 IT산업이 주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날 한국산업은행도 ‘달러화 약세가 국내경제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원재료 수입비중이 높고 환율보다 수급요인에 수출가격이 좌우되는 통신기기, 반도체 등은 이번 환율파동의 충격이 미미할 것으로 내다봤다.
환율 폭락세 속에서도 국내 산업의 버팀목 역할을 해주고 있는 IT산업. 그 힘의 원천은 무엇이고 또 환율속락이 하반기 국내 산업에 미칠 파장 등을 짚어본다.
◇환율변화에 강한 IT=지난 5월 한국무역협회가 국내 수출기업 250개사를 상대로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우리 수출기업들이 적정하다고 생각하는 환율은 달러당 1305원. 하지만 전기·전자제품을 수출하는 기업들은 이보다 15원 낮은 1290원을 제시했다. 심지어 전자부품 수출업체들은 1288원까지 낮춰 잡고 있다. 이는 1311원을 제시한 플라스틱·고무제품 수출업체에 비해 23원이나 적은 액수다.
수출업체 관계자는 “이처럼 낮은 환율을 적정하다고 내놓을 수 있는 것은 IT산업이 분명 국내 타산업에 비해 그만큼의 경쟁력을 담보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23일 한국산업은행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하반기 평균 환율을 달러당 1100원으로 가정할 경우 국내 제조업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2.2%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원재료 수입과 로열티 지출 비중이 높은 통신기기와 컴퓨터부문은 각각 1.6%, 1.8%씩의 감소만이 예상된다는 게 산업은행의 분석이다. 이는 5.6% 하락이 예고되는 조선분야에 비하면 크게 낮은 수치다.
◇하반기 환율·IT 함수관계=환율하락 기조가 지속된다 해도 올 하반기 IT분야 생산은 타산업분야에 비해 크게 호전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하반기 정보통신분야의 생산은 작년 동기에 비해 23.9%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도체는 이보다 높은 32.7% 증가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경제연구원의 유병규 미시경제실장은 “정보통신, 반도체 등은 하반기 경기 호조세 유지 업종으로 분류된다”고 말했다. 특히 반도체는 미국·일본의 수입의존도가 높은 장비나 원부자재의 수입, 환율보다 수급요인에 따라 변동되는 수출가격, 장기공급원과의 계약 등의 특성상 최근의 환율하락은 오히려 수출에 도움이 된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올 하반기 반도체 수출은 작년동기대비 80.8% 상승할 것이라는 게 현대경제연구원측 전망이다.
해외 핵심기술을 상당수 도입하고 있는 국내 IT업계의 특성상 환율하락은 라이선스 로열티비용을 크게 절감시키는 효과가 있다. 경쟁국 통화의 동반강세, OEM 수출, 일본제 부품 수입 등도 환율하락이 국내 IT산업에 별다른 파장을 일으키지 못하는 원인들로 꼽힌다.
하지만 아무리 IT기업이라 하더라도 환율급락세에 따른 1150원대 붕괴에 대비 △매칭 △선물환 △통화옵션 △유로화 결제 등 다각적인 환위험 회피수단을 강구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했다.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