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되면서 휴가철을 맞은 디스플레이업체 근로자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사상 최대의 호황을 구가하고 있는 박막트랜지스터 액정디스플레이(TFT LCD)업체는 휴가기간에 아랑곳없이 라인을 풀가동하는 반면 LCD에 밀려 고전하고 있는 브라운관(CRT)업계는 휴가철에 라인 가동을 일시 중단하고 전직원에게 달콤한(?) 휴가를 주기로 한 것.
TFT LCD업체인 LG필립스LCD는 연중휴가제에 따라 사무직은 교대로 휴가를 갈 수 있으나 구미 LCD공장은 이번 휴가철에도 정상가동키로 했다. 삼성전자도 수원 및 구미사업장은 이달 29일부터 8월 4일까지 휴가를 가지만 LCD사업장인 천안공장은 정상가동한다. 삼성은 다만 4조 3교대 근무시스템을 조정해 ‘놀조(쉬는 조)’의 비근무일을 늘리는 방법으로 휴가를 대체할 계획이다.
반면 CRT업계는 이달 말에서 다음달 초 사이에 생산라인을 올스톱하고 4∼5일의 휴식기를 가질 예정이다. 이에 따라 삼성SDI와 오리온전기는 이달 31부터 다음달 4일까지 라인가동을 중단할 예정이다.
LG필립스디스플레이도 8월 5일부터 8일까지를 휴가기간으로 설정, 토요일인 3일부터 엿새의 긴 휴식기를 맞는다.
이처럼 휴가철을 맞아 디스플레이업계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은 생산시스템의 차이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CRT와 LCD의 시장 상황이 대조적이기 때문이다.
LCD업계의 한 근로자는 “무더위를 피해 휴가를 보내는 것도 좋지만 경기가 좋아 라인을 풀가동해 제대로 쉬지 못해도 기분은 좋다”고 말했다.
<이중배기자 jb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