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아젠다 u코리아 비전>제4부(6) U-헬스케어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스마트 의료 홈 프로젝트 연구실

사진; 엘리트 케어 시스템에서 사용되는 센서와 배자들(a), 배지의 위치를 인식하는 적외선 센서와 RF센서(b). 노인들이 부착하는 스마트 배지로서 아파트 열쇠, 위치 확인 등을 위해 사용된다.

  제4부 제3공간의 생활

 1. U도시(City)

 2. 제3공간의 대응과제

 3. U교육(Education)

 4. 글로벌 거버넌스

 5. U정부(Government)

 6. U헬스케어

 7. 유비티즌 K씨의 하루

 

 10여년 전 정보사회의 도래와 함께 혁신적인 의료서비스 등장에 대한 기대도 높았다. 그러나 아직까지 대부분의 의료서비스는 물리공간상에서 이뤄지고 있다. 물리공간과 절연된 전자공간은 의료서비스를 전달하는 데 있어서 제한된 역할만 수행 중이다. 근원적으로 의료서비스의 대상인 육체가 물리공간상에 존재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비쿼터스 혁명과 함께 등장하는 제3공간은 현재의 의료서비스에 엄청난 변화를 불러올 것이다. 제3공간은 의료서비스가 제공되는 의료공간 자체를 변화시키기 때문이다.

 그동안 의료서비스가 제공되던 공간은 물리적으로 병원 건물의 내부로 한정됐다. 유비쿼터스 혁명은 문자 그대로 의료공간을 생활공간 전역으로 확장시킨다. 생활공간의 곳곳에 의료서비스와 관련된 칩과 센서를 식재함으로써 자연스럽게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U헬스케어는 무슨 병이라도 언제, 어디에서나 치료받을 수 있는 편재된 의료서비스를 약속한다. U헬스케어는 편재된 의료공간을 의미한다. 병원 건물뿐만 아니라 집·학교·직장·극장·백화점·공원·도로는 물론 숲과 산까지도 의료공간으로 확대된다.

 로체스터대학의 미래건강센터(Center for Future Health)가 수행하는 스마트 의료 홈 프로젝트는 의료공간의 확대를 연구하는 가장 대표적인 사례다. 로체스터 대학병원 내부에 설치된 스마트 의료 홈 실험실은 실제 가정의 공간을 그대로 본떠 설계됐다. 스마트 의료 홈은 다섯 개의 방으로 이뤄져 있으며 적외선 센서, 컴퓨터, 바이오 센서, 비디오 카메라 등으로 구성된다. 이들은 유비쿼터스 기술을 활용해 가정을 의료공간으로 변화시키기 위한 각종 아이디어를 테스트하고 시제품을 고안한다.

 먼저 스마트 의료 홈은 다양한 스마트 센서들의 네트워크로 구성된다. 스마트 센서들은 환자의 의료정보를 수집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스마트 거울은 피부의 변화는 물론 암 발병의 가능성까지도 체크한다(그림1의 ①). 칩이 내장된 스마트 밴드는 상처의 치유 상태를 지속적으로 체크한다(그림1의 ③). 또 집안 곳곳에 설치된 비디오 센서들은 환자의 움직임을 관찰하여 환자의 상태를 체크한다. 혈당 센서가 부착된 허리띠와 심장박동을 측정하는 센서가 부착된 휴대폰 등도 시시각각 변하는 환자의 건강상태를 체크한다. 이러한 스마트 센서들은 긴밀한 네트워크를 통해 연결돼 있으며, 이들 센서들이 산출한 정보들은 ‘개인의료상담’ 시스템으로 전달된다.

 개인의료상담(PMA:Personal Medical Advisor) 시스템은 자연스러운 대화를 수행할 수 있는 인터페이스를 제공한다(그림1의 ②). 개인의료상담시스템은 환자의 의료정보를 수집하고 환자의 약품 복용을 관리해줄 수도 있다. 개인의료상담시스템은 환자가 궁금해하는 의료정보들을 검색해 제공해 주기도 한다. 환자는 가정의 곳곳에 설치되어 있는 오디오·비디오 시스템을 통해 개인의료상담시스템과 대화를 나눈다.

