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현 KCC정보통신 사장 shlee@kcc.co.kr>
최근 전세계 주식시장이 분식회계 문제로 충격에 빠졌다. 몇 달 전 세계 유수의 에너지회사 중 하나인 엔론이 분식회계를 한 것이 드러나면서, 최근 미국 법원은 아서앤더슨이 엔론의 분식회계를 방조하고 관련서류를 파기한 데 대해 유죄평결을 내림으로써 세계 빅3 회계법인 중 하나인 아서앤더슨은 사실상 파산의 길로 접어들었다. 또한 미국 제2위 장거리 전화회사인 월드컴 역시 대규모 회계부정 끝에 파산함으로써 엄청난 파문을 불러일으켰고, ‘기업 투명성’의 상징이던 미국 회계관행에 먹칠을 했다.
분식회계에 관해서는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분식회계의 유혹은 아마도 모든 경영자들이 대부분 한번쯤은 빠지기 쉬운 함정일 것이다. 마치 어릴 적에 성적표를 받아 집에 가서 부모님 확인 도장을 받기 전에 고치고 싶은 유혹을 느끼는 것과 마찬가지다. 물론 기업회계 기준이란 것이 고무줄과 같아서 보는 사람에 따라 그 적용범위가 들락날락할 수 있다.
최근과 같이 불황에 빠져 있는 IT분야의 최고경영자들은 주주들로부터 단기적인 업적에 관해 엄청난 압력을 매일 받고 있기에 더욱더 악수를 둘 가능성이 많아진다. 그래서 그런지 최근에도 ‘매출 돌리기’와 같은 악습들이 아직도 주위에 만연하는 것 같다. 지난해부터 불어온 불황의 파도에 예외는 아니어서 필자가 경영하는 회사도 30여년 창립 이래 처음으로 올 상반기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필자는 작년에 이미 영업이익이 그 전년보다 감소하기 시작했는데도 이를 애써 외면하고 또 경기 탓만 했었다.
그러나 최근 누군가에게서 ‘준비된 적자를 내라’란 충고를 듣고 너무나도 마음에 와닿는 느낌을 받았다. 다시 말하면 ‘올해 적자를 내더라도 용기를 내어 장기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 비즈니스모델을 지금부터 준비하라’는 뜻일 것이다. 아마도 최근 어려움을 겪고 있는 IT분야의 다른 많은 회사들도 현실을 외면하고 단기적인 경영지표에 끌려다니기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속 가능한 고유의 수익모델을 창출하는 데 집중해야 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초심으로 돌아가자’라는 말이 되새겨진다.