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방 소프트웨어(SW)업체들이 유통사들의 높은 유통마진 요구로 시장진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24일 대구지역 SW업계에 따르면 독자적인 유통채널망을 갖추지 못한 지방 SW 개발업체들이 40%에 달하는 높은 유통마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시장성이 높은 제품도 기업 인지도가 낮아 유통계약에서 불이익을 당하는 사례가 적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대구지역의 일부 SW 개발업체는 아예 기술개발을 포기한 채 대기업 제품의 지방 총판을 맡는 유통사업으로 전환하는가 하면, 자사가 개발한 제품에 대해서는 아예 직판에 나선 것으로 밝혀졌다.
교육관련 SW 개발업체 C사는 최근 교육용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마케팅을 위해 대형 유통사와 계약을 체결하려다가 마지막 단계에서 판매이익의 45%를 유통마진으로 요구하는 바람에 계약을 포기했다.
결국 이 회사는 유통사를 활용하지 않고,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병행한 직판에 나서기로 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유통사가 제품에 대한 시장잠재력 등에는 관심이 없고, 제품 브랜드의 인지도가 낮다는 이유로 터무니없는 유통마진을 요구하고 있다”며 “유통사가 정작 기술개발에서 흘린 땀의 대가를 별다른 힘을 들이지 않고 차지하겠다는 뜻으로밖에 이해가 안된다”고 지적했다.
지난해까지 기술력을 바탕으로 독자적인 기업정보화 솔루션을 개발해 온 E사는 최근 대형 정보기술(IT)업체의 대구경북지역 딜러로 나섰다. 이 회사는 인지도가 낮은 자사 제품을 개발해 판매하는 것보다는 이미 브랜드가 형성된 대형 시스템통합(SI)업체의 제품으로 승부하는 것이 훨씬 빠른 길이라고 판단하고 자체 개발사업을 접었다.
또 게임개발업체 N사는 최근 출시한 온라인게임에 대해 유통사가 게임의 유통과 마케팅을 맡는 조건으로 50%씩의 수익을 나눠갖는다는 계약에 울며겨자먹기 식으로 동의했다.
게임개발업체의 한 사장은 “게임시장에서도 유통마진이 높아 지역의 순수 게임개발업체들이 힘든 게임개발을 포기하고 유통사업으로 전환하려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며 “이같은 현상은 결국 지역 SW산업을 위축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정재훈기자 jho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