 개인의료상담시스템에 의해 기록된 데이터는 병원의 의사나 간호사·간병인 등에게 전송된다. 이 때 어떤 데이터를 언제 보낼 것인가는 환자가 직접 통제할 수 있다(그림1의④). 환자의 데이터를 전달받은 의사·간호사·간병인은 처방전을 회신하거나 상황에 따라 가정을 직접 방문할 수도 있다(그림1의 ⑤). 처방전을 전달받은 개인의료상담시스템은 환자에게 그 내용을 설명하고 처방에 따른 병세의 차도를 관찰한다.

 이같은 스마트 의료 홈은 환자의 개인정보가 쉽게 노출될 수 있다는 취약점을 지니고 있지만 의료서비스의 새로운 구도를 보여준다. 기존에는 환자가 병원에 예약하고 의사를 찾아가 진료를 받았지만 유비쿼터스 시대에는 의사가 환자를 찾아간다는 점이다. 환자의 상태를 지속적으로 체크하다가 치료가 필요하다고 판단될 때 의사가 환자에게 전화를 걸어 예약하고 찾아가 진료를 한다. 최근 메디다스에서 사명을 바꾼 국내 의료정보화업체인 유비케어(UBCare)는 이를 두고 ‘찾아가는 병원’의 시대가 도래했다고 표현한다.

 유비쿼터스 혁명에 의한 의료공간 확대는 병원과 요양시설에 갇혀 지낼 수밖에 없었던 환자·장애인·노인들의 생활공간을 확장시킨다. 거꾸로 의료서비스로부터 단절된 생활을 수행하던 바쁜 사람들에게 별도의 시간을 빼앗지 않으면서 의료공간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일년에 한번 받던 건강검진을 일년 내내 받을 수 있으며, 발병과 치료의 시간 격차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시킬 수 있다. 이렇게 생활공간으로 의료서비스가 조용히 스며든다는 점에서 U헬스케어는 퍼베이시브(pervasive) 컴퓨팅과 캄(calm) 컴퓨팅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다.

 U헬스케어는 가정보다 훨씬 광범위한 영역에서 수행될 수 있다. 치명적인 전염병을 감지할 수 있는 센서들을 도로와 공원의 곳곳에 심는 경우 도시 전체가 면역공간으로 변모될 수 있다. 전염병을 전달시키는 곤충이나 보균자가 발견되자마자 비상 경계령을 발동시켜 시민들을 대피시킬 수도 있다. 가축의 전염병에 대해서도 U방역시스템을 설계할 수 있을 것이다. 소나 돼지의 구제역을 감지할 수 있는 센서를 도로와 축사에 심어놓을 경우 구제역의 발생과 동시에 필요한 조치 수행이 가능해 축산 농가의 피해를 최소화한다. 따라서 U헬스케어와 U방역시스템은 도시 전체를 무균공간으로 전환시킬 수 있다. 또 무균공간으로 인증받은 도시는 보건 수준을 넘어 경제적인 차원에서도 경쟁력을 지닐 수 있다.

 U헬스케어에 의해 의료공간으로 변모되는 공간은 생활공간이다. 생활공간에는 의식주의 일상적인 활동은 물론이고 경제활동과 문화활동까지 이뤄진다. 따라서 U헬스케어에 의한 의료공간은 다른 활동과 결합됨으로써 새로운 차원의 서비스를 창출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식생활이 이뤄지는 음식점과 U헬스케어 서비스가 결합할 경우 당뇨 환자의 식단도 쉽게 관리할 수 있다. 또 다이어트를 수행 중인 사람의 식단을 일정한 칼로리를 초과하지 못하도록 통제도 가능하다.

