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인류에 가장 공포스러운 존재가 있다면 그건 바로 핵폭탄이다. 그런 핵폭탄이 도심에 발사된다면. 그것도 자신들이 자유민주주의 최강의 수호자라는 자부심으로 똘똘 뭉쳐있는 미국의 중심부에.
8월 2일 개봉되는 영화 ‘썸 오브 올 피어스’는 구소련의 붕괴 이후 냉전주의가 희박해져가는 상황에서 다시 한번 핵전쟁의 가능성을 경고한다. 그러나 주적 규정이나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은 상당히 다르다. 특정 국가나 특정 이데올로기가 아니라 새로운 위협이자 ‘공공의 적’으로 떠오르고 테러집단 존재를 부각시키고 있다. 지난해 9·11 뉴욕테러사태 이후 미국이 표방하고 있는 이념이 그대로 배어나는 셈이다.
전자신문 7월 시사영화로 선정돼 24일 종로 허리우드 극장에 마련된 썸 오브 올피어스 시사회에는 500여명의 독자들이 참석하는 성황을 이뤘다. 대부분의 시사회 관객들은 여름휴가를 앞두고 가벼운 마음으로 영화를 관람했으며 2시간 남짓의 흥미를 만끽했다.
썸 오브 올피어스는 국내외 확고한 고정 독자층을 확보하고 있는 미국 유명작가 톰 클랜시의 잭 라이언 시리즈 최신판이다. 잭 라이언은 톰 클랜시 원작인 붉은 10월, 패트리어트 게임, 긴급명령에 이어 썸 오브 올 피어스에도 등장하게 되는 주인공 이름으로 미국 이데올로기를 대변하는 전형적인 영웅으로 그려진다. 이번에 잭 라이언은 떠오르는 할리우드 히어로 벤 애플렉이 주연을 맡아 이전 주연인 알렉 볼드윈, 해리슨 포드와의 세대 교체를 이뤄냈다. 연기파 배우의 대명사로 CIA국장 역할을 맡은 모건 프리먼의 존재도 이 영화의 가치를 높여주는 역할을 톡톡히 한다.
특히 군 당국과 CIA 등의 고증을 통해 실제 비상계엄시 군 조직의 움직임 등이 사실적으로 묘사된 것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미 국방성의 허가를 얻어 F16 전투기와 B2 폭격기, 육군의 주력 공격용 헬기인 블랙호크에 대한 촬영도 실제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CIA 정책연구연 잭 라이언은 자신이 러시아 차기 대통령감으로 점찍었던 알렉산더 네메로프가 신임 러시아 대통령이 되자 분석능력을 인정받아 CIA국장 빌 캐봇을 수행하고 러시아 핵사찰 방문길에 오른다. 러시아의 핵무기 제조 공장을 둘러보던 잭과 캐봇은 러시아 핵물리학자 3명이 실종된 것을 알아채고 이를 수상히 여긴다.
이들이 귀국한 이후 러시아가 체첸에 화학무기를 투하하는 사건이 일어나고 급기야 대통령까지 참관하고 있는 볼티모어에서 열리는 슈퍼볼 개막전 경기장에 핵폭탄이 터지면서 도시는 잿더미로 변한다. 양국간 긴장을 고조되고 국지적인 상호 공격이 이뤄지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는 핵폭탄 정국으로 치닫게 된다.
물론 결론은 미-러 전쟁을 일으키려는 신나치주의 테러리스트 소행으로 밝혀지지만 서로를 믿지 못하면서 점점 극단적인 선택으로 치닫는 러시아와 미국의 긴장된 장면이 막판 20분간 진땀나게 펼쳐진다. 이 영화의 묘미는 73년 중동전때 이스라엘 전투기가 추락해 불발된 핵탄두와 러시아 과학자들의 납치, 무기 밀거래 등의 일련의 사건들이 연관성없는 듯 흩어져있다가 하나의 사건으로 꿰어지는데 있다. 더욱이 실제로 핵폭탄이 미국 도심에서 실제로 터지는 상황을 설정함으로써 단지 가상이 아니라 현실에서도 대중을 대상으로 한 테러학살이 가능함을 전달하고 있다. 공포의 총합이라는 의미 역시 여기에서 기인한다.
그러나 그다지 신선할 것 없는 소재에 비장하게 펄럭이는 성조기나 세계 평화의 수호자인양 행동하는 미국 대통령의 모습, 소심해보이는 러시아 대통령에 대한 묘사 등은 여전히 미국 중심주의에 대한 거부감을 조금은 불러 일으킨다. 12세 이상 관람가.
<조인혜기자 ihch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