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니터>TV와 모니터 경계 사라진다

 ‘이제는 TV업체로 불러다오.’

 국내 모니터 업체들이 TV업체로의 변신을 꾀하고 있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회사내에 별도의 TV사업부가 있는 경우에도 모니터 사업부에서는 적극적으로 TV기능을 지원하는 LCD 모니터를 출시하는가 하면 그동안 LCD 모니터만 출시했던 중견·중소 모니터 업체들도 속속 TV기능을 지원하는 LCD 모니터를 출시하고 있다. 아이엠알아이, 이레전자 등은 아예 모니터업체에서 이제는 정보가전 업체로의 변신을 선언했다.

 이는 TV제품이 모니터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마진이 보장받고 있는 데다가 LCD를 디스플레이 소재로 활용하면서 TV기능 구현도 더욱 용이해졌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출시된 LCD TV의 경우 모니터 기능을 지원하는가 하면 LCD모니터는 점차 TV기능을 기본기능으로 제공, 영상기기 두 축인 TV·모니터 경계가 LCD응용 제품에서부터 급격히 허물어지는 추세다.

 LG전자 모니터사업부의 이강래 상품기획팀장은 “LCD패널의 응답속도가 25ms 이내로 줄어들고 밝기가 개선되면서 단점으로 지적돼온 화면잔상, 밝기 등의 문제가 개선됐다”라며 “일본업체의 경우 대형 LCD TV에 초점을 맞추고 있고 대만업체들은 모니터 기본 제품에 치중하고 있어 소형 LCD TV의 경우 국내 모니터업체들의 선전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나 LG전자 등은 계열사의 LCD소재 계열사와의 협력을 통해 소형 LCD TV뿐만 아니라 대형 LCD TV시장 1위까지도 넘볼 태세다.

 삼성전자는 디지털 영상처리기술로 일반 TV는 물론 HDTV신호까지 수신이 가능해 LCD TV와 같은 고선명 화질을 제공하는 ‘HDTV 레디’ 모니터를 출시했다. 이 제품은 DTV셋톱박스를 연결할 경우 DTV를 디지털 포맷 그대로 시청할 수 있다. 15인치, 22인치 2개의 TV지원 LCD모니터를 출시한 LG전자는 다음달 18.1인치 TV지원 LCD모니터를 출시하고 라인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그동안 LCD 모니터만을 출시해온 중견 모니터업체인 한솔전자와 이미지퀘스트는 조만간 TV기능을 갖춘 LCD모니터를 출시하면서 TV시장을 노크한다. 한솔전자는 이달 17인치 LCD 모니터에 TV기능을 제공하는 TV겸용 LCD모니터를 출시하며 이미지퀘스트는 다음달 15인치 LCD TV를 선보일 예정이다. 이미지퀘스트는 LCD모니터 일체형 신클라이언트에 TV수신기능을 갖춘 제품을 개발하고 시장출시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아예 TV에 더욱 가깝게 LCD모니터를 개발하는 업체들도 늘고 있다.

 이전에 15인치, 18인치 LCD TV를 출시해온 아이엠알아이는 20인치, 21인치 LCD TV를 개발하고 다음달부터 국내외에 선보일 예정이다. 이 회사가 개발한 LCD TV는 TV전용 패널을 사용, 기존 모니터 패널 제품에 비해 TV성능을 개선했으며 PIP기능도 지원한다. 이 회사의 장은석 이사는 “이 제품을 해외시장에서는 PC매장이 아니라 가전매장에서 판매할 계획”이라며 “국내에서도 홈쇼핑이나 신규채널을 통해 가전제품으로 판매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LCD모니터 전문업체인 코니아테크놀로지는 오는 9월경 완벽하게 TV기능이 구현되는 LCD TV를 출시하고 국내외에 판매할 계획이다. 외관 디자인도 모니터와 달리 TV에 보다 가깝게 설계했다.이 회사는 주로 LCD모니터를 판매해 왔으나 이번 제품출시를 계기로 국내외 가전 매장을 통한 판매도 추진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나 LG전자의 경우 TV사업부에서는 LCD TV를, 모니터 사업부에서는 TV겸용 모니터를 출시하고 있으나 최근에는 크기, 기능별로 차별화 포인트가 점점 줄어드는 추세다. 삼성전자는 이같은 추세를 감안, TV사업부와 모니터사업부를 디스플레이 사업부로 통합했으며 생산라인도 공용화했다. 모니터 포털업체인 디스플레이뱅크의 자료에 따르면 국내 온라인모니터 판매에서 전체 LCD 판매량의 15% 가량이 TV튜너가 장착된 모델이며 특히 17인치 이상의 고가제품들의 경우 기본형 모델보다 오히려 TV, AV, USB 등의 옵션을 장착한 제품들이 더욱 강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모니터 업체들이 TV업체로의 변신을 서두르고 있지만 넘어야할 산도 적지 않다. TV의 경우 브랜드 충성도가 모니터보다 더욱 높고 유통채널도 다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중소 모니터업체들은 직접 시장 진출보다는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방식을 추진하고 있다. 또 유럽의 경우 일반 모니터와 달리 튜너가 달린 모니터의 경우 TV로 치부, 비교적 높은 관세를 물리기 때문에 유럽 진출을 꾀하는 국내 모니터업체들은 현지생산을 검토해볼 만하다.

 <유형준기자 hjy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