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점검-위기 맞은 PC산업>(1)메이저들 각축장이 된 한국시장

 한국의 PC산업이 위기를 맞고 있다. 세계 굴지의 메이저들이 국내시장에 모두 진입, 국내 업계의 생명줄이었던 내수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내수시장 구조도 급변하고 있다. 국내 업체들이 취약성을 드러내고 있는 노트북PC의 비중이 급속히 높아지고 있으며 전통적인 대리점 유통채널도 더이상 큰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 데스크톱PC에 기반을 둔 국내 업계는 이제 해외에서는 물론 국내에서조차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 위기에 처한 국내 PC산업의 실상과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을 8회에 걸쳐 모색해본다. 편집자

 

 1.메이저들 각축장이 된 한국시장

 “한국시장에서 삼성이 PC시장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비정상입니다. 이는 한국만의 독특한 시장구조와 해외 메이저들의 무관심 때문이었습니다. 앞으로는 다를 것입니다. 이제 한국시장도 세계시장의 큰 흐름속에 편입될 것입니다.”

 차인덕 도시바디지털미디어네트워크코리아 사장은 해외 메이저들에게 한국 시장의 중요성이 매우 높아졌다고 말했다. 그동안 비중이 미미했던 노트북PC시장이 급성장하고 있고 중국시장으로 가는 중요한 디딤돌이라는 것이다.

 국내 시장에서 만큼은 별 힘을 쓰지 못했던 세계 굴지의 PC메이저들은 최근 한국시장 공략에 자신감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동안 한국시장은 한국기업과 외국기업간 국적경쟁 구도였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국적을 불문한 메이저들간 수평 경쟁구도로 전환되고 있습니다. 특히 사후서비스에 손이 덜가는 노트북PC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어 영업망과 AS망이 취약한 해외메이저도 한국기업에 비해 불리할 게 없다는 생각입니다.” 용산상가에서 노트북PC 대리점을 운영하고 있는 e사 사장의 전언이다.

 “기업용시장과 달리 소비자 대상의 소매시장에서는 한국업체의 막강한 영업망의 벽을 넘기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이젠 한국에서도 다양한 유통채널이 생겨나고 있고 대리점망의 영향력도 상대적으로 떨어졌습니다.” 다른 메이저들과 달리 기업용이 아닌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소매유통만을 하고 있는 소니코리아 관계자의 지적이다.

 실제로 삼성전자와 삼보컴퓨터의 시장점유율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IDC자료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데스크톱PC 점유율은 지난해 1분기 41.5%이던 것이 지난해에는 35.2%로 낮아졌다. 삼보 역시 지난해 1분기 19.6%에서 지난해에는 19.4%, 올 1분기에는 18.0%로 하락했다. 그러나 데스크톱PC시장에서 해외 메이저들의 시장점유율은 지난 1분기에 총 12.8%로 아직은 대수롭지 않다.

 하지만 해외 메이저들의 주력인 노트북PC에서는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 해외 메이저들의 점유율은 지난 1분기에 무려 35.5%에 달했다. 삼성전자가 50%에 달하는 절대적인 장악력을 유지하고 있는 반면 다른 국내 업체들은 전혀 힘을 못쓰고 있다.

 문제는 국내시장에서도 노트북PC의 비중이 급상승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IDC에 따르면 노트북PC의 비중은 지난해 1분기에 12.59%던 것이 지난해에는 13.95%로 높아졌다. 올 1분기에는 14.52%로 더욱 올라갔다. 이 추세대로라면 노트북PC 시장은 삼성 대 해외 메이저들간 경쟁구도로 정착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유성호기자 shyu@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