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를 경유해 외국을 해킹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특히 이러한 현상은 우리나라가 ‘국제해커의 놀이터’라는 비판을 받은 후 정부 차원의 해킹대책이 실시된 다음에도 더욱 두드러져 정부 해킹 대책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25일 정보보호진흥원(원장 조휘갑)에 따르면 외국의 해커가 국내 서버를 거쳐 다시 외국을 해킹하는 사례가 최근 급증하고 있다.
지난 6월 국내 경유 해킹사례는 총 86건으로 5월의 8건에 비해 10배 이상 급증했다. 더욱이 7월 25일 현재 잠정집계한 결과 이미 170여건의 국내 경유 해킹사례가 발생했다. 5월 이전 상반기 국내 경유 해킹건수는 1월 16건, 2월 8건, 3월 6건, 4월 14건으로 큰 변화가 없었다.
특히 이러한 국내 경유 해킹의 증가는 지난 5월 9일 정통부가 ‘해킹종합대책’을 마련, 실시하고 있는 가운데 나타나 정부 해킹 대책의 현실성이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정보보호진흥원 관계자는 “최근 나타난 국내 경유 해킹건수의 급증은 홈페이지를 통해 해킹 점검서비스를 제공하면서 그동안 관리자가 알지 못했던 해킹사례가 속속 밝혀지고 있기 때문”이라며 “가장 관리가 취약한 초·중·고등학교의 해킹대책에 계속 힘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통부와 정보보호진흥원은 6월부터 전국 6851개 초·중·고등학교를 대상으로 해킹 점검을 실시해 문제가 되는 1000여개 학교에 해킹대책을 마련해 전달했으며 375개 학교는 직접 방문해 문제를 해결한 바 있다.
보안업계에서는 국내 경유 해킹을 막기 위해서는 임시방편이 아닌 근본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보안업체의 한 관계자는 “학교를 비롯한 공공기관뿐 아니라 전체 해킹건수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기업의 해킹방지 대책이 더 시급한 상황”이라며 “정부 차원에서 기업에 해킹대책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이를 준수하도록 만드는 방안이 필요하며 학교는 교사가 아닌 전담 웹서버 관리자를 두거나 외부 전문업체에 의한 효율적 관리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