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인쇄회로기판(PCB)업체들이 세계시장 패권을 차지하기 위해 해외진출을 가속화하는 가운데 국내업체들은 투자계획만 세운은 채 시기만 저울질하고 있어 세계시장에서 한국 PCB업계의 입지 악화가 크게 우려되고 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CMK·후지쯔 등 일본 유수의 PCB업체들은 세계 경기부진에 따른 생존전략의 일환으로 인력감원·생산시설이전 등 구조조정을 통해 중국·베트남 등 동남아 현지 생산법인 물량을 늘리는 등 공격적인 해외경영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세계 생산량 3위의 CMK는 최근 중국 퉁관에 이어 우시에 3번째 PCB 공장 설립에 착수, 내년부터 중국 북부지역을 집중 공략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는 남부지역보다 성장 가능성이 높은 북부지역에 올해 4500만달러를 투자, 이동통신단말기·통신장비 등에 사용되는 HDI(High-Density Interconnect) 기판을 양산함으로써 본격적인 중국시장 공략을 준비하고 있다. CMK는 이와 함께 대만의 GMB업체와도 전략적 제휴를 추진중이다.
세계 생산량 6위인 후지쯔도 최근 컴퓨터·통신장비용 PCB 생산라인 일부를 베트남 현지공장으로 이전, 해외 생산기지에서 중저가 제품의 생산량을 늘릴 계획이다. 이 회사는 특히 자국내에서 생산라인과 인력을 줄이는 대신 PCB 설계만을 전문적으로 하는 신생법인을 10월께 설립하기로 하는 등 사업구조를 고도화하고 있다.
이에 반해 한국 PCB업계의 간판격인 삼성전기·대덕GDS·LG전자·두산전자BG 등 국내업체들은 중국 등 해외시장 진출을 위한 투자계획만 잡아놓고 시기만을 저울질하는 등 사실상 손을 놓은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일본업체도 경기침체로 해외투자에 대한 불안감을 국내업체들과 똑같이 느끼고 있으나 세계시장 주도권을 잡기 위해 과감한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면서 “이러다간 고부가가치제품은 물론 범용제품 부문에서도 일본에 뒤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이 앞선다”고 말했다.
<안수민기자 smah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