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되는 8월. 선풍기 바람에 수박 한 입 베어물면서 감상하는 영화 한편으로 더위를 날려보자. 8월에 출시되는 신작 비디오·DVD 타이틀은 그 어느 때보다 풍성하다. 출시편수는 물론 내용면에서도 흥행작, 화제작들이 줄을 잇고 있어 볼 만한 신작 타이틀을 다 보려면 상당한 시간을 할애해야할 정도다.
무엇보다 가장 관심을 끄는 작품은 반지의 제왕. 비디오와 DVD타이틀로 모두 출시되는 반지의 제왕은 해리포터의 인기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는 특A급 작품이다. 이와 함께 극장개봉에서 100만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한 ‘오션스 일레븐’ ‘뷰티풀 마인드’ ‘결혼은 미친 짓이다’ ‘묻지마 패밀리’ 등 화제작들이 쏟아져 나온다. 이밖에 ‘캔디케인’ ‘모스맨’ 등 여름에 빠질 수 없는 공포, 스릴러물도 대거 출시되며 ‘여름방학 구출작전’ ‘엄마 찾아 삼만리’ 등 여름방학을 맞이한 아동, 청소년을 위한 비디오·DVD도 눈길을 끈다.
◇ 반갑다! 반지의 제왕=영화 마니아들이 오랫동안 기다려온 반지의 제왕이 6일과 13일 각각 비디오와 DVD타이틀로 출시된다. 반지의 제왕은 지난해 12월 31일 개봉돼 전국 400만명에 가까운 관객을 동원한 팬터지 액션 어드벤처물.
여러부문에서 경쟁하고 있는 해리포터에 비해 3개월이나 늦게 출시된 셈이지만 오히려 홈비디오 흥행에서는 해리포터를 능가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반지를 둘러싼 선과 악의 대결, 다양한 인간군상의 욕망을 중심축으로 삼고 있는 반지의 제왕은 스펙터클한 화면구성과 중간계의 존재 등 신화를 보는 듯한 신비주의적 요소 때문에 강렬한 흥행요소를 갖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악의 군주 사우론과 신들의 전쟁이 아주 먼 옛날 얘기가 되었을 즈음. 첫번째 세계 다음에 찾아온 중간세계에서도 미약하나마 절대반지의 힘은 여전히 존재하게 된다. 모든 힘과 세력을 잃고 암흑세계에 숨어 지내던 사우론은 신들과의 전쟁에서 잃어버린 11개의 반지를 끌어모으는데 성공하고 세상을 지배할 마지막 12번째 절대반지를 찾기 위해 모든 세력을 동원하게 된다. 그러던 어느날. 호빗이라 불리는 난쟁이 종족 중 한명인 프로도는 삼촌에게서 절대반지를 물려받게 되는데…. DVD타이틀에는 다큐멘터리를 비롯해 반지의 제왕 2-두개의 탑편 미리보기 등 장장 157분의 스페셜 피처가 포함돼 있다. 12세 이용가.
◇극장 개봉 화제작 줄줄이 대기=조지 클루니·브래드 피트·앤디 가르시아·줄리아 로버츠·맷 데이먼 등 이름만 들어도 쟁쟁한 할리우드 배우들이 총출동하는 ‘오션스 일레븐’이나 천재 수학자 존 내쉬의 삶을 그린 ‘뷰티풀 마인드’, 결혼에 대한 이중적인 가치관을 리얼하게 그린 ‘결혼은 미친 짓이다’ 등도 놓치기 아까운 작품들이다.
오션스 일레븐은 1960년에 나온 동명작품의 최신 버전. 국내에서도 몇주간 박스오피스 1위를 고수할 정도로 관심을 끈 작품이다. 라스베이거스를 무대로 펼쳐지는 기상천외한 카지노 금고털기 작전이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과 호화 출연진에 의해 잘 버무려졌다. 관객도 예상을 뒤엎는 기발한 작전과 미션 임파서블을 연상케하는 긴장감, 소매치기·폭파전문가·곡예사 등 11명의 활약에 시간가는 줄 모른다.
74회 아카데미 작품상, 감독상, 여우조연상, 각색상을 거머쥔 뷰티풀 마인드도 강력 추천작이다. 글래디 에이터의 러셀 크로가 정신분열증을 앓는 존 내쉬의 내면세계 연기로 극찬 받았으며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에서 천사 같은 모습으로 영화계에 첫발을 내디딘 제니퍼 코넬리, 카리스마로 뭉친 연기파 배우 에드 해리스의 콤비가 영화 재미를 더해준다. 이 영화의 묘미는 무엇보다 철저히 픽션에 근거했다는 데 있다.
