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점검-위기 맞은 PC산업>(2)진퇴양난에 빠진 대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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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존의 아킬레스건인 내수시장이 해외 메이저에 잠식당하고 있는 국내 PC업체의 탈출구는 어디에 있나. 말할 것도 없이 해외 시장 개척이다. 그러나 PC에 관한 한 중소기업은 물론 대기업조차 해외 시장 개척이 결코 쉽지 않다.

 각종 수출통계에서 컴퓨터는 반도체·자동차에 이은 제3위 수출품목으로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실상은 이와 전혀 다르다. 컴퓨터 수출액의 대부분이 PC가 아닌 모니터·저장장치 등 주변기기들이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자산업진흥회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 3월 말까지 컴퓨터 수출액은 총 39억달러를 상회하고 있다. 그러나 순수한 PC수출액은 고작 3억9000만달러로 10%에 불과하다. 연간 2000억달러에 달하는 세계 PC시장에서 한국의 PC수출액은 0.015%에 지나지 않는다.

 “브랜드 사업을 강화하려니 승산이 별로 없는 것 같고 이제와서 ODM으로 돌아서려니 수익성이 지금보다 더 떨어질 것 같아 고민이다.” 모회사 고위관계자의 이같은 푸념은 국내 PC산업의 현실을 그대로 반영해준다.

 세계 PC시장은 미·일 메이저들과 대만 기업에 의해 장악돼 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계 브랜드 PC시장에서 HP·델·IBM·게이트웨이 등 미국 업체들과 NEC·도시바 등 일본 업체 6개사가 무려 절반을 점유하고 있다. 한국 업체들은 명함조차 내밀지 못하는 실정이다.

 브랜드 메이저들에 공급되는 아웃소싱 물량은 대만 업체들이 장악하고 있다. 데스크톱PC의 경우 1억대를 상회할 것으로 보이는 올해 판매량 중 대만 업체들의 생산량이 2800만대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표참조

 올해 국내 업체들의 데스크톱PC 생산량이 국내외 공장을 합쳐 모두 630만대 정도일 것으로 예상돼 대만 업체들의 22%에 불과하다. 노트북PC는 더하다. 올해 2900만대 노트북PC 판매량 중 절반 가까운 1500만대를 대만 업체들이 생산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국내 업체들의 노트북PC 생산량은 LG전자의 ODM 물량까지 합쳐 총 164만대일 것으로 보여 대만의 11%에 불과하다.

 브랜드와 ODM 등을 모두 합친 국내 업체들의 올해 데스크톱PC 생산량(630만대)은 대만의 팍스콘(FOXCONN) 1개사의 올해 생산목표 800만대보다 적다. 노트북PC 역시 국내 업체들의 총 생산량 164만대가 대만의 콤팔(COMPAL)사 2000년도 생산량보다 아래다. 일찍이 승산이 희박한 브랜드사업을 포기하고 ODM으로 돌아선 LG전자도 올해 노트북PC 생산량이 90만대 정도로 아직 대만 업체에 비해서는 양적으로 열세다.

 가격경쟁이 치열한 PC사업에서 경쟁력의 관건은 원가절감이다. 브랜드 메이저들과 대만 업체들은 대량생산·대량판매라는 규모의 경제를 통해 열악한 수익성을 보완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 업체들은 생산량이 미·일·대만 업체에 비해 10%도 안돼 시장경쟁을 펼치기에는 역부족이다. 국내 업체들이 메이저들과 똑같은 가격으로 제품을 판매하더라도 부품 구매력 차이로 인한 원가부담이 훨씬 높아 수익성과 절대적인 수익액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유성호기자 shyu@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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