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LG홈쇼핑이 지난 1분기 TV홈쇼핑 부문에서 3053억원의 매출액을 기록, 롯데백화점 본점의 2863억원을 앞질렀다는 보도가 세상을 놀라게 했다. 일종의 온라인 상거래사업자인 LG홈쇼핑이 오프라인분야 대표주자인 롯데백화점 본점을 제압했다는 사실은 매우 의미가 있다. 지난 79년 개점 후 줄곧 ‘단일매장 매출 1위’를 지켜온 롯데가 창업 7년도 안된 LG홈쇼핑에 덜미를 잡힌 것을 어떻게 해석할 것이며, 인터넷 상거래 사업자에게는 어떠한 의미를 지니는가.
홈쇼핑 성향을 분석해보면 100% 충동구매의 형태를 띤다. 그래서 TV홈쇼핑은 낭비를 부추기는 측면이 있다고 비판받기도 한다. 그러나 TV 홈쇼핑 환경에서 구매자는 외롭지 않다. 쇼호스트는 자세한 상품설명과 함께, 지속적으로 충동측면이 강한 구매를 합리적 구매인 것으로 인식시킨다(푸시형 구매환경).
반면 풀방식인 인터넷 쇼핑몰은 구매자가 가만 있으면 판매자쪽도 가만히 기다릴 수밖에 없다. 심사숙고하면서 그야말로 합리적인 구매의사결정을 내리려고 고심하여, 많은 경우 최종 구매 의사결정을 포기하기도 한다.
TV홈쇼핑은 다른 상점과 가격을 비교하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어느 정도 가격이 만족스러우면 주저하지 않고 구매하게 된다. 하지만 인터넷 환경은 가격을 탐색할 수 있는 방법이 상대적으로 열려있어서 구매자들이 구매를 끝까지 망설이고 다른 상점을 기웃거리게 된다.
TV홈쇼핑의 주고객층이 주부라는 사실은 고객접근이 매우 용이하게 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면 인터넷쇼핑은 여전히 불연속성이 심한 환경이다. 구매에 관한 적극적 의지와 함께 신기술에 대한 우호적 감정을 지닌 구매자들만이 힘겹게 사용하도록 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물론 TV 홈쇼핑이 과연 온라인 쇼핑인가 아닌가 하는 점에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물건을 만져보지 않고 산다는 점에서는 인터넷쇼핑과 유사하지만, 구매과정에 사람이 많이 개입한다는 측면에서는 오프라인에 가깝다. 그러나 시공 제약이 있는 오프라인 매장보다는 고객의 접근성과 확대가능성이 높아 오프라인 매장과 차별화된다. 결국 둘 사이의 중간 형태를 취한다.
TV홈쇼핑과 인터넷 쇼핑몰의 본질적인 차이 중의 하나는 진입장벽의 문제다. 인터넷 쇼핑몰은 정부 규제에 의한 진입장벽이 사실상 없는 반면, TV홈쇼핑은 제한된 수의 사업자가 사업권을 획득해 사업을 하는 구조다. 이는 매우 중요한 산업환경의 차이이며, 이는 TV홈쇼핑과 인터넷쇼핑을 단순 대등 비교할 수 없게 만드는 가장 중요한 산업환경 변수이기도 하다.
이처럼 TV홈쇼핑과 인터넷 쇼핑은 매우 상반된 특성을 갖고 있으나, 온라인이라는 측면에서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TV홈쇼핑이 이만큼 커졌다는 것은 순수 인터넷 쇼핑으로 가는 과도기를 무사히 보내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사실 인터넷은 TV보다는 설득의 매커니즘이 약하다. 때문에 인터넷 쇼핑몰의 진화를 위해 홈쇼핑과 인터넷 쇼핑몰을 어떻게 결합한 것인가라는 고민에 빠질 만하다. TV홈쇼핑의 성공은 인터넷 쇼핑몰 업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TV홈쇼핑처럼 인터넷 쇼핑몰도 이성적인 판단에 의한 합리적 구매패턴에 매달리기보다는 감성적인 구매를 병행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정리=이병희기자 shak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