94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이기도 한 존 내쉬는 49년 스물일곱장짜리 논문 하나로 150년 역사의 경제학 이론을 뒤집은 천재 수학자. 당시 스무살이던 내쉬는 게임이론에 대한 새로운 분석으로 제2의 아인슈타인으로 불릴 정도로 천재성을 인정받았다. 그러나 그 천재성이 오히려 그의 정신을 갉아먹으면서 정신분열증을 앓게 되고 그는 결국 교수자리를 잃고 영혼까지 위협받게 된다.
결혼은, 미친 짓이다는 이만교의 동명소설을 바탕으로 유하 감독이 메거폰을 잡은 드라마. 결혼에 대한 이중적인 잣대에 대한 통렬한 조롱과 감우성, 엄정화의 과감하고도 자연스러운 연기가 흥행의 플러스 요인이 됐다. 결혼은 속박이라는 확고한 신념을 갖고 있는 준영과 결혼따로, 연애 따로의 철학을 지닌 연희의 아슬아슬한 에로틱 로맨스가 펼쳐진다.
이밖에 브래드 피트와 로버트 레드포드가 주연한 버디무비 ‘스파이게임’과 사뮤엘 잭슨이 주연한 ‘51번째주’도 볼 만한 작품이며 옴니버스식 영화 ‘묻지마 패밀리’도 극장 흥행에 성공한 꽤 재미있는 타이틀이다.
◇공포 스릴러로 등골 오싹=여름에는 공포, 스릴러물을 빼놓을 수 없다. 8월에는 ‘캔디케인’, 엑소시즘과 DVD타이틀로 출시되는 ‘엑소시스트2’ ‘스크림’ ‘모스맨’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 등의 공포물이 대기하고 있다.
캔디케인은 ‘스크림’ ‘나는 네가 지난 여름에 한 일을 알고 있다’에 이은 청춘 호러물. 여름방학을 맞아 집으로 향하는 루이스는 고향 여자친구인 베나의 제안으로 고물 자동차를 구입해 한적히 여행이나 하며 고향으로 돌아갈 생각에 부풀어 있다. 그러나 사고뭉치인 풀러가 마침 출소한다는 소식을 듣고 여자친구와 단둘만의 여행은 물거품이 된다. 출소한 형을 싣고 콜로라도로 가는 길, 무료한 고속도로를 달리던 형제에게 차량용 개인 수신 라디오에서 음성이 흘러나오고 장난기가 발동한 형제는 여자 목소리를 흉내내 완벽한 아름다운 여인 캔디케인을 만들어낸다. 이것이 공포의 시작이 될 줄은 전혀 알지 못한 채….
모스맨은 정체 모를 괴물체의 출현과 이를 둘러싼 보이지 않는 공포를 생생하게 그렸으며 DVD로 출시되는 스크림은 대화형 메뉴, 감독 코멘터리, NG모음 등이 추가돼 볼거리를 더했다.
◇독특한 세계로의 여행=북한에서 제작된 ‘동물의 쌍붙기’, 중독에 관한 보고서 ‘레퀴엠’, 신비의 숫자 파이를 매개로 한 스릴러물 ‘파이’ 등 독특한 주제의 영화도 눈에 띈다. 제한상영가로 논란이 일었던 동물의 쌍붙기는 섹스하는 동물들의 세계를 그린 다큐멘터리성 포르노그라피이다. 6년 동안 동물들의 종족번식 행태를 노골적으로 기록한 이 작품은 동물들도 성적으로 흥분을 하는가에서부터 다양한 동물들의 섹스 모습을 북한 특유의 나레이션과 함께 담았다.
레퀴엠은 7월 12일 극장 개봉된 따끈따끈한 작품. 미망인 사라는 평소에 TV다이어트 강의 태피 티본스쇼를 보는 것이 유일한 낙이다. 그러던 어느날 사라는 바로 그 쇼의 출연섭외를 받고 들떠 남편과 함께 참석했던 아들의 고교 졸업식 때 입었던 아름다운 빨간 드레스 속의 자신을 상상한다. 그러나 그녀는 이미 살이 너무 쪄 버려 그 드레스가 맞지 않는다. 자신의 아름다움을 보여주기 위해 사라는 위험한 다이어트를 감행하고 점점 여러가지 환각에 시달리면서 위험한 지경에 이르게 된다.
파이 역시 레퀴엠의 감독 대런 아로노프스키가 메거폰을 잡은 영화로 파이를 둘러싼 미스터리 스릴러다. 수학이 곧 자연의 언어라고 믿고 있는 대인기피증의 수학천재 맥스는 주식시장의 산술유형을 연구하던 중 우연히 만난 유대교 사이비 종파의 카발라 일원에게 경전에 담긴 미스터리를 수학공식을 통해 풀어낼 수 있음을 듣고 암호해독에 몰두하게 된다. 15세 이용가.
<조인혜기자 ihch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