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소양인증제 4년째 표류

 지난 99년 학생들의 정보활용능력 제고 취지로 도입된 정보소양인증제도가 시행 4년째를 맞았지만 뚜렷한 방향성을 찾지 못하고 표류하고 있다.

 고등학교 과정 중 정보활용 정규과목을 2단위 이상 이수하거나 특별활동시간에 관련과정을 34시간 이상 이수하면 주어지는 정보소양인증은 2002년도 대학입시부터 전형과정에 반영되기로 결정되면서 뜨거운 열기를 보였다. 그러나 도입당시 교육부가 전체 대학의 79%인 139개교가 전형자료로 반영할 예정이라고 밝혔던 것과는 달리, 실제로는 첫해 27개 대학만이 반영한 데 이어 2003년 반영대학은 24개로 줄어드는 등 그 열기가 급속히 식고 있다.

 이는 이미 인증을 획득하는 고교생들이 전체 95%에 달하고 있으며 질적인 면에서도 학교수업을 통해 시간만 때우고 손쉽게 따는 인증이라는 인식이 자리잡으면서 대학입학 평가기준으로서의 의미를 상실했기 때문이다.

 정보소양인증제도가 이처럼 대학의 관심을 끌지 못하자 일선 고교들은 정보활용 수업시간을 자율학습이나 수능시험과목시간으로 대체하는 등 파행운영을 하고 있으며 대학 역시 동점자 변별시에만 활용하는 등 반영비율을 크게 낮추고 있어 제도 자체가 유명무실해지고 있다.

 공교육 혜택을 받지 못하는 재수생이나 사회인을 위해 한국교육학술정보원이 2000년부터 주관하고 있는 정보소양인증시험 역시 올해 크게 축소됐다. 첫해 두번 시행 후 대학입시와 맞물려 관심이 뜨거웠던 지난해에는 세번의 시험을 치렀지만 올해는 시험을 한번만 치기로 한 것.

 이에 대해 한국교육학술정보원 관계자는 “시험제도가 확대될 경우 재학생들도 학교수업에 충실하지 않고 시험으로 간단히 해결하려 할 것을 우려해 시험은 최소한의 구제용도로만 남겨놓은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수험생들은 “시험을 한번만 치르면 탈락자가 받는 불이익은 어쩌란 말이냐”며 “대학의 관심이 떨어진 것이 문제가 되면 제도 자체를 없애라”고 강력히 항의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매일 수많은 질문이 올라오던 정보소양인증센터 홈페이지(http://ilt.edunet.net) 게시판에는 최근 인증시험 안내공고가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거의 내용이 올라오지 않고 있어 제도자체에 대한 관심이 사라지고 있음을 대변하고 있다.

 교육관계자들은 “정보소양인증제의 도입 취지는 좋았지만 섣불리 대학입시에 접목시킨 것은 실수”였다며 “정보소양인증의 일률적인 강요보다는 실생활에 활용할 수 있는 유용한 커리큘럼을 개발, 자발적인 학습을 유도하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한편 정보소양인증제도는 고등학교 정보활용과목을 2단위 이상 이수하거나 특별활동시간에 관련과정을 34시간 이수하면 인증을 주는 제도다. 또 공교육 혜택을 받지 못하는 재수생이나 사회인들도 한국교육학술정보원이 주관하는 정보소양인증시험에 통과하거나 학술정보원에서 인정한 국가·민간자격증을 취득하면 인증을 받을 수 있다.

 <정진영기자 jych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