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SI사업 잇단 입질에 업계 긴장 고조

 KT가 ‘비전공’이었던 SI시장 공략에 적극 나서면서 관련업계의 경계대상 1호로 부상했다. SI업계는 아직까지는 KT의 움직임이 우려할만한 수준은 아니라면서도 KT의 공세가 시장판도 변화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저울질하며 바짝 긴장하고 있다.

 KT는 전국적인 네트워크와 데이터센터를 발판 삼아 올해 들어 대형 SI프로젝트에 잇따라 문을 두드리고 있다. 상반기 중 입찰에 참여한 대형 SI 프로젝트만도 10개 정도에 달하고 있으며 하반기에도 고삐를 늦추지 않을 태세다. 사업분야도 공공 부문을 비롯, 금융·국방·엔터테인먼트 등 전방위에 걸쳐있다.

 KT는 특히 올해 최대 프로젝트로 관심을 모았던 583억원 규모의 ‘전국 단위 교육행정정보시스템 구축을 위한 물적기반 조성 사업(삼성SDS 수주)’에 뛰어들어 막판까지 삼성SDS와 치열한 수주전을 벌여 업계를 깜짝 놀라게 한 바 있다. 최근에는 강원랜드의 메인카지노 종합정보시스템 프로젝트 참여에 공을 들이고 있다. KT는 올초 부터 공을 들여온 130억원 규모의 강원랜드 카지노관리시스템(CMS) 구축사업에 최근 제안서를 내고 도전장을 던졌다. 앞서 지난달 말 사업자가 선정된 강원랜드 메인카지노·호텔 감시(surveillance)시스템 구축사업에 응찰했으나 고배를 마셨다. 지난달에는 한국게임산업개발원의 게임 인큐베이팅 지원시스템 구축사업(포스데이타 수주) 수주경쟁에 참여하기도 했다.

 금융 분야에서도 KT는 금융감독원의 연내 재해복구(DR)센터 구축 권고를 계기로 금융권이 신규 DR센터 구축에 본격 나서고 있는 틈을 타 시장 공략에 적극적이다. 여기에는 전국적인 네트워크와 데이터센터를 보유하고 있는 것인 막강한 자산이 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KT는 현재 막바지 사업자 선정작업이 진행중인 현대증권의 원격지 백업센터 구축사업에도 사업제안서를 제출한데 이어, 미래에셋증권이 추진중인 백업시스템 구축사업에도 출사표를 냈다.

 특히 KT는 올 하반기 1000억원대 규모를 형성할 것으로 예상되는 국방정보화 시장에서도 적극적인 모습을 띠고 있다. KT는 조만간 발주될 예정인 400억원대의 국방 장비정비 정보체계 개발사업을 겨냥, 대형 SI업체들과 컨소시엄 구성 여부를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KT가 각종 SI 프로젝트에 잇달아 손을 뻗치자, SI업계는 다소 긴장하는 모습이다. 일부 업체들은 국내 최대의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SI시장 공략을 가속화해 온 KT가 민영화를 계기로 SI시장 진출의 고삐를 더욱 죌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즉, KT가 그동안 공기업으로서 공공부문 SI 프로젝트에서 불공정 경쟁 시비를 우려해 조심스러운 행보를 보여왔으나 공기업이라는 ‘고깔’을 벗고 공공부문 등의 대형 프로젝트를 집중적으로 공략할 경우 SI업체의 입지는 위축될 것으로 판단이다.

 게다가 대부분의 정보시스템이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구축되는 상황에서 국내 최대 회선을 보유한 KT의 경쟁력을 과소평가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결국 올 하반기에 대형 SI 프로젝트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상황에서 KT의 시장 공략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여 KT와 기존 SI업체간 시장쟁탈전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온기홍기자 khoh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