 이제까지 병원은 병에 걸려야 가는 곳이었고 의료서비스는 환자만 받는 것으로 생각해 왔다. 하지만 유비쿼터스 혁명은 이러한 인식을 변화시키고 있다. U헬스케어는 기존의 협소한 의료공간을 가정과 직장은 물론 도로와 도시 전체로 확장시킨다. 건강한 사람도 확장된 의료공간 안에서 생활하고 의료서비스를 받는다. 유비쿼터스 시대의 의료공간은 일반인의 생활공간으로, 의료서비스는 일상적인 서비스로 확대된다. 현대인에게 치약이 생활화됐듯이 유비쿼터스 공간에서는 훨씬 많은 의료서비스가 일상화될 것이다.

 <공동집필>

 하원규 ETRI 정보화기술연구소 IT정보센터장 wgha@etri.re.kr

 김동환 중앙대 공공정책학부 교수 sddhkim@cau.ac.kr

 최남희 국립청주과학대 행정전산학과 교수 drnhchoi@cjnc.ac.kr

 

 ◆노인 간호를 위한 스마트 홈 <엘리트 케어>

 지난 2000년 9월, 미국 오리건주 밀워키의 한적한 숲속에는 열두 가정의 노인들을 수용할 수 있는 엘리트 케어(elite care)가 설립됐다. 엘리트 케어는 노인들이 최대한 자유롭고 가족적인 생활을 영위하면서도 철저한 간호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다양한 유비쿼터스 기술을 채용했다.

 엘리트 케어에는 노인들의 움직임을 감지할 수 있는 센서들이 곳곳에 장착됐다. 이들 센서들은 늦은 시간에 잠에서 깬 노인을 위해 자동으로 화장실 불을 켜거나 깨어 있는 동안 노인에 관한 정보를 기록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간호원들은 센서를 이용해 도움을 필요로 하는 노인들을 발견하고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노인들의 건강상태와 약물투약상태 등에 대한 기록을 관찰할 수 있다. 따라서 노인이 필요로 할 때만 도움을 제공한다. 노인들은 생활을 영위하는데 있어서 최소한의 간섭만 받는다. 노인들은 자립심을 가지고 자율적으로 생활함으로써 환자로서가 아니라 건강인으로서의 삶을 유지한다.

 이같은 엘리트 케어는 노인복지시설에 퍼베이시브 컴퓨팅을 접목한 것으로 아파트 단지와 같은 구조다. 노인들은 조그마한 위치 추적 배지를 부착하고 다닌다. 엘리트 케어 곳곳에 심어진 센서들은 노인들의 배지를 계속 추적해 의식상실 증세가 있거나 방향감각을 잃고 배회하는 노인들을 발견한다. 배지를 부착한 채로 감지영역을 이탈하면 경고음이 울려 간호원에게 알린다. 또 노인들의 개별 침대에는 몸무게 측정 센서가 내장돼 있어 몸무게 변화뿐 아니라 수면 중의 몸부림과 같은 움직임까지도 감지할 수 있다. 노인들이 하루에 몇 번이나 화장실을 사용하는지를 감지, 비뇨기에 어떤 이상이 있는지도 체크한다.

 엘리트 케어의 퍼베이시브 컴퓨팅 적용은 성공적이었던 것으로 평가된다. 각종 센서들은 노인들의 신경을 거슬리지 않도록 공간 구석구석에 숨겨져 있다. 그 결과 다양한 센서의 존재가 노인들의 사생활을 침해하지 않으면서도 집중적인 간호를 필요로 하는 노인들을 발견함으로써 의료서비스를 효율적으로 제공할 수 있게 됐다. 특히 생활 공간에 조용히 스며들어 있는 유비쿼터스 센서들로 인해 노인들은 자립심과 자율성이 보장되는 말년의 생활을 누릴 수 있었다.



★관련 그래프